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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도보여행] 도보여행으로 떠나는 부산의 청룡동
[도보여행] 도보여행으로 떠나는 부산의 청룡동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19.08.2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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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김정한선생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문학로와 문학관
영남 3대 사찰로 꼽히는 범어사와 아름다운 대숲길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범어사소문난떡볶이'
민족문학의 거장, 요산 김정한 선생이 태어난 곳에는 그를 기념하는 기념관과 함께 문학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부산] 1908년, 천년 사찰인 범어사가 위치한 금정산 아래의 남산리에서 한국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가 태어났다. <수라도>, <삼별초>, <사하촌>과 같은 작품을 발표한 요산 김정한 선생이다. 그가 태어난 곳에는 그를 기념하기 위한 문학관과 골목길이 있다. 민족 문학의 거장인 그의 삶을 잠시 살펴보기 위해 부산 금정구의 청룡동으로 향해본다. 

문학의 숨길이 담긴 골목길, 요산문학로
민족 문학의 거장인 요산 김정한 선생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요산문학로’는 그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요산문학관으로 향하는 길이다. 부산의 노포동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아주 가까운 청룡동의 이 길은 부산 지하철 1호선 범어사역 1번 출구에서부터 시작된다. 

111년의 역사를 가진 청룡초등학교의 벽면에 소개된 요산 김정한 작가의 간략한 소개말과 문학관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한눈에 들어온다. 664m의 구간의 문학로에는 요산 김정한 선생의 작품을 소개하는 벽화와 상징물로 거리 곳곳을 매워 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옛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어서 발전된 현재의 풍경과 비교를 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이정표를 따라 길을 계속 걷다보면 요산의 문학집을 쌓아올린 모양의 조형물과 교차하는 온천천을 만날 수 있다. 동네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풍경은 마치 친근한 시골 같으면서도 동시에 문학관으로 향하는 비탈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문학로 곳곳에서 요산의 작품과 관련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요산문학관으로 가는 길이기도 한 요산문학로의 입구.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문학관
꽤나 높은 경사의 비탈길을 5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의 골목길에서 요산문학관 찾을 수 있다. 요산문학관은 김정한 선생이 태어나 성장한 생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현대식 건물이다. 

넓은 정원과 함께 조성된 문학관은 이주홍문학관과 추리문학관과 함께 부산의 3대 문학관 중 하나이다. 격동의 20세기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한국문학의 눈부신 성취를 이끈 그의 유품과 육필 원고들을 2층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주요 소설의 무대를 다룬 사진과 글은 그의 인생과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일제강점기라는 현실의 안타까움과 독립국가에 대한 열망을 소설로 형상화한 요산 김정한 선생의 삶을 둘러볼 수 있던 문학관에서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그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 

북카페가 마련된 1층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본다면 꽃잎 물든 문학여행이 될 것 같다. 

요산문학로를 따라 걷다보면 길 끝에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요산의 작품과 관련된 원고와 유품 등을 볼 수 있는 요산문학관.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요산문학관 
주소 부산시 금정구 남산동 661-4번지
입장료 1000원
관람시간 오전10시~오후5시
휴관 매주 월요일 국경일

영남 3대 사찰, 범어사
요산문학관에서 범어사로 걸어 올라가는 길은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카페와 식당으로 이루진 상마마을을 거쳐 범어사로 향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지역민들의 신책로가 되어주는 건강한 누리길이다. 어느 곳으로 걷든 한 목적지에 도달하니 걷고 싶은 길로 향하는 것이 좋다. 

느긋한 걸음 끝에 마주한 범어사는 양산의 통도사와 합천의 해인사와 더불어 영남 3대 사찰로 손꼽히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이다. 금정산의 산기슭에 위치한 이곳은 ‘하늘의 물고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늘에서 금빛의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왔다는 금정산의 전설을 바탕으로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의 하나로 손꼽히는 범어사의 대숲길은 기와 돌담길의 고즈넉함에 은은한 운치를 더해준다. 사뿐히 계단길을 걸어 올라가 마주한 대웅전의 앞마당은 상당히 넓지만 휑한 공간감보단 아늑하면서도 차분한 기분을 준다. 

석가모니불상만을 모시는 일반적인 대웅전과는 달리 범어사의 대웅전은 미륵보살과 가라보살을 함께 모시는 것이 특징인데 조선시대의 뛰어난 목조공예 또한 엿볼 수 있다. 사찰과 어우러진 금정산의 계곡은 도보여행 중 가장 시원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범어사역에서부터 3km 남짓 되는 거리를 걸으며 문학의 향기와 고풍스러운 사찰의 여유를 느껴보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인 범어사 대숲길.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영남의 3대 사찰로 손꼽히는 범어사 대웅전의 모습.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br>
영남의 3대 사찰로 손꼽히는 범어사 대웅전의 모습.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지역민들이 추천하는 소문난 맛집, 범어사소문난떡볶이
요산문학로의 입구에 위치한 청룡초등학교와 마주보고 있는 ‘범어사소문난떡볶이’는 지역민들에게 오랜 사랑을 받고 있는 분식집이다. 2019년으로부터 36년 전, 초등학교 앞에서 포장마차로 시작한 이곳의 별명은 ‘사떡’이었다. 사기떡볶이의 줄임말인 ‘사떡’의 탄생은 하굣길의 배고픈 학생들에게 떡볶이를 나눠준 엄마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장사 보다는 나눔의 목적을 중요시한 사장님의 베풂은 인근의 학생들에게도 소문이 퍼졌고 포장마차의 매일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월이 흘러 청룡초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작은 점포에서 ‘범어사소문난떡볶이’란 상호로 재탄생한 이곳은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된 당시의 아이들이 추억의 맛을 회상하기 위해 꾸준히 찾는다. 

단짠매짠(달면서 짜고, 매콤하면서 짭짤)한 소스와 쌀떡의 조합이 오랜 전통만큼 일품이기 때문이다. ‘범어사소문난떡볶이’가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추억의 맛뿐만 아니라 착한 가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쌀떡 하나에 250원 만두 하나에 125원이란 가격은 찾는 이들의 만족감을 높인다. 물가상승과는 관계없이 여전히 베풂을 우선시하는 경영철학이 돋보인다. 

한편, 다른 분식집들과는 달리 ‘범어사소문난떡볶이’는 선불제가 아닌 후불제로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가게의 왼쪽 편에 위치한 작은 그릇과 포크를 집어 들고 단짠매짠한 떡볶이를 먹으면 알찬 여행이 더욱 푸짐해질 것 같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맛으로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범어사소문난떡볶이'.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범어사소문난떡볶이
주소 부산 금정구 중앙대로 2103
영업시간 15:00~22:30(월~토) 15:00~20:00(일요일)
메뉴 떡볶이 4개 1000원  만두8개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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