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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서해안 맛기행] 고창 풍천장어구이, 바람 몰고 다니는 장어라 힘이 좋아!
[서해안 맛기행] 고창 풍천장어구이, 바람 몰고 다니는 장어라 힘이 좋아!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1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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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바람을 몰고 다닌다는 풍천장어.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바람을 몰고 다닌다는 풍천장어.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고창] 가을바람에 바람나기(?) 좋은 곳이 고창이다. 살살 붉게 물든 나무 밑을 걸으면 저절로 손이 옆 사람에게 간다. 사실 사람만큼 따뜻한 게 없다. 둘이 갈 곳도 많다. 고창읍성 길도 걸어보고 구시포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에 얼굴도 젖어보고 새벽에 운무에 쌓인 선운사도 오르고….

고창에서 꼭 빼먹지 말아야할 게 있다. 풍천장어구이! 이름이 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풍천은 선운사 앞으로 흐르는 인천강이 바닷물과 어울리는 곳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강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바람을 끌고 온다. 그래 바람 풍(風), 내천(川)자를 써서 풍천이다.

그 센 바람을 타고 바다와 민물사이를 오가는 장어가 바로 풍천장어. 옛날에는 인천강 중류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의 장어가 이동하는 거리보다 훨씬 길었기에 예로부터 고창의 풍천장어의 힘은 알아주었다나. 요즘엔 복분자 술까지 나와 술도 안주도 힘(?)을 더해주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장어장터 박종선씨.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장어장터 박종선씨.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숯불로 굽는 장어구이.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숯불로 굽는 장어구이.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장어장터 주인장 박종선 씨는 선운사가 고향이다. “식당을 하면서 고향에 누가 되면 안 되지요. 오셨으면 맛있게 먹고 가야지요. 그래, 참숯불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왔다 갔다 굽고 있으면 온통 땀 투성이가 되기도 하고 또 숯불에 굽다 보니 느려서, 기다리다 못해 가는 손님도 있지요. 그래도 숯불에 구워야 제 맛입니다.”

고창 풍천장어의 제 맛을 위해 숯불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박종선 씨가 구워주는 장어는 더 고소한 느낌이다. 고추장 소스, 마늘 소스를 묻혀서 숯불에 자글자글 구우면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익기 전에 젓가락이 간다. 특히 마늘 소스를 묻혀서 구운 장어는 별미다. 느끼하지 않고 장어의 부드러운 육질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야채도 직접 재배한다. 그러면서도 가격 또한 저렴해서 1kg(4마리)에 2만4천원이다.  

Tip. 1박 2일로 떠나는 고창 서정여행
고창은 빡빡한 답사여행보다는 단풍 드는 소리를 들으며 느릿느릿 걷는 오감여행이 좋다.

● 첫째날 : 고창읍성 -> 판소리박물관 -> 신재효 생가 -> 고인돌군락지 -> 구시포해수욕장
● 둘째날 : 선운사 -> 선운산 등산 아침에 출발해도 점심 때 쯤 도착한다. (서울 -> 고창까지 3시간 40여분 정도 소요)

우선 고창시내에 있는 고창읍성을 둘러본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1453)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축성한 성곽이다. 길이 1천6백84m, 높이가 4∼6m, 성안 면적이 5만평이 넘는다. 성에는 1976년에 복원해 놓은 동헌, 객사, 내아 등 14동의 건물이 있다. 고창시내가 내려다보이고 성 안은 멋스럽게 자란 소나무가 운치를 더 한다.

고창읍성.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고창읍성.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말이 전해진다.(1시간 정도 소요). 읍성 바로 앞에는 판소리박물관과 신재효 고택이 있다. 신재효(1812-1884) 선생은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별가, 적벽가, 변강쇠 등 판소리 여섯마당을 집대성한 분이다. 이 생가에서 소리꾼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며 후원을 했다고 한다. 판소리박물관을 보고 생가를 돌아보면 이해가 더 쉽게 된다.

읍성에 그냥 차를 주차시켜 놓고 둘러보면 된다. 고창읍성에서 아산면 쪽으로 20여분 정도 가면 고인돌 군락지다. 고인돌은 지상이나 지하의 무덤방 위에 거대한 돌을 덮은 선사시대의 무덤으로 고창 인근에 2천여 개가 널려있다. 고창 고인돌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전에는 낮은 야산이나 밭이라서 아이들이 뛰어놀다 힘들면 올라가서 쉬던 요상하게 생긴 바위였다.

동네 주민들에게 친근한 바위가 세계문화유산이다. 자연 그대로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 고인돌에서 상하면 쪽으로 40여분 정도 가면 구시포해수욕장이다. 구시포에서 지는 노을이 참 곱다. 긴 백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봐도 좋다. 해수욕장 주위로 횟집들이 많이 있으므로 떨어지는 노을을 보며 저녁을 먹는다.

선운사.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선운사.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소나무 숲 뒤, 해수욕장 입구에 해수찜월드가 있어서 가족끼리 해수찜을 해도 좋다. 해수찜에서 여장을 풀거나, 선운사가 20여분 거리에 있으니 선운사 근처에서 숙박을 하면 된다. 둘째 날. 선운사는 이른 시간에 돌아보는 게 운치를 더 한다. 선운이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선운사는 구름 낀 운무가 아름답다. 선운사 -> 도솔암 -> 마애불상까지 넉넉잡고 2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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