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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체험여행] 지리산부터 섬진강, 다도해까지 꽉 채웠다! 구례‧하동‧남해 1박2일 돌아보기 
[체험여행] 지리산부터 섬진강, 다도해까지 꽉 채웠다! 구례‧하동‧남해 1박2일 돌아보기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8.0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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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사이에 자리한 작은 사찰 사성암
소설 ‘토지’ 속 고택 옮겨놓은 최참판댁
충무공의 숨결 엿볼 수 있는 관음포
사진 / 유인용 기자
하동 평사리공원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모습. 뒤로는 지리산에서 뻗어나온 산맥이 펼쳐진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하동] 위로는 지리산, 옆으로는 섬진강, 아래로는 남해에 맞닿아 있어 산과 강,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이점을 지닌 경남 하동. 일정을 알차게 채우면 이 모든 풍경을 1박2일 동안 누릴 수 있다. 하동을 메인으로 구례와 남해까지, 말 그대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풍성한 남해 여행을 떠나보자.

산 위의 암자, 산골짜기의 시장
구례 오산의 한 기슭에는 작은 암자가 하나 있다. 원효대사, 의상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 등 네 명의 스님이 수도했던 암자 사성암이다. 풍경이 수려해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의 ‘소금강’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오산. 산 위에 만들어진 사성암은 암벽 사이에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절벽 위에 길쭉한 다리를 내리고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모양새가 독특하다.

사찰 한편에는 동전이 잔뜩 붙은 검은빛의 넓은 바위가 하나 있는데 ‘딱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소원바위다. 먼 길 올라온 방문객들이 소원을 빌고 간 흔적이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멀리로는 구례와 섬진강의 모습이 아스라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찔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암벽 위에 다리를 내린 사성암 약사유리광전.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딱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사성암의 소원바위.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찰은 규모가 크지 않아 한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고 셔틀버스를 타면 보다 편리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사성암 셔틀버스는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요금은 왕복 3400원이다.

짧은 등산으로 허기진 배는 시장에서 채워보자. 하동의 화개장터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하는 조영남 씨의 유행가가 워낙 유명해 정확한 위치는 모르더라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곳이다. 노랫말 그대로 화개장터는 전남 구례와 광양, 경남 하동이 만나는 꼭짓점에 자리한다.

입구에서는 엿장수가 노래에 맞춰 북을 치며 흥을 돋우고 찹쌀부꾸미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장터 사이로 퍼진다. 쫀득한 도토리묵부터 쑥떡, 단호박식혜, 매실차 등 다양한 주전부리가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구례와 광양, 하동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화개장터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시장이기도 했다. 해방 이후 사라졌다가 조영남 씨의 노래 '화개장터'가 히트를 치면서 복원됐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화개장터 입구의 엿장수가 장터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김경연 하동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지금의 화개장터는 산 사이에 둘러싸여 있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섬진강의 폭이 넓어 배가 장터까지 올라왔었다”며 “구례의 농산물, 지리산의 산나물과 약초, 삼천포의 수산물까지 전라도와 경상도 곳곳의 수확물들이 한데 모였던 화개장터는 해방 직전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장이었다”고 말했다.

해방이 되면서 서서히 사라졌던 화개장터가 부활한 것은 1999년 조영남 씨의 노래가 히트를 치면서부터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큰 불이 나 시장 전체가 전소됐고 초가로 만들어진 현재의 장터 모습은 이후 복원된 것이다. 하동에 5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만 장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장날이 따로 없는 상설시장이다.

화개장터에서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신토불이 농산물들만 취급한다. 만약 수입품을 판매하다가 적발되면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도록 화개장터상인회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상인회에서 관리하는 상점은 네모난 간판을 달고 운영하는 74곳으로, 다양한 주전부리와 약초, 농산물 등을 판매한다.

김유열 화개장터상인회 회장은 “화개장터는 어떤 농산물이든 믿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산과 물, 공기가 좋은 시장, 쉬어갈 수 있는 시장으로 가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김유열 화개장터상인회 회장은 "화개장터에서는 오로지 우리땅에서 나고 자란 신토불이 농산물만 판매하는 만큼 믿고 구입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도자기 명장이기도 한 김유열 회장은 장터에서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화개장터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지리산 약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화개천에서는 참게가 많이 잡힌다. 들깨가루를 넣고 구수하게 끓인 참게탕. 사진 / 유인용 기자

장에서는 도자기 빚어보기, 천연 비누 만들기, 천연 염색 등의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체험비는 각각 5000원으로 즉석에서 신청해 바로 체험 가능하다.

한편 화개장터 인근으로는 재첩과 참게, 은어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다양하게 있다. 하동이 자리한 섬진강 하류는 밀물 때는 바닷물, 썰물 때는 민물이 되는데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며 자란 섬진강 재첩에서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영양가도 더 많다. 꽃게보다 크기가 작은 참게는 섬진강으로 내려가는 화개천 일대에서 주로 잡힌다. 참게는 게장을 담기도 하고 들깨가루를 넣고 구수하게 참게탕을 끓이기도 한다. 은어는 장마가 지난 요맘때 딱 맛있는 민물 생선으로 회로 먹거나 튀겨서 먹기도 한다.

INFO 사성암
주소 전남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길 303

INFO 화개장터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일대

하동의 대표 아이템, 녹차와 소설 ‘토지’
장터에서 위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지리산 한 기슭에 하동 야생차박물관이 자리한다. 녹차 하면 흔히 보성과 제주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으로 차를 재배했던 지역이 바로 하동이다.

김경연 해설사는 “통일신라시대 세워진 국보 제47호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에 차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다”며 “보성과 제주가 녹차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곳이라면 하동은 농가에서 조금씩 녹차를 재배하며 야생으로 자라는 차밭도 있다”고 말했다.

하동의 야생차박물관. 사진 / 유인용 기자
하동의 야생차박물관. 쌍계사 진감선사탑비에 따르면 하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차를 재배하기 시작한 곳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박물관에서는 차를 직접 덖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다도체험은 사전 예약자에 한해 무료로 가능하며 한복 대여도 할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박물관에서는 차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고 차를 직접 덖어보는 것도 가능하다. 두꺼운 장갑을 착용한 후 360도로 뜨겁게 달군 무쇠솥에 찻잎을 넣고 덖는 체험이다. 이후 일정 기간 찻잎을 말린 뒤 집으로 배송 해준다. 정갈한 다기와 함께 하는 다도 체험은 한복을 대여해 입은 채 체험해볼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체험관 1층에서는 하동 녹차를 시음하거나 구입할 수 있다. 하동에서 최근 인기를 끄는 제품은 찻잎을 숙성해 만든 숙성차로 일반 녹차에 비해 쓰거나 떫은맛이 덜하고 속이 편안한 점이 특징이다.

장터에서 배를 채우고 후식으로 차도 마셨다면 이번엔 다시 몸을 움직여볼 차례다. 야생차박물관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에 자리한 최참판댁은 박경리 작가가 25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집을 현실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곳이다.

김경연 해설사는 “박경리 작가는 소설을 집필하던 당시 악양에 와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통영과 진주 등 인근 지역에 살면서 ‘하동의 악양이 부자 동네더라’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라며 “소설 속에서 대부호로 그려지는 만큼 악양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의 최참판댁은 드넓은 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조성했다”고 말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최참판댁에서 내려다본 악양면의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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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은 가옥 내에 연못이 딸려 있는 것을 통해 대부호의 저택임을 추측할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박경리문학관은 소설 <토지>의 일부 장면을 발췌하는 등 내부를 꾸며 놓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최참판댁은 조선 후기 만석꾼의 집을 재현해 놓았다. 대문으로 들어가면 문간방이고 오른편은 시원하게 뚫린 사랑채다. 문간 왼편으로는 연못이 딸린 여자들만의 공간 별당이 있다. 가옥 내에 연못이 있을 정도이니 최 참판이 얼마나 부잣집이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 2004년 방영된 드라마 ‘토지’를 비롯해 최근까지도 여러 사극이 최참판댁에서 촬영됐다.

최참판댁에서 길 건너로는 박경리문학관이다. ‘토지’를 연재하던 당시 소설이 실렸던 잡지를 비롯해 작가의 사진, 작가가 사용했던 물품 등을 전시해놓았다. 소설책도 구입할 수 있다.

한옥에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면 최참판댁 뒤쪽에 마련된 숙박체험동을 이용해보자. 악양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한옥에서 낭만적인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외관은 한옥이지만 내부는 최근 리모델링을 해 시설을 깔끔하게 갖췄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최참판댁의 숙박체험동에서는 고택 숙박도 해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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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숙박체험동 내부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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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한편에 자리한 평사리공원에는 자동차야영장과 텐트야영장이 모두 갖춰져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한편 최참판댁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의 평사리공원에서도 특별한 숙박을 할 수 있다. 악양면에서 흘러내려오는 개울이 섬진강으로 합쳐지는 곳에 자리한 평사리공원은 섬진강의 고운 은모래와 반짝이는 강물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자동차야영장과 텐트야영장을 모두 갖췄으며 특히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붐빈다. 최참판댁과 평사리공원의 숙박은 하동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INFO 최참판댁
입장료 어린이 1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성인 2000원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76-23

INFO 평사리공원
이용요금 텐트 사이트 2만원, 자동차 사이트 2만4000원, 카라반 사이트 3만원
이용시간 입실 오후 2시, 퇴실 익일 오전 11시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일대

충무공과 원효대사의 발자취
하동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이튿날에는 남해로 여정을 이어본다. 평사리공원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면 하동과 남해를 잇는 노량대교가 나오고, 길을 이어가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을 만날 수 있다.

흔히 노량해전으로 불리는 임진왜란의 마지막 격전지이기도 한 관음포에는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 이락사가 있다. 사당 옆으로는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길을 따라 약 500m 걸으면 남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첨망대가 나온다. 충무공이 이끈 조선군이 승리했던 곳이니만큼 충무공의 정신을 한 번 더 되새겨볼 수 있는 장소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하동에서 노량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면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이 자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첨망대에서 내려다본 남해 앞바다의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관음포에서 남쪽으로 30km 가량 이동하면 다랭이마을이 땅 끝까지 달려온 여행자를 반긴다. 초록빛 논이 층층이 쌓인 마을 모습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마을 입구의 전망대에서는 논과 마을, 남해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에는 남해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맛집이 곳곳에 자리한다. 남해 인근에서 나고 자란 재료를 사용해 푸짐하게 차려낸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신선한 회무침부터 숯불생선구이, 수육, 멸치쌈밥, 해물칼국수 등 메뉴가 다양해 취향대로 골라 즐기면 된다.

다랭이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 활동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여름에 가장 인기가 많은 체험은 손그물 낚시. 동글동글한 자갈이 깔린 몽돌해안 체험장에서 멍게를 미끼삼아 물고기를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체험관인 두레방에서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과 민박, 먹거리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다랭이마을 전경. 산자락을 따라 680여 개의 다랭이논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손그물 낚시 체험에서는 멍게를 미끼로 해 직접 손으로 물고기를 잡아볼 수 있다. 사진제공 / 다랭이마을
사진 / 조아영 기자
남해 보리암은 용한 기도터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보리암의 해수관세음보살상. 사진 / 조아영 기자

다랭이마을에서 동쪽 바다 너머로 자리한 금산 보리암은 구례의 사성암과 비슷하게 산기슭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루는 사찰이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도터로도 이름나 있다. 암자에서 위쪽으로 5분 정도 더 올라가면 금산 정상에 닿을 수 있으며 시내와 멀리 반짝이는 남해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INFO 남해 관음포 이충무공 유적
주소 경남 남해군 고현면 차면리 산 125

INFO 다랭이마을
주소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679번길 21

INFO 보리암
주소 경남 남해군 상주면 보리암로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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