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드라이브 여행] 99km 해안선을 따라서~ 부안 변산반도
[드라이브 여행] 99km 해안선을 따라서~ 부안 변산반도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9.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시원한 변산반도의 풍경을 따라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본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시원한 변산반도의 풍경을 따라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본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부안] 예전부터 변산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인적이 드문 내변산에 올라가 산세에 휩싸인 변산 팔경의 신비도 파헤쳐 보고 싶었고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보고도 싶었다. 그러다 마주친 조용한 포구 마을에 앉아 달달한 소주 한 잔과 싱싱한 회 한 점을 먹으며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는 서해의 낙조를 보고 싶었다.

 부령(부안)포구

                                                                      이규보  

흐르는 물소리 속에 저녁 되고 또 아침 되고,
갯마을 울타리가 그리도 쓸쓸하구나
호수는 맑아서 마음에 달을 교묘히 도장 찍은 듯 하고,
오래된 돌은 물결에 씻겨 편편한 숫돌이 되고,
부서진 배는 이끼가 짚어 누운 채 다리가 되었네.
강산의 온갖 경치를 읊어서 그려 내기 어려우니
모름지기 단청을 사서 그림붓으로 그리리라

곰소항 뒤에 넓게 펼쳐져 있는 곰소염전. 아직도 재래식으로 소금을 생산해 내고 있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곰소항 뒤에 넓게 펼쳐져 있는 곰소염전. 아직도 재래식으로 소금을 생산해 내고 있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부안에서 변산 반도로 진입하는 코스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부안 IC에서 진입하여 30번 국도를 타고 새만금방조제가 있는 길로 들어서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곰소항과 가까운 줄포 IC로 들어와 30번 국도를 타는 방법이다. 이 해안 도로를 달리다보면 삶의 희노애락이 드러난다.

아름다운 바다풍경, 연이어 나타나는 가난한 포구 마을, 물 빠진 갯벌 위에 애처롭게 주인을 기다리는 갯배, 해수욕장에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 위도 원자력발전소 폐기물 매설에 반대하며 붙여놓은 분노의 노란 깃발과 플래카드. 변산반도 30번 국도 99km길에는 삶이 있어 즐겁고 슬프고 기쁘다.

150살 먹은 전나무들이 양측에 늘어서 있는 내소사 해탈길.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150살 먹은 전나무들이 양측에 늘어서 있는 내소사 해탈길.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맨 처음으로 들른 곳이 개암사. 개암사는 내소사와 함께 백제 시대 때 창건된 절이지만 잘 알려진 절은 아니다. 예전 건물은 허물어지고 새로 지었는데 편의에 의해서 축대와 건물을 세웠기 때문에 아름다운 건축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개암사 들어가는 길에 조성된 호박돌 깔린 길이 가장 정겹게 느껴진다.

대웅보전 현판.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대웅보전 현판.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 길을 포장하겠다고 나섰을 때 변산의 유지들은 승려들을 열심히 뜯어말렸다고 하는데 천만다행이다. 사찰 대웅보전에는 도깨비가 산다. 그것도 처마 밑에 2마리나 있다. 잡귀를 쫓으려고 대웅보전 처마 아래에 2개의 귀면을 새겼는데 이 도깨비 얼굴을 가리지 않게 하느라고 대웅보전의 현판을 작게 제작했다.

추녀 끝에는 각기 다른 동물의 머리가 새겨져 있는데 좌측에는 용이 우측에는 호랑이가 새겨져 있다.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용을 뜻하는 것이라 했다. 개암사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내려왔다가 30번 국도로 들어오면 석포 삼거리가 나타난다. 그 곳에서 우회전해서 들어가면 유명한 내소사가 있다.

백제시절에 창건했다고 하는 내소사 대웅보전의 모습.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백제시절에 창건했다고 하는 내소사 대웅보전의 모습.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는 6백m길에 1백50살 정도 먹은 멋진 전나무들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내 키보다도 몇 배는 더 큰 전나무숲 산책길은 마음을 경건하게 만든다. 내소사에 들어서면 스님들의 염주를 만드는 보리수나무 뒤로 대웅보전이 있다. 워낙 오래되서 화려한 단청도 세월과 함께 모두 벗겨졌지만 8짝 문살에 새겨진 연꽃, 국화, 모란 같은 꽃문양만큼은 선명하다.

단청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면 참 예뻤을텐데 속절없는 세월이 아쉬움만 남긴다. 내소사에 가면 꼭 마셔볼 것이 있다. 내소사 일지스님이 개발했다는 일명 ‘솔바람차’다. 사천왕문 왼편에 있는 상점에서 파는데 한 잔에 3천원. 솔잎향을 어떻게 우려냈는지 시원한 차 한 잔을 마시면 잎에서 솔바람이 부는 것 같다.  

곰소항 어시장은 주말이면 빽빽하게 장이 들어선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곰소항 어시장은 주말이면 빽빽하게 장이 들어선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렇게 천천히 사찰을 둘러보다보면 배꼽시계가 사정없이 울린다. 곰소항에 가면 젓갈시장 내에 횟집과 젓갈집이 많다. 바다가 보이는 난전 식당에 앉아 싱싱한 횟감을 먹을 수 있다. 기왕이면 곰소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젓갈백반을 선택하기를. 백반을 시키면 9가지 젓갈이 나올 정도로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맛있는 식사와 쇼핑을 즐기고 난 후 또다시 떠나야 할 곳은 왕포포구다. 바다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포구이다. 물이 빠지는 날이면 갯벌체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물때를 잘 맞춰서 들어가야 한다. 이곳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노송이 병풍처럼 둘러진 모항 해수욕장이 있다.

아름다운 변산반도 바다 풍경.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아름다운 변산반도 바다 풍경.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해수욕장 뒤로는 기암괴석과 갯바위 낚시터로 유명한 조그만 포구가 있다. 너무 평범해서 튀는 포구.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가끔씩 문인들의 글에도 심심찮게 등장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언제고 다시 한 번 가봐야지. 모항은 낙조도 유명해서 관광사진에 자주 등장한다.

이렇다 보니 부안군에서는 모항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는데 조그만 포구의 맛이 사라질까하는 걱정도 앞선다. 변산은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강화 석모도에 이어 서해안의 3대 낙조로 불릴 만큼 저녁 무렵이면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다. 모항을 비롯하여 전북학생해양수련원 앞에 있는 솔섬, 해넘이 채화대가 있는 격포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그야말로 일품이다.

모항을 벗어나 새만금 방조제 방면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면 이제부터는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상록해수욕장, 격포해수욕장, 고사포송림해수욕장, 변산비키니해수욕장이 차례로 나타난다. 상록해수욕장 옆에는 거대한 오토캠핑장 시설이 있어 텐트를 치고 지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모항 해수욕장 모습.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모항 해수욕장 모습.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해수욕장에 들어갈 때는 입장료 관계가 조금 복잡하다. 국립공원, 공무원 관리공단 등 요금받는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이중으로 요금을 내는 것은 아닌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해수욕장 근처에도 볼거리가 있다. 요즘 부안에서는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이 한창이다. 운이 좋으면 해안가에서 이들의 촬영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데 세트장이라도 확실하게 구경하고 싶다면 부안영상테마파크에 가면된다. 격포근처에서 테마파크로 빠지는 도로가 있다.

촬영이 본격화 되면 입장료도 받을 예정이다. 격포항 근처에는 그 유명한 채석강이 있다. 채석강은 세월이 흐르면서 단층과 습곡이 유난히 발달한 기암절벽이다. 절벽의 모양새도 중요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20여개의 해식동굴을 구경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해식동굴을 통해서 바다를 바라보면 또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묘해진다. 그러나 이 동굴 안에 들어가 보려면 물이 빠지는 썰물시점에 들어가야 한다. 밀물 때면 1~2m 높이로 물이 올라와 있어서 닭이봉이라는 유명한 절벽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기암절벽이 멋진 적벽강.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기암절벽이 멋진 적벽강.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채석강에서 격포해넘이 해수욕장을 넘으면 적벽강이 보인다. 적벽강은 중국 북송 때 시인 소동파가 놀았다던 중국의 적벽강과 모양이 흡사해서 그 이름을 따서 불렀다. 검붉은 색 바위와 채석강과 비슷한 모양의 지층바위들이 병풍을 두른 듯 펼쳐져 있다. 격포지역을 지나 변산 해수욕장을 지나면 그 유명한 새만금 방조제가 보인다.

길이 33km의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될 거라는데 벌써부터 우려 반 기대 반의 목소리가 높다. 자연파괴의 현장이 될 것인가 역사의 한 자락을 장식할 이로운 사업이 될것인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같다. 이것 뿐이 아니다. 아직도 앙금이 가시지 않는 핵폐기장 시설을 놓고 격포리 주민들은 농성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선착장 풍경.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선착장 풍경.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노란 깃발과 선착장에 노란색으로 그려 넣은 표식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과연 자연을 살리면서 발전을 모색할 수는 없는 건지…. 이런 생각을 하며 달리는 사이 99km의 변산 해안일주는 끝이 난다. 만약 해안일주를 결심했다면 급하게 서두르지 말 것을 권한다.

느림의 미학이랄까? 가는 걸음을 한걸음 늦추고 마음을 열면 풍경이 보인다. 가는 길에 은빛 바다와 대화도 나누어 보고 갓 잡아올린 바다생선으로 회도 한 점 먹어보고, 시원한 바다에서는 멋진 절경과 어우러진 레포츠도 즐기고…. 급하게 서둘러 봐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서운한 마음과 주머니 속에 어지럽게 쑤셔 박힌 입장료 영수증만 남을 뿐이다.  

한정식 한상.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한정식 한상.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Tip. 
맛집
깔끔한 전북의 손맛 한정식 전문점 당산마루 : 산마루는 부안에 있다. 군청에서 불과 2-3분 거리. 옛 찻집처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깔끔한 식당 분위기가 밥맛을 돋운다. 맛있는 청국장, 홍어회, 각종 구이와 나물 등 20여 가지의 반찬이 상 위에 오른다.

왕포리조텔 모습.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왕포리조텔 모습.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잘 곳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쉬는 곳, 왕포리조텔 : 왕포리조텔은 바닷가에 서있다. 밀물 때는 찰랑찰랑한 바다풍경을 보고 썰물 때는 물 빠진 갯벌로 나가 체험을 즐긴다. 바로 몇 걸음 못 가 왕포포구에 시장이 들어서서 싱싱한 횟감이나 생선들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곳은 바다낚시가 유명해서 바다낚시 마니아도 자주 찾는다. 탤런트 이덕화, 최주봉도 이 집의 단골손님이다. 

40여 종이 넘는 젓갈을 판매하고 있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40여 종이 넘는 젓갈을 판매하고 있다. 2004년 9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살거리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곰소소금으로 만든 젓갈, 오가네 젓갈 : 낙지젓, 어리굴젓, 창란젓, 명란젓, 아가미젓, 바지락젓 등 맛깔나는 젓갈의 종류만 40여종이 넘는다. 젓갈도 집집마다 비법이 달라 맛이 다른데 이집 젓갈은 삼삼해서 반찬으로 먹기 알맞다. 택배로 주문을 하면 하루 만에 도착하기 때문에 싱싱한 젓갈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김치담는 액젓부터 5백g짜리 병 2개들이, 4개들이 선물세트가 있다.

Info
변산반도는 국립공원 유원지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해수욕장이 많은 격포리 주변으로 가면 국립공원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는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1일 1회 징수가 원칙이므로 입장료를 냈다면 그 영수증을 잘 보관했다가 다음 매표소에서 징수원에게 내밀어야 한다.

우스개 소리로 변산 한번 돌고 나면 1만5천원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로 내야할 돈이 많은데 주차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곳이라면 그냥 통행료만 내면된다. 군민도 예외는 아니다.

가는 길 
부안IC로 진입할 경우 : 서해안 고속도로 -> 부안 IC -> 30번 국도
줄포IC로 진입할 경우 : 서해안 고속도로 -> 줄포 IC -> 710번 지방도 -> 30번 국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