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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섬플러스⑬] 섬이 되어버린 토끼와 자라, 사천 비토섬
[섬플러스⑬] 섬이 되어버린 토끼와 자라, 사천 비토섬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8.02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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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전 전설 전해져 내려오는 섬
물길 열리면 토끼섬, 거북섬 볼 수 있어
토끼거북이 닮은 캠핑장에서 하룻밤
사진제공 / 사천시청
사천 비토섬의 풍경. 사진 왼편이 비토섬, 오른편이 월등도이며 월등도 아래에 바닷길로 연결된 황토색 섬이 거북섬, 그 위의 작은 섬이 토끼섬이다. 사진제공 / 사천시청

[여행스케치=사천] 비토섬은 모양이 날아오르는 토끼 모양을 닮았다고 해 날 비(飛)에 토끼 토(兎)를 써 이름 붙었다. 비토섬에는 별주부전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흔히 알려진, 죽을 위기에 처한 토끼가 꾀를 써 목숨을 구하고 자라는 도인에게서 선약을 얻었다는 해피엔딩과는 조금 다르다.

“뭍으로 올라온 토끼는 너무 기쁜 나머지 달에 비친 섬 그림자를 육지로 착각해 자라 등에서 뛰어내렸다가 바다에 빠져 죽어 토끼섬이 됐다. 빈손으로 용궁에 돌아갈 수 없던 자라 역시 안절부절 하다가 그 자리에서 죽어 거북섬이 됐다. 집에서 남편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토끼 부인은 죽어 목섬이 됐다.”

세 섬에 얽힌 별주부전 전설
비토섬으로 넘어가려면 다리 두 개를 건너야 한다. 사천 남서쪽의 서포에서 비토교를 건너면 솔섬이고 여기서 다시 거북교를 건너면 비토섬이다. 다리 양편으로 돌로 만들어진 토끼와 거북이 캐릭터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솔섬에서 비토섬으로 넘어가는 거북교. 다리 양편으로 토끼와 거북이 캐릭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비토섬에서 월등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이 넓게 열린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웅크린 토끼의 모양을 닮은 토끼섬. 월등도에서 토끼섬을 연결하는 나무데크가 조성돼 걸어 돌아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섬으로 들어가면 입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은 해안으로 빙 둘러가는 ‘거북길’이고 왼편은 섬 중앙을 관통하는 ‘토끼길’이다. 두 길은 별주부전테마파크 앞에서 만나 월등도 들어가는 길로 이어진다.

비토섬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월등도는 하루에 두 차례 물때에 맞춰야만 넘어갈 수 있는 섬으로, 간조 시각 전후 2시간 정도 물길이 열린다. 섬 내에 임도가 있어 도보로 이동하거나 차량을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월등도는 비토섬에 전해 내려오는 별주부전 전설의 주무대다. 월등도 주변으로는 전설 속의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물길이 열린 월등도로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거북섬이 먼저 보인다. 둥그런 모양새가 거북이를 꼭 빼닮은 거북섬은 썰물이 되면 물길이 열려 월등도와 연결된다. 월등도 북동쪽의 토끼섬은 바닥에 납작 웅크린 토끼를 닮았다. 토끼섬에는 나무데크가 놓여 물때와 상관없이 도보로 돌아볼 수 있다. 토끼섬 앞 수면 위로 수십 개의 대나무가 뾰족뾰족 올라온 것은 굴 양식장이다. 그 너머로 보이는 목섬은 월등도에서 거리가 꽤 있어 직접 가볼 수는 없고 토끼섬에 서서 눈에 담는 것만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토끼섬에서 바라본 목섬의 모습. 두 섬 사이에 굴 양식장이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바닷길이 열려 월등도와 연결된 거북섬의 모습. 거북이가 목을 빼꼼 내민 듯한 모양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월등도 입구에 있는 토끼와 거북이 조형물. 사진 / 유인용 기자

토끼 거북이와 함께 하는 하룻밤
비토섬에 전해지는 전설은 월등도에 얽혀 있지만 별주부전과 관련된 조형물들은 월등도 바깥에서 볼 수 있다. 월등도에서 약 2km 가량 떨어진 별주부전테마파크는 작은 공원과 캠핑장, 물놀이장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캠핑장 이용객들만 내부에 들어갈 수 있으며 환경 보호를 위해 입구에 주차를 한 뒤 버기카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캠핑장에는 카라반과 글램핑, 일반 캠프 사이트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특히 3대의 카라반 외관은 별주부전에서 모티프를 얻어 토끼, 거북이, 물고기 모양이다. 카라반은 내부에 이층침대와 전자레인지, 밥솥, 커피포트, 냉장고, 인덕션 두 개와 화장실까지 모두 딸려 있어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캠핑장 위쪽의 공원은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별주부전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책 모양 조형물들이 마치 살아 있는 동화책 속으로 들어온 듯 재미있게 꾸며져 있다. 공원 한쪽 놀이터는 여름에 물을 채워 물놀이장으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캠핑장 주변 해안을 따라 나무데크가 만들어져 남해를 감상하면서 산책을 할 수 있다. 바닷가에서는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의 전경. 오른편의 토끼와 거북이, 물고기 모양은 카라반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카라반 내부에는 침대와 주방, 화장실이 모두 딸려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별주부전테마파크는 아이들이 별주부전에 대해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캠핑장 이용객만 입장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빈진영 사천시청 문화관광해설사는 “경남의 갯벌 중 50%가 사천에 있는데 특히 비토섬 인근으로 갯벌이 넓게 발달해 사천 8경 중 하나로 꼽힐 정도”라며 “갯벌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안 되고 갯벌 체험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INFO 비토국민여가캠핑장
주소 경남 사천시 서포면 용궁로 124

사천의 소풀이 뭔지 아시나요?
월등도가 비토섬의 오른편에 있다면 비토섬 남쪽으로도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모양이 날아가는 학을 닮아 별학도라고 이름 붙었다. 테마파크에서 1km 거리에 있는 별학도는 연도교를 통해 비토섬과 연결됐으며 비토해양낚시공원이 있다. 주변으로 갯벌이 발달해 있고 작은 놀이터도 있어 아이들과 방문하기에도 좋다.

비토해양낚시공원에서는 바다와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빵가루, 보리 등 혼합 밑밥은 사용할 수 없다. 자연이 잘 보전된 만큼 낚시꾼들뿐 아니라 해안데크길을 걷기 위해서도 많이 방문하는 편이다. 섬 앞 바다 위에는 이글루와 같이 생긴 반원 모양의 흰 집들이 떠 있는데 해상펜션이다. 펜션 내에 샤워실과 주방 시설이 있어 바다 위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별학도에서 낚시공원 반대편으로 오면 정면으로 보이는 섬은 진도, 그 뒤편에는 소풀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소풀은 사천 사투리로 부추를 뜻한다. 이 소풀섬에도 슬픈 전설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비토해양낚시공원 앞에 떠 있는 이글루 모양의 해상펜션.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비토섬에서 바라본 진도. 진도에도 슬픈 전설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옛날 진도에 황 씨 성을 가진 한 부자가 살았는데 나이 오십이 넘어 간신히 딸 하나를 얻어 소불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금지옥엽 키운 딸이 열일곱이 되던 해 집안의 머슴과 눈이 맞아 아이를 갖게 됐다. 황 씨는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배가 나와 동네에 흉이 될 것을 걱정해 진도 앞의 외딴 섬으로 딸을 보내버렸다. 황 씨의 부인은 옷을 지어 입을 베틀, 먹을 곡식과 소풀을 배에 실어 함께 보냈다. 그리고 외롭게 아이를 키우고 있을 딸을 생각하며 밤마다 바닷가로 나와 ‘소불아’ 하며 딸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빈진영 해설사는 “사람들이 이것을 ‘소풀’로 알아듣고 섬 이름을 소풀이라고 지었다고 한다”며 “실제로 소풀섬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비토섬 입구에서 별학도로 들어오려면 해안을 둘러오는 거북길을 이용해야 한다. 비토섬의 토끼길과 거북길은 사천의 트레킹 코스인 ‘이순신바닷길’ 3코스에 해당돼 도보 여행으로도 즐길 수 있다. 월등도에서 별주부전테마파크까지 도보로 약 30분, 테마파크에서 별학도까지 30분이 소요된다. 비토섬 입구의 거북교부터 월등도까지는 도보로 약 2시간 거리다. 여유가 된다면 해안의 거북길을 따라 섬을 찬찬히 둘러보며 별주부전과 소풀섬의 전설을 되새겨보아도 좋겠다.

INFO 비토해양낚시공원
이용요금 낚시 이용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원, 일반 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해상펜션 5인 기준 주중 15만원, 공휴일 및 주말 20만원)
이용시간 오전 5시~오후 10시 (11~3월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

<비토섬 주변 여행지>

사진 / 유인용 기자
초양도에서 바라본 사천바다케이블카의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초양도
창선삼천포대교가 놓이면서 육지와 연결된 섬으로 사천바다케이블카의 회차점이기도 하다. 케이블카 승강장 옆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고 남해에서 멸치를 잡는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도 가까이에 내려다보인다. 단 케이블카는 현재 초양도에서 정착하지 않으므로 섬을 방문하려면 차량이나 도보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주소 경남 사천시 늑도동 483-1

사진 / 유인용 기자
남일대해수욕장 옆으로는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남일대해수욕장
조개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래가 무척 곱고 백사장의 길이가 길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물놀이하기 좋은 해수욕장. 해안길 옆으로는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신라시대 학자인 고운 최치원이 지나가다 ‘남해에서 절경이 제일’이라고 칭찬해 남일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카약이나 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해양 레저도 즐길 수 있다.
주소 경남 사천시 모례2길 11-19

사진 / 유인용 기자
외부에서 배가 보이지 않도록 은밀하게 설계된 대방진굴항. 사진 / 유인용 기자

대방진굴항
고려 말 남해에 자주 침입했던 왜구들을 막기 위해 설치한 군항. 항의 입구는 좁고 내부 공간이 넓으며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있어 밖에서 배가 보이지 않는다. 돌로 둑을 쌓아 만든 현재의 모습은 조선 순조 때 백성들을 동원해 만든 것으로 전해지며 현재도 어선을 정박해 놓는 항구로 이용된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 좋다.
주소 경남 사천시 대방동 250

사진 / 유인용 기자
박재삼 시인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박재삼문학관. 사진 / 유인용 기자

박재삼문학관
서천의 서정시인 박재삼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곳. 시인은 20대 이전까지 삼천포에 살았으며 이후 그의 시 세계에서는 가난과 자연, 바다 등 어린 시절의 삶이 녹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문학관 인근의 팔포음식특화지구에서는 신선한 회 등 다양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경남 사천시 박재삼길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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