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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한방체험여행] 아름다운 아홉구비, 울산 백련구곡
[한방체험여행] 아름다운 아홉구비, 울산 백련구곡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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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아름다운 울산 백련구곡.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아름다운 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변 풍경.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울산]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세월이 지나 강물에 침식되고 댐이 생겨 물이 말라 비틀어져도 고유의 아름다움만은 뺏지 못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과 세월의 이끼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아름다운 아홉 구비 백련구곡이다. 

‘반구대 암각화’라는 간판을 보고 차를 돌렸다. 비포장 도로길이다. 도로가 좁아서 차 한 대가 지나갈때까지 남은 공간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주민들의 민원에 도로가 넓어진다고 했다. 편한 것은 좋은데 하나의 원시세상이 개발의 손길을 타는 것 같아 씁쓸함이 밀려온다.

만약 아홉 계곡을 모두 둘러보려면 배를 타고 유람해야 한다. 그러나 댐이 생기고 나서 상수도 보호구역 지정되는 바람에 배를 띄울 수 없다. 대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몇 가지 절경을 찾아가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한다. 아홉구비 백련구곡 중 먼저 찾아갈 곳이 바로 ‘반구대’다.

구곡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지층. 꼭 바닷가에 있는 기암괴석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구곡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지층. 꼭 바닷가에 있는 기암괴석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반구대의 머리 부분이다. 즉, 거북이 머리 형상.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반구대의 머리 부분이다. 즉, 거북이 머리 형상.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반구대’는 도로에서도 4km나 들어간 곳에 위치한 절벽이다. 거북이가 넙죽 엎드린 형상을 닮았다. 경치가 아름다워 시인 묵객이 많이 찾기도 했고 고려말에는 요도에 귀양갔던 정몽주조차 이곳에 와서 적적함을 달랬을 정도라고. 3층대를 이루는 기암절벽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

‘반구대’에서 마을 뒤편으로 산길을 타고 3km를 더 들어가면 구곡의 끝이다. 그 곳에는 오지마을인 한실마을이 있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동네. 이제는 60-70대 노인만 남았다. 물이 많을 때는 넒은 강이 되지만 물이 없을 때는 넓은 땅이 갯벌을 형성하는 곳. 구곡의 마지막 종착역이자 새로운 출발 지점이다.

암각화를 보러 가려면 섶다리도 건너야 한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암각화를 보러 가려면 섶다리도 건너야 한다.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광활한 대지에 바다처럼 기이한 암벽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반구대 옆쪽으로 0.8km 정도 흙길을 걸으면 원시 조상들이 바위 위에 새겨놓은 암각화를 만날 수 있다. 사연댐 건설 이후 일년 중 물에 잠겼다가 단 3개월만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데 2월에서 4월까지다. 이후에는 물이 차올라 암각화가 물에 잠긴다.

반구대로 가려면 천전리 각석에서 대곡천으로 내려가거나 35번 국도를 타고 6km정도 가다가 반곡 초등학교 지나 길이 굽어져 보이는 곳에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라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반구대 암각화. 1년에 딱 3개월만 물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2월에서 4월까지.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반구대 암각화. 1년에 딱 3개월만 물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2월에서 4월까지. 2004년 5월. 사진 / 김정민 기자

Interview 자연과 벗삼아가는 인생 Jones 부부
반구대를 찾아가는 백련구곡 여행길을 함께한 Grant씨 부부. Grant씨는 미국인, 정희 씨는 한국인인데 유명한 조경건축가인 남편의 일 때문에 한국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Grant씨 부부는 무분별한 개발로 한국의 모습이 변화해 가는 것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편리하긴 하겠죠. 그렇지만 주체성이 점점 사라지는 거예요.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귀중한 줄을 모르는 거예요.” 정희씨의 열변에 Grant씨는 살짝 귀띔을 한다. 아내는 어떤 미국사람보다도 강한 인디언의 정신과 한국인의 정신을 반반씩 가지고 있다고. 그만큼 자연을 사랑하고 전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잠시잠깐의 동행이지만 이 노부부를 보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그 길이 조금은 거칠고 불편할지라도 감내하고 아껴가는 것. 이것이 바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노부부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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