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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농촌체험] 방학맞이 체험여행, 이천 부래미 마을 우렁이 잡기
[농촌체험] 방학맞이 체험여행, 이천 부래미 마을 우렁이 잡기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08.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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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논에서 우렁이 잡기 체험 중인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논에서 우렁이 잡기 체험 중인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이천] 기훈이와 범조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범조는 이천 아미초등학교에 다니고 기훈이는 수원 금곡초등학교에 다닌다. 수원에 사는 기훈이네 가족과 이천에 사는 범조네 가족이 경기도 이천시 율면 석산리 ‘부래미마을’을 찾았다.

엄마 김난주 씨가 ‘여우같은 아들’이라고 부르는 범조. 여덟살 꼬맹이가 쫑알쫑알 늘어놓는 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을에 들어섰다. 마을 입구 저수지에는 예쁜 마을지도가 그려진 안내판이 사람들을 반긴다. 기훈이네 가족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두 가족은 이기열 이장님을 따라서 ‘부래미 마을’ 탐험을 나섰다.

담 너머로 살구를 따는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담 너머로 살구를 따는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담 너머로 살구가 노랗게 익었다. 줍는 사람이 없는지 떨어진 살구가 그냥 썩는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다 붙어서 살구를 따먹는다. 3학년인 영훈이는 타잔처럼 담벼락에 순식간에 올라가서 굵고 잘 익은 살구를 딴다. 동생 기훈이도 치타처럼 용감하게 담에 올라선다. 그 사이 어른들은 옆에 붉게 익은 보리수에 손을 뻗친다. 약간 떫고 시큼하고 달고 보리수 맛도 참 별나다.

저수지를 산책하는 가족.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저수지를 산책하는 가족.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꼭꼭 숨어라 우렁이야!
몇 일 전에 내린 비로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하다. 물 주위로 부들, 갈대 등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우렁이가 손으로 주워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원래는 저수지 물이 아이들 허벅지까지 닿았는데 비가 많이 내려서 물이 꽤 깊어졌다. 부들 잎에 앉아있던 우렁이들이 비 때문에 꼭꼭 숨어버렸다.

이기열 이장님이 부들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우렁이를 잡는다. 굵은 우렁이를 나무에서 떨어지는 밤 줍듯 집어 올린다. 범조 아빠 김서원 씨가 먼저 들어간다. 아이들이 따라 들어선다.

범조가 “우리 아빠 별명은 집에서 김서방이고요, 아이디는 우렁이에요” “범조야, 우렁이 각시 하나 잡아와 봐라” “우리 엄마가 우렁 각시에요.”

그러나 물이 깊어서 저수지 가장자리 부들 사이에 발만 담그고 그 이상은 위험해서 들어가지 못했다. 저수지가 거울처럼 마을을 비춘다. 조용하다. 우렁이를 잡으러 왔는데 빈손으로 그냥 갈 수 없다. 그래 궁리 끝에 논 속에 있는 우렁이를 잡기로 했다. 저수지를 돌아서 논으로 갔다.

우렁이를 잡으러 저수지에 들어가는 아이들. 물이 깊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우렁이를 잡으러 저수지에 들어가는 아이들. 물이 깊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범조가 웅덩이를 만나자 건너지 못하고 주춤주춤한다. 기훈이는 먼저 앞질러서 다닌다. 궁금한 게 많은지 이것저것 건들여본다. 이기열 이장님이 앞서 걷다가 갈대 잎을 하나 자른다. 어렸을 때 만들어서 놀았던 풀 배를 만들어 보여준다. 아이들이랑 어른들이랑 모두 진지하게 만든다.

논두렁을 걸어서 우렁이 잡는 논에 도착했다. 범조 동생 희조는 논에 들어갈 수 없으니 논두렁에 앉아서 아빠랑 만든 풀 배를 띄운다. 아이들이 우렁이 잡기에 나섰다. 논을 휘저어 가며 우렁이를 잡는다. 엄마 아빠는 “얘들아, 벼는 밟지 말고 조심해서 잡아라!” 주의를 줘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대답이 없다.

저수지에 비친 부래미 마을.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저수지에 비친 부래미 마을.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세 녀석이 누가 더 우렁이를 많이 잡나 내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진흙이 옷에 묻어도 상관없다. 진흙탕 속에서 우렁이 잡기가 만만치 않다. 보이지 않으니 손을 여기저기 팍팍 쑤셔 넣어야 하나 정도 잡을까. 기훈이가 한 마리 잡았는지 “잡았다!” 큰 소리를 친다. 마냥 즐겁다.

하나씩 잡아서 임시로 만든 통에 담는다. 통 속에 절반은 찼다. 생각보다 많이 잡았다. 논에서 나오니 흙이 여기저기 묻었다. 논에 물 대는 펌프로 닦는다. 물이 사방으로 뛴다. 아이들 웃음 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논에서 놀던 오리들이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덩달아 쫓아와서 꽥꽥거린다.

부래미 고추 홍보에 나선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부래미 고추 홍보에 나선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고추도 있고 고추잠자리도 있다!
고추밭에서 붉은 고추를 땄다. 처음에는 파란 고추를 따다가 아저씨께 설명을 듣고 붉은 고추를 딴다. 고사리 손에 가득 잡힐만큼 따가지고 고추 홍보에 나섰다. 붉은 고추를 들고 ‘사랑해요’ 포즈를 잡아본다.

봉숭아밭, 배밭에는 농부 아저씨의 이름표가 붙어 있다. ‘부래미 복숭아 농장 농장지기 이기열’ 참 예쁜 이름표다. 쓰러진 느티나무에서 노란 독버섯이 이쁘게 나고 개울 도랑에는 뱀 두 마리가 지나간다. 가족들은 뱀이 무섭지도 않은지 구경에 나섰다. 뱀이 놀라서 풀숲으로 사라진다.

가족들이 관람할 수 있게 생태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가족들이 관람할 수 있게 생태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기훈이 어머니 정을순 씨는 요 몇 년 사이에 뱀을 처음 보았다고 한다. 부래미 마을에는 생태공원이 있다. 젊은이가 떠나고 사용하지 않은 농경지가 많이 생겼다. 더불어 저수지에 찾아온 것은 다양한 생물들이다. 생태공원은 잡풀이 마구 자라있어서 원시적인 느낌이 든다.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는 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잘 모르니 갈대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잠자리를 잡는다고 쫓아다닌다. 요즘 잠자리는 눈치도 빠른지 아이들이 다가오자 잡힐 듯 약만 올리고 달아난다. 생태공원을 빠져나오면서 이기열 이장님이 이번에는 풀피리를 불 수 있는 풀을 보여준다.

초봄에 막 새순이 돋아날 때 부는 풀피리 소리가 가장 예쁘고 잘 불어진다. 잎을 뜯어서 불어봤다.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난다. 기훈이가 소리가 날 때까지 혼자 남아서 불어본다. 드디어 ‘삐삐∼’약하지만 풀소리가 난다. 그냥 가던 엄마, 아빠도 돌아와서 다시 불어본다. 갓 알에서 깨어난 새처럼 가냘픈 소리가 난다.

부래미 미술관에서 토우를 만드는 가족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부래미 미술관에서 토우를 만드는 가족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토우야, 내 친구 토우야 잘 있어!
부래미미술관으로 갔다. 가는 길에 잣이 떨어져 있다. 고개를 들고 보니 커다란 잣나무가 한그루 있다. 아직 영글지 않았지만 향긋하다. 부래미미술관에는 도예가 김영국 선생님과 부인 남재분 씨가 함께 공방을 하고 있다. 남재분 선생님이 토우를 어떻게 만드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흙을 몇 번 주물럭거리면 쉽게 만들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간 어렵 지 않다. 물구나무 선 사람, 축구를 하는 사람, 달팽이, 아기를 안은 사람 등 각자 다양한 것을 만든다. 범조는 집을 끌고 가는 달팽이를 만들었고 기훈이는 물구나무 선 사람, 영훈이는 고깔 신발을 신은 사람을 만들었다. 아빠들은 가슴 큰 인어공주를 만들었고 엄마들은 꽃을 든 사람을 만들었다.

가족들이 직접 빚은 토우.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가족들이 직접 빚은 토우.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멋지게 기념 촬영을 했다. 아이들은 부래미 마을에서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은 이번에 만든 토우가 잘 있는지 방학이 끝나기 전에 또 간다고 한다. 부래미 마을에는 토우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Info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일죽IC -> 38번 국도 장호원 방향으로 8km -> 383번 지방도로를 타고 율면 방향 -> 율면 초·중고등학교를 지나서 3분 정도 가면 좌측에 ‘부래미 마을’ 표지판 나옴.

부래미 마을 표지판.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부래미 마을 표지판.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Tip. 부래미 마을
부래미(富來美)마을은 요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농촌체험 마을이다. 부래미는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과 하이트맥주에서 공모한 ‘꿈의 마을’에 이어 경기도 ‘슬로푸드 마을’로 지정되었다. 또한 행정자치부에서 시행하는 ‘정보화 마을’로 선정되어서 마을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가 붙어 있다.

30가구에 76명이 살고 있으며 80세가 넘는 어르신들까지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청춘처럼 살고 있는 젊은 마을이다. 무농약, 저농약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논에는 오리들이 뒤뚱뒤뚱 뛰어다닌다. 축사가 없어서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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