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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여행 레시피] 통영의 서쪽 섬, 사량도 웃섬과 아랫섬을 오가는 바다 여행
[여행 레시피] 통영의 서쪽 섬, 사량도 웃섬과 아랫섬을 오가는 바다 여행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9.08.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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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서쪽, 한려해상의 중심에 자리한 사량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언급됐던 조선수군의 주요거점
고성에서 들어가는 뱃길이 가장 가까워
통영 사량도 지리산에서 내려다 본 넓게 펼쳐진 바다가 인상적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통영] 거제 지심도에서 여수 오동도까지 이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의 딱 중간쯤 위치한 사량도는 산꾼과 낚시꾼의 사랑을 골고루 받는 통영의 서쪽 섬이다.

서북쪽의 상도(웃섬)와 하도(아랫섬), 수우도 등의 유인도와 술미도를 포함한 열일곱 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통영의 작은 섬 사량도는 상도와 하도 사이의 해협이 가늘고 긴 뱀처럼 구불구불해 ‘박도’라는 옛 지명 대신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원래는 고성군이었다가 1914년 통영 원량면이 되었고, 1955년 다시 사량면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 섬의 이름이 박도였던 고려시대에는 ‘박도구당소’라는 게 있어 봄•가을로 남해의 호국신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조선 초기엔 박도와 인접한 ‘구랑량만호진’의 수군과 병선의 정박지로 쓰였고, 섬 안에 밭을 일구어 직접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러다 아예 진영을 이 섬으로 옮겨 ‘사량만호진’을 설치했고, 성종 21년(1490)엔 사량진성을 축성해 진영의 위용을 갖추었다.

사량진은 임진왜란 당시 호남과 영남 바다를 잇는 조선수군의 주요거점이었으며, 통제영이 설치된 이래 ‘통영군창둔전’ 등의 방목지와 거북선, 병선 또 장졸 220여 명이 상주한 요충지였다. 실제 이순신장군이 쓴 <난중일기>에도 “아침식사 후에 출항하여 사량으로 향했다.” “흐리나 비는 오지 않았다. 새벽에 출발하여 사량 바다 가운데에 이르니”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사량도로 가는 배는 사천 삼천포항, 고성 용암포, 통영 가오치항과 미수항 등에서 탈 수 있는데, 순전히 배 시간만 놓고 보자면 고성 용암포에서 가는 게 20분 남짓으로 제일 짧다. 거주지와 가까운 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지만 뱃멀미가 심하다면 다른 곳의 절반 수준인 고성에서 타는 게 낫다. 고성에서 사량도로 가는 배안에선 공룡박물관과 상족암군립공원, 또 가야 할 사량도 웃섬의 윤곽이 제법 가깝게 보인다.

계단과 안전시설이 설치되고 우회로가 생긴 산은 예전과 달리 선택 산행이 가능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량도의 등뼈, 지리산과 옥녀봉
바다 건너 지리산(1915m)이 보인다 하여 ‘지리망산’ 또는 남쪽 바위벼랑이 새드레(사다리)처럼 생겨 ‘새들산’으로도 불렸던 사량도 지리산(397.8m)은 산림청 100대 명산에 꼽힐 만큼 산세가 범상치 않은 곳이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인 기암절벽 덕분에 먼 곳의 산꾼까지 불러 모으지만, 예전엔 누구나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산이었다. 물론 지금은 계단과 안전시설이 설치된 데다 위험 구간과 우회로로 길이 나뉘어 컨디션과 체력에 따른 선택 산행이 가능하다. 

사량도 지리산에서 내려다 본 사량도의 전경, 옆쪽으로는 원추리가 피어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외줄 하나에 의지해 올랐던 사량도 지리산~옥녀봉 능선에 생긴 출렁다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해안에서 시작하는 지리산~달바위(400m)~옥녀봉(281m) 등산은 초반부터 만만치 않다. 땀이 줄줄, 이마를 적시며 흥건하다. 위험구간에선 절절, 식은땀이 흐르지만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안전한 산이다.

높은 곳에 서자 선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무작위로 흐르는 볕이 흠이긴 한데 막상 숲으로 들어서면 대형 선풍기를 열 대쯤 틀어놓은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분다. 산에서의 바람은 소금기 가득한 여타의 바닷바람과는 다르다. 섬의 숲은 짠내를 막고 솔향 짙은 초록바람을 품고 있다. 산행 막바지쯤 출렁다리에 닿는다. 

이 다리와 계단이 생기기 전엔 덜덜덜 다리를 떨며 외줄 하나에 의지해 올랐던 산, 누군가에겐 짜릿한 스릴과 재미를 주었던 곳, 거슬러 오르면 오랜 세월 섬 주민들이 나무하러 다닌 길, 파도가 철썩대는 바다를 향해 포효한 섬, 무수한 사연들이 바람을 타고 흩뿌려진 숲…. 그 길을 따라 산을 내려선다.

상도와 하도를 잇는 사량대교는 섬과 섬을 잇는 연도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상도, 자동차로 달리는 해안일주도로
상도는 산꾼들이 몰리는 곳이자 면소재지가 있어 북적북적 활기에 찬 섬이다. 배가 닿는 곳이 금평과 내지항이므로 해안일주도로 드라이브는 각각 도착한 항구에서 시작한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출발해 반대쪽으로 돌아오면 사량대교를 기점으로 한 8자형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약 2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차로 휭하니 달리고 떠나오기엔 아쉬운 곳들이 많다. 상도의 대표적 여행지는 모래가 고운 대항 해변이다. 출렁다리에서도 빤히 내려다보일 정도인데 ‘잘록하게 생긴 큰 목’이란 이름 뜻처럼 부드럽게 파고든 U자형이다. 차에서 내려 신발을 벗고 부러 모래를 밟는다. 송송 뚫린 구멍에선 작은 게들이 숨바꼭질을 한다. 사람이 없으면 고개를 내밀지만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면 순식간에 숨어버린다. 운문에 싸인 옥녀봉도 보인다.

사량대교로 들어서기 전 조성되어 있는 고동산 해안둘레길 안내 표지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최영장군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사당의 모습.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수우도전망대에서는 ‘통영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는 수우도를 볼 수 있다. 섬의 형상이 소와 같아서 생긴 이름인데, 동백섬으로도 불린다니 봄꽃이 필 때 더 좋을 곳이다. 금평리 골목을 지나 언덕으로 올라서면 하얀 교회와 이웃한 작은 사당이 나온다. 고려말 왜구의 침입이 잦자 이곳에 진을 세우고 왜구를 무찔렀던 최영장군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사당이다. 

사량대교 직전엔 고동산 해안둘레길(2.7km)도 있다. 지리산 산행에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고동산만 오르거나 둘레길을 가볍게 걷는 것도 좋다. 이제 섬과 섬을 잇는 연도교 중 최대 규모인 사량대교를 건널 차례다. 왕복 2차선 다리를 건너면 아랫섬 하도이다.

하도를 다니다보면 곳곳에서 염소를 볼 수 있다. 도로를 점령한 흑염소의 모습.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하도, 이 섬의 주인은 염소!
상도가 산행지로 유명하다면 하도는 바다낚시로 유명한 곳이다. 약 일곱 개의 갯바위 낚시 포인트에선 1년 내내 볼락, 도미, 광어, 감성돔 등이 잡히는데 10월까진 농어와 삼치가, 겨울엔 볼락이 주로 잡힌다. 

다리를 건너 좌회전해 들어선 순간 눈앞이 휘둥그레진다. 까만 염소, 하얀 염소에 얼룩 염소, 잿빛 염소까지 20여 마리의 염소가 길을 막고 있다. 훠이훠이, 손을 저어도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하도는 상도만큼 차량 통행이 잦지 않다. 적어도 지금 이 길의 제왕은 염소다. 염소들의 활동범위는 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지리산에서 봤던 수많은 똥의 주인은 이 녀석들이다. 하도를 돌아보는 내내 염소 무리와 몇 번씩 조우한다.

해맞이 공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 망원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먹방마을 앞 바다의 배에서 여행객들이 낚시를 즐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먹방마을’에서 차를 멈춘다. 마을 뒷산이 높아 해가 일찍 지고 빨리 어두워지는 것에서 유래한 토박이지명이란다. 마을 앞 바다에선 고깃배에 몸을 의지한 여행객들이 낚시를 즐긴다. 고기를 잡아도 좋고, 잡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굽이굽이 고개를 올라 해맞이공원에도 가본다. 일출시간은 아니지만 탁 트인 조망에 두 눈이 시원하다.

해안 모퉁이를 돌아 능양에 들어서자 통영 미수항에서 출발한 배가 막 항구로 들어온다. 배는 몇몇 승객을 내려두고 뭍으로 나갈 다른 승객들을 조심조심 태운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멀리 낮은 섬 하나를 생크림처럼 감싸고 있다. 구름은 사량도를 감추었다 보였다 하며 온종일 여행자의 뒤를 따라다닌다.

원데이 사량도 여행 레시피
① 삼천포, 고성, 통영에 사량도로 가는 배가 있다. 6km가 넘는 지리산 산행은 내지, 금북개, 돈지, 대항 등에서 시작할 수 있으며 4시간 30분쯤 걸린다. 시간과 체력이 여의치 않다면 산중턱 암자인 성자암에서 시작해 옥녀봉으로 간다.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② 하산 후 면소재지가 있는 금평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식당과 카페가 밀집돼 있다. 배에 싣고 온 자동차를 회수해 상도부터 한 바퀴 돈다. 노선버스와 콜밴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상도의 대항해변과 수우도전망대, 최영장군 사당, 고동산 해안둘레길 등을 둘러본다.
③ 사량대교를 건너 하도로 간다. 해맞이공원과 능양항 등대에 내려 산책한다. 외지마을과 읍포를 지나 다시 사량대교를 건너 상도로 돌아와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간다. 낚싯대를 싣고 갔다면 낚시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하도에선 염소 떼에 주의해 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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