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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나주에서의 초대④] 푸른 호수 물안개 타고 짙은 다향(茶香) 흐르고... 나주호
[나주에서의 초대④] 푸른 호수 물안개 타고 짙은 다향(茶香) 흐르고... 나주호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4.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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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나주호에서 즐기는 수상스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나주호에서 즐기는 수상스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나주] “이 지역은 꽤나 깊은 산골입니다. 야생차가 유명해서 이 지역을 다도라고 하는데, 섬 인줄 아셨죠?” 나주하면 넓은 논과 배 밭을 떠올리는데, 이곳만큼은 높고 낮은 산들이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나주호와 지석강이 위치한 남평읍과 다도면, 봉황면은 나주읍성지역과는 문화권이 달랐다고 한다.

특히 남평은 고려와 조선시대 때에는 별도의 현감을 두어 다스리던 곳이었다. 나주호 주변에는 물과 산이 어우러져 있어 평야지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함이 있다. 때문일까. 사찰도 몰려있다.

미륵사 칠불. 현재는 부처 하나가 소실되어 6구만 있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미륵사 칠불. 현재는 부처 하나가 소실되어 6구만 있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봉황면에 가면 미륵사가 있다. 백제 때 연기조사가 구례 화엄사와 함께 창건한 사찰. 이 절에는 2점의 보물이 있는데, 석불입상과 칠불석상이다. 석불입상은 5.38m에 달하는 석상이며 칠불석상은 화강암에 사방으로 7개의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미륵사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곳에 서면 봉황면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운흥사의 석장승.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운흥사의 석장승.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운흥사는 덕룡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절로 비포장도로가 아주 좁아서 능숙한 운전 실력을 요한다. 절 주위에는 풍경도 좋고 조용한 암자들도 많으니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좋을 듯. 운흥사는 백제 때 창건하여 전성기에는 30여동의 건물과 20여 곳의 암자가 있던 웅장한 절이었는데 석장승과 석당간만 남기고 모두 불에 타버렸다.

얼마 전 대웅전을 복원하여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단출한 절은 외로워 보인다. 운흥사 주변에는 야생차가 그득하다. 그런 연유인지 이곳에서 출가했던 초의선사는 후에 우리나라 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운흥사 앞과 불회사 앞에는 기이하게 생긴 장승이 서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장승인데 눈이 부리부리 하고 코와 입이 큰 도깨비를 닮았다. 운흥사 장승 뒤에는 제작연대가 있어 그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

마라난타가 불갑사를 창건하고 세웠다는 불화사.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마라난타가 불갑사를 창건하고 세웠다는 불화사.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운흥사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다도에서는 제법 유명한 불회사가 있다. 깊은 골짜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는 비자나무숲을 헤치며 들어간다. 마라난타가 영광의 불갑사를 창건하고 세운 절이라 하여 백제의 불교전파 연구에 있어 중요한 절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대웅전은 해안 사찰의 특징이라는 물고기 모양의 빛반자가 천장에 새겨져 있다.

종이로 만든 건칠불과 본존불이 중국식을 닮아 배불뚝이라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법당에서 도로변으로 나가다보면 두 몸이 하나가 되어 생명력을 이어 간다는 나무 ‘연리지’가 있다. 연리지를 보면 부부간의 금슬이 좋아진다고 한다. 평소 부부 싸움 잦은 분들이 꼭 들러볼 코스.

나주호 주변에는 옹기종기 민물매운탕을 끓이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78년에 나주댐을 만들며 생긴 호수인데 이무기가 산다는 소문도 있다. 얼마 전 1m가 넘는 가물치도 끌어올렸다고 한다. 호수 안쪽에서 양식도 했던 터라 물고기가 많단다. 수질보호를 이유로 모두 철거하는 바람에 강태공만 신이 났다. 예전에는 향어가 많았는데 지금은 붕어가 주름 잡고 있다.

나주호 관광지 건너편에 있는 삼림욕장.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나주호 관광지 건너편에 있는 삼림욕장.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름이면 나주호 관광지에서 모터보트와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단, 동호회 나주 지부에 가입해야 한다. 그래야 당국의 허락을 받을 수 있다. 나주호는 개발계획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호수 주변이 조용한 편이다. 호숫가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료하다면 나주호 삼림욕장에서 호숫가를 따라 흙길을 걸어도 좋고 그 주위에 개인이 운영하는 관상어 전시관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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