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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야생화 특집①] 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 그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다가와 꽃이 되다
[야생화 특집①] 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 그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다가와 꽃이 되다
  • 김선호 객원기자
  • 승인 2004.07.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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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 풍경.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 풍경.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홍천] 오대산 한국자생식물원 그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다가와 꽃이 되다 오대산의 봄은 느지막하게 시작되고 또 느리게 흘러간다. 다른 지방엔 이미 피고 진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기도 하고 아직 봄의 숨결이 곳곳에 묻어 있음을 볼 수 있는 곳이 오대산이다. 그 곳에 야생화의 천국 한국자생식물원이 있다.

해발 1천m가 넘는 고산준령의 오대산이 내뿜는 기운이 온화하다. 곳곳에 평지가 펼쳐지고 굽이굽이 산길을 돌때마다 모내기를 끝낸 무논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구비를 하나 돌때마다 저마다 다른 활엽수들이 손을 흔들어 주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건 줄기가 하얀 자작나무가 심어진 산길. '오대산국립공원'이라는 팻말을 따라 잘 정돈된 길을 달려 ‘한국자생식물원’을 가는 길이다.

오대산 계곡 풍경.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오대산 계곡 풍경.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야생화 단지를 방문하는 일은 사실 오월이 적당하지 않다고 한다. 그 시기엔 이미 봄꽃들이 지는 때이고 6월에서 8월중에 여름꽃들이 본격적으로 피는 때이기 때문에 봄꽃들을 보기 위해선 조금 서둘러야 했고, 여름꽃을 보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봄이 더디 오는 오대산 자락에 아직 봄꽃들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은방울꽃. 2004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은방울꽃. 2004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특별히 은방울꽃이 궁금했다. 북구 유럽 사람들이 ‘사랑의 꽃’이라 부른다는 꽃. 사랑하는 이에게 반드시 은방울꽃을 한 다발 안기는 것이 그 나라 사람들의 사랑의 표현 방식이라고 한다. 오월, 은방울꽃이 피어나는 시기에는 은방울꽃을 따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 사람들 때문에 거리가 텅 빌 정도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사랑’ ‘희망’ ‘행복’이라는 꽃에 바치는 최고의 찬사를 꽃말로 가진 은방울꽃, 넓은 잎새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우윳빛 하얀 꽃을 피우는 은방울꽃을 만날 수 있겠구나 싶어 마음은 벌써부터 설렘으로 가득차오르는데….

한국자생식물원 입구가 폐쇄되어 있었다. 지난해 태풍이 여기도 비켜가지 않았는지 도로가 유실되고 아직까지도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입구 위쪽으로 임시도로가 나있어 먼지를 풀풀 날리며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주차장이 보이고 작은 소롯길 끝에 한국자생식물원 입간판이 보였다.

매표소에선 직원이 방문객들에게 꽃씨를 나눠 주고 있었다. 우리가 받은 꽃씨는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붓꽃과 술패랭이꽃. 우리나라의 들꽃과 풀을 보여주고자 설립한 한국자생식물원은 4천3백여 종의 식물을 갖춘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식물원이라 소개 되어 있다.

나무다리 너머 야생화 단지.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나무다리 너머 야생화 단지.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오대천의 줄기를 이루는 작은 내(川)가 흐르는 곳을 기준으로 양쪽에 갖가지 야생화가 피어있는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양쪽을 왕래할 수 있도록 나무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먼저 나무다리를 건너 왼쪽의 야생화단지를 돌아보고 오른쪽을 돌아보는 코스를 택했다.

야생화 화원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야생화 화원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카페 비안을 중심으로 각각의 이름을 단 야생화가 동그란 화단에 심어져 있다. 카페 안에는 자료실이 구비되어 있고 우리 꽃에 대한 책과 각종자료들이 있어 야생화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도울 수 있게 해준다. 봄꽃들이 피었다 져버린 것들도 있고, 한창 만개한 꽃들도 있었다.

‘며느리밥풀꽃’이라고도 불리는 금낭화가 한창이었다. 고운 분홍색 사이로 쌀밥 같은 작은 꽃잎을 달고 있는 금낭화와 연보라색의 앵초꽃과 각시둥글레꽃이 피어 있어 반가웠다.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우리 들꽃. 그 이름도 꼭 우리 산하를 닮은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이쁜 꽃들이 피어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은방울꽃이 없었다. 마침 그곳에서 비료를 주고 계시는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은방울꽃은 벌써 져버렸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 주듯 하얀 꽃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메양귀비꽃.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두메양귀비꽃.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두메양귀비꽃이다. 지금 한창 제철인데 꽃대만 훌쩍 올라와 제법 커다란 하얀 꽃을 피웠다. 그 화려한 자태가 사뭇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이미 져버린 봄꽃들, 이제 막 꽃대를 올리고 있는 여름들꽃 사이에서 두메양귀의 화려한 자태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천남성, 얼레지, 독미나리, 노랑매미꽃등 독성을 가진 풀들이 있어 신기했다. 얼레지며 노랑매미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이들이 만지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쓰인 팻말이 꽂아져 있는 화단을 돌아 나오다 각시둥글레꽃밭을 만났다.

각시둥글레꽃.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각시둥글레꽃.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넓게 위로 펴진 잎새 사이에 꽃대가 올라와 있고, 꽃대 가득 꽃이 달려있는 각시둥글레꽃의 다소곳한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은 종모양의 하얀 꽃이 고개를 수그리고 피어있는 것이 수줍은 각시 같다.

풀솜대꽃.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풀솜대꽃.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꽃잎에 미세한 털이 나있는 풀솜대꽃을 본 것도 커다란 수확이었다. 깊은 산중, 바위 밑이나 울창한 나무아래 홀로 피어있을 것 같은 서양 꽃 에델바이스를 닮은 꽃이었다. 매표소 바로 앞에 있는 조경소재관 분경분화원은 비닐하우스 안에 조성된 특별 전시관이다.

엄마 아빠 따라 식물원의 꽃과 풀들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던 다람쥐들이 예고도 없이 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다람쥐들은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았고, 아이들은 전시관은 뒷전이고 다람쥐 쫓는 재미에 깔깔대고 있었다.

지천에 피어난 두메양귀비꽃.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지천에 피어난 두메양귀비꽃.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전시관을 지나 돌계단 양쪽에 핀 물싸리꽃을 지나 산책로에 이르니 그 곳을 환하게 밝혀주는 두메양귀비가 지천이었다. 노란 물싸리꽃이 양쪽에 핀 돌계단을 올라, 문득 고개를 들면 그곳에 하얗게 일렁이는 두메양귀비 군락이 있어 뜻밖의 기쁨에 감탄사를 연발하던 사람들.

사람명칭 식물원과 동물명칭 식물원이 그것이다. 일명 테마가 있는 식물원(주제원)이다. 애기나리, 동자꽃, 처녀치마, 양귀비, 중대가리, 할미꽃은 사람명칭 식물원에 개미자리, 벌개미취, 매미꽃, 꿩의 비름, 매발톱 등은 동물명칭 식물원에 심어진 꽃들이다.

붓꽃재매단지.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붓꽃재매단지. 2004년 7월. 사진 / 김선호 객원기자

양귀비꽃을 지나 조금 위쪽으로 오르니 넓고 푸른 잎새들이 가득 찬 밭이 보인다. 그곳이 붓꽃재배단지다. 아직 붓꽃은 피지 않았고 푸른 잎새들만 부는 바람에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갖가지 들국화 종류와 나리꽃과 원추리는  여름이 오면 꽃을 피울 거라는 약속으로 파란 잎새를 촘촘히 피워냈다.

그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신갈나무 잎깔나무 무성한 1.2km의 등산로가 이어진다. 식물원 가운데를 가르는 내를 따라 조경된 습지원도 여름들꽃이 심겨져 있고, 향식물원의 섬백리향이며 산국, 구절초도 여름부터 꽃을 피울 꽃들이다.

꽃 대신 이름을 하나씩 불러 주는 일과, 향기롭던 길에 물소리와 산새소리는 순수한 자연의 배경음악!! 올라갔던 길을 다시 한번 돌아 내려오며 식물원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재배식물원에 들어서니 음악이 잔잔하게 깔린다.

이곳은 식물원에 심을 어린식물을 키우는 곳이다. 방문객들에게 어린식물을 팔기도 하는데, 그곳에서 은방울꽃 화분을 하나 샀다. 잘 키우면 내년에는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은방울꽃을 실제로 볼 수 있다.  

Tip. 가는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버스 승차(약 30분간격) -> 진부터미널 하차(약 2시간 30분 소요) -> 오대산 월정사 또는 상원사행 시내버스 승차 -> 오대산국립공원관리공단 앞에서 하차 -> 도보로 약 20분정도 올라오시면 한국자생식물원 도착.
자가용 :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강릉방향으로 진행 -> 진부 인터체인지 -> 오대산 월정사 방향으로 진행(진부 인터체인지에서 좌회전) -> 오대산호텔, 오대산청소년 수련원을 지나 -> 한국자생식물원 입구 간판 -> 약 1km 정도 진행 -> 한국자생식물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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