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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섬여행 3제] 거제도, 해안선 따라 떠나는 드라이브 여행!
[섬여행 3제] 거제도, 해안선 따라 떠나는 드라이브 여행!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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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거제도 풍경. 2004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거제도 풍경.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경남]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통영과 거제를 잇는 거제대교가 있지만 경남 사람들은 부산이나 진해 안골에서 배를 타고 거제도에 간다. 부산에서 가덕도를 거쳐 거제도로 이어지는 대교가 2010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카페리호를 타고 객실에서 화투를 치며 가는 선실 풍경도 사진 속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배가 안골을 빠져나가는데 머리 위에 주황색 대교가 걸려있다. 부산에서 거제도까지 육로로 가면 2시간 30분이 걸린다. 진해 안골에서 출발한 카페리호는 40여분만에 거제도 능소선착장에 내려주었다. 경남 사람들이 배를 많이 이용할 만하다. 농소선착장은 몽돌해수욕장이다.

몽돌 위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이 여럿 있다. 부산 사람들은 한여름에 수영복 차림으로 배를 타고 와서 바로 해수욕장으로 뛰어든다고 한다. 시원한 여름이다.

항동몽돌해수욕장. 2004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학동몽돌해수욕장.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농소에서 홍포 전망대까지
거제도는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33군데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 21군데가 몽돌해수욕장이다. 거제도 토박이 황현수(29)씨가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가며 손가락으로 열 번쯤 꼽아보다가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황현수씨는 거제도에서 나고 자랐다. 뭍의 도시생활을 하다가 거제도 고향바다가 그리워서 돌아왔단다.

현재는 집 근처 바다가 보이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섬 여행의 묘미는 해안선 따라서 달리는 드라이브다. 마음 같으면 걷고 싶지만 10분만 걸어도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농소몽돌해수욕장에서 동쪽 해안도로를 타고 여차마을을 거쳐 홍포전망대까지 내려가는 백리남짓한 길이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이다. 특히 여차마을에서 홍포전망대까지의 비포장도로가 해안선 드라이브의 백미.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물장구 치는 사람들. 2004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물장구 치는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덕포∼옥포∼지세포
해안선을 따라서 20분쯤 달리니 덕포해수욕장 표지판이 보인다. 폭이 10m, 길이 3백m 고운 모래가 깔려있다. 엄마와 아이가 모래 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의 장난감 같은 검은 선글라스에서 여름이 묻어난다.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5분쯤 달리면 옥포대첩기념공원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선 50여 척 중 26척을 격침시킨 옥포해전을 기린 곳이다. 옥포를 지나서 펼쳐진 바다에 대우조선의 거대한 기계들이 펼쳐진다. 거제도에는 두 개의 조선소가 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조선소.

종사자만 3만여 명이 넘는다니 거제를 움직이는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상권이 두 개의 조선소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다시 해안을 따라서 달리는데 장승포유람선터미널이 휜히 내려다보인다. 배가 떠나고 있다. 위에서 보면 큰 건물도 배도 작게 축소해 놓은 미니어처처럼 아기자기하게 보인다.

가끔은 내려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세포는 석유창고가 있는 곳이다. 지세포에서 바다를 볼 수 있지만 바다쪽에서 지세포를 볼 수 없는 천혜의 요새라고 한다.

학동몽돌해수욕장을 17km정도 남긴 지점에서 대학생 거제도 문화탐방팀을 만났다. 6박7일 도보여행 중 이틀째란다. 2004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학동몽돌해수욕장을 17km정도 남긴 지점에서 경주대학교 거제도 문화탐방팀을 만났다. 6박7일 도보여행 중 이틀째란다.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우리보다 팔팔하다. 아! 부러운 청춘이여.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와현∼구조라∼학동
지세포를 지나서 고개를 넘으면 와현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들어가는 입구에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다. 모래가 고운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놀러온 가족이 모래성을 쌓는다. 페트병에 바닷물을 담아와서 물을 붓고 성을 단단하게 만든다. 물 먹은 모래성은 마르기 전까지 무너지지 않으리라.

영남대학생들이 바닷물에 들어가 고개만 내밀고 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에 진 사람은 친구들이 퍼붓는 물을 고스란히 받는다. 해변가에 벗어놓은 신발, 소지품 등이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쓸려나간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들의 게임은 끝날 줄 모른다.

구조라 해수욕장을 지나서 거제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학동몽돌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몇 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가건물로 지어진 민박집이 다였다. 그 새 모텔이며 횟집이 많이 들어섰다.

폭이 35m, 길이 1.2km. 해변에 검은 몽돌이 쫙 깔려있다. 파도가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사그락거리며 돌 사이로 물 흐르는 소리가 참 듣기 좋다. 해파리가 해변 가까이 놀러왔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축 쳐졌던 혹은 올라갔던 어깨가 어느새 힘을 빼고 느긋한 모습을 찾는다. 그래 바다를 바라보는 등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2004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아름다운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신선대에서 바라본 풍경. 절벽이 장관이다. 2004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신선대에서 바라본 풍경. 절벽이 장관이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신선대∼도장포∼홍포
학동을 지나서 해금강과 인접한 도장포 마을의 신선대에 올랐다. 가슴 아래로 아름다운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섬들이 아스라이 구름아래 잠겨있다. 신선대에 오르니 내려가고 싶지 않을 만큼 저절로 감탄이 터진다. 드라마와 각종 CF 배경이 되었기에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신선대 도로 반대쪽에는 도장포가 있다. 선착장을 지나서 민둥산처럼 보이는 도장포 언덕에 올랐다. 키 작은 풀들이 고개를 숙인다. 언덕에는 사람이 가도 피하지 않는 염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도장포를 나와서 거제도 최남단 여차몽돌해수욕장에 들렀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를 촬영했던 곳이다. 폭이 40m, 길이 7백m에 달한다. 맑고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다.

여차마을을 가로지르는 홍포 방면으로 가는 비포장 길을 따라가면 거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도해를 볼 수 있다. 돌아보면 몽돌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라보면 대·소병대도와 대물도가 보인다. 비포장 길도, 바다도 시원하다.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2004년 7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솔직히 뭐 볼거리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거제도를 대표하는 관광지이기에 찾았다.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다. 건물을 따라서 쭉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다 돌아보는데 약 1시간 정도. 특히 실내가 시원하다.

한국전쟁으로 인해서 1950년 11월부터 거제도에 많은 포로들이 수용되었다. 한 때 중공군 포로 2만명, 인민군 포로 15만명 등이 수용되었다는데 소도시 인구에 맞먹는다. 수용된 포로들은 반공포로와 친공포로로 이념이 갈라져서 유혈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1997년에 건립된 포로수용소유적관에서 한국전쟁이 남긴 후유증을 볼 수 있다. 특히 남쪽도 북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제3국을 택한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탱크전시관과 포로수용소 전체를 볼 수 있게 모형화 한 포로수용소 디오라마관, 끊긴 다리, 여자포로관 등 그 당시의 포로수용소 생활상을 자세하게 재현해 놓았다. “유적지가 그렇지 뭐”라는 선입관을 버리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Info. 가는 길
부산역 -> 진해 안골 -> 풍양카훼리호(6:10, 7:50, 9:30, 13:30, 15:30, 17:30 1일 6회 운행) -> 거제도 농소선착장

Tip. 
거제도는 매우 큰 섬이라 차가 없이 이동하기가 좀 곤란하더군요. 차가 없이 여행을 할 때는 학동몽돌해수욕장 -> 외도 -> 거제도포로수용소 정도이고, 조금 조용한 해변을 보고 싶다면 와현해수욕장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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