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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겨울여행제안] 겨울 바다와 눈을 맞추다, 정동진 하슬라아트월드
[겨울여행제안] 겨울 바다와 눈을 맞추다, 정동진 하슬라아트월드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4.12.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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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하슬라아트월드.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하슬라아트월드.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강릉] 수평선에 눈을 맞출 수 있는 바닷가 언덕. 키작은 해송 사이에 앉아 온종일 바다와 해를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곳. 그 곳이 하슬라아트월드다.    

재작년 정동진을 찾았을 때 당황했다. 한적했던 바닷가에서 도시의 유흥가와 마주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수많은 ‘원조’ 음식점들과 국적불명의 모텔, 땅 매매를 알리는 부동산들로 어지럽기만 했다. 정동진 하슬라아트월드를 소개받았을 때 그 아수라장이 떠올랐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하슬라아트월드는 정동진 북새통에 있지 않았다.

아트갤러리는 커다란 구형 천막이다. 밤에 불을 밝히면 마치 등을 켠 듯하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아트갤러리는 커다란 구형 천막이다. 밤에 불을 밝히면 마치 등을 켠 듯하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하늘전망대.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하늘전망대.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등명락가사에서 정동진 역쪽으로 가는 해안도로 언덕을 넘어서면, 육지 쪽으로 활처럼 휘어져 들어간 만 안쪽, 정동 1리에 입구가 있다. 곧바로 언덕으로 올라가는데 이 척박한 바닷가 산등성이가 곧 ‘하슬라아트월드’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바로 넓은 나무데크를 지닌 유리로 된 건물이다. 거친 바닷바람 속에서 이 겨울을 온전히 버텨낼까 싶은, 넓은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유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은연중 두 번째 선입관을 드러냈다.

‘조각품들이 군데군데 있는 정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맞으면서도 사실로는 부족한 표현이다. ‘아트’의 의미가 '조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있기 때문이다. 건축과 조경과 길과 예술이 함께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공간은 불가능 할까? 박신정(42)하슬라아트월드 대표의 작은 의문에서 비롯되어, 마침내 현실로 존재하게 된 이 공간에 이미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길은 모두 바다로 흘러내려간다. 나무데크는 해송 숲을 보호하기 위한 것.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길은 모두 바다로 흘러내려간다. 나무데크는 해송 숲을 보호하기 위한 것.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유리로 된 카페에서 이어진 바다전망대의 널찍한 데크. 하슬라아트월드의 조형물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부속물'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유리로 된 카페에서 이어진 바다전망대의 널찍한 데크. 하슬라아트월드의 조형물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부속물'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앉았다 가세요' 조각 작품은 손대지 않고 감상하는 것이란 통념을 버렸다. 하슬라아트월드의 조형물은 만지고 앉거나 타도된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앉았다 가세요' 조각 작품은 손대지 않고 감상하는 것이란 통념을 버렸다. 하슬라아트월드의 조형물은 만지고 앉거나 타도된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그 가운데 ‘바다를 주 테마로 한 자연과 예술의 조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예술’ 등의 수식어로 이 공간을 설명하려는 이도 있다. 그러나 키 작은 해송 사이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언어적 행위 자체가 부질없어진다. 물론 자연의 특징과 어울려 정원을 연출하고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존재하긴 한다.

소나무정원, 바다정원, 습지정원, 논밭정원, 시간의 광장 등 나름대로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의 주인은 자연이다. 누구나 만지고 올라앉을 수 있는 조형물들은 예술 작품 이전에 ‘그 자리가 낳은 부산물’이다. 자연이 주인답게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내내 연다. 봄의 해무, 여름의 야경, 가을의 꽃, 겨울의 은은한 수평선이야말로 하슬라아트월드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작품이다.

‘하슬라’라는 예쁜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고구려 때 이 일대를 일컫던 지명이다. 신라로 넘어와서는 ‘아슬라’라고 불렀다.

Tip. 가는 길
강릉과 동해를 잇는 7번 국도 쮝 동해1터널을 지나 곧바로 정동진 쪽으로 좌회전 쮝 정동진 역앞을 지나 통일공원쪽으로 가는 해안도로타고 5분. 이용정보 관람료 어른 5천원. 아동·청소년 4천원. 주말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개관(동절기). 연중무휴.

하슬라아트월드의 박신정 대표.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하슬라아트월드의 박신정 대표.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Interview 하슬라아트월드 대표│박신정
“하슬라의 주인은 자연입니다. 바다가 가장 큰 상품이지요. 가까운 예술가들은 이 곳을 ‘항상’이라고 부르죠. 항상 바다를, 해와 달과 별과 수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겁니다.”

척박한 언덕을 자연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인간이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자면 적잖은 수고를 했을 것 같은데, 그 모든 수고보다 늘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 바다가 최고의 상품이란다. 하슬라아트월드는 대구 경일대 교수로 재직했던 박신정 대표가 14년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면서 부군 최옥영 강릉대 교수와 만든‘일터’이다. 박 대표가 사업기획과 진행을 맡았고 최 교수가 설계와 디자인을 하여 3년을 고생한 끝에 작년 11월 개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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