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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자전거 여행] 괭이 갈매기가 속삭이는 말, "석모도의 일몰에 넘어가지 말아라"
[자전거 여행] 괭이 갈매기가 속삭이는 말, "석모도의 일몰에 넘어가지 말아라"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5.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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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석모도 민머리해수욕장.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석모도 민머리해수욕장.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한 여자가 갈매기에게 물었다. “나, 오늘 한 남자 데려왔어.” “끼룩끼룩. 그 남자가 해질 무렵 자전거 타자고 하면, 못 탄다고 해. 그래도 가르쳐 준다면서 민머리 해수욕장 데려가면, 그 사람 선수야. 정신 바짝 차려! 석모도 일몰에 넋 빠지다간 알지, 거기 섬이라고.”

그녀와 그 남자는 서울에 산다. 정확히 그는 충남의 시골 출신이다. 대학시절을 서울에서 보내고, 올해 취직해서 막 촌티를 벗었다. 그래도 웃을 때는 여전히 순박함이 배어 있다. 그녀는 아직 대학생이다. 분홍색 스카프가 잘 어울리는 앳된 얼굴과 순수한 마음씨를 지닌 그녀.

그 남자가 묻는다. 같이 석모도 여행 가자고. 그녀는 거절을 못했다. 지난번 강화도에 다녀왔을 때, 못 만났던 갈매기가 보고 싶었다. 그녀와 그 남자는, 기자가 모는 차를 타고, 어느 토요일 석모도로 출발했다. 석모도는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걸린다. 배는 스무 대가 넘는 차량을 실을 수 있어서, 섬 안까지 차를 가지고 오는 여행객들이 많다.

갈메기들은 승객들이 주는 새우깡을 얻어먹으려 가까이 온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갈메기들은 승객들이 주는 새우깡을 얻어먹으려 가까이 온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배가 닻을 올리면, 사람들은 저마다 새우깡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그녀와 그도 새우깡을 들고 뱃머리에 서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진다. “오빠, 갈매기가 너무 뚱뚱해요.” “새우깡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네. 저 갈매기 좀 봐. 공중에서 잽싸게 새우깡을 낚아챈다. 뚱뚱해도 잘 난다.” 제법 많아 보이던 한 봉지가 순식간에 부스러기만 남는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기분이 상쾌하다. 석모도에 도착한다. 석포리 선착장에 내리면 왼편으로 길게 젓갈을 파는 상인들이 즐비하다. 밴댕이젓, 조개젓, 꼴뚜기젓, 명란젓, 황석어젓. 황석어를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는 침이 고인다. 플라스틱 용기에 스무 마리는 족히 넘어가는데, 만원이라고 한다.

오전 9시 좀 못되어 서울서 출발, 석모도까지 오니 오전 11시다. 그녀의 배가 살살 고파오는데, 그 남자는 눈치가 빠르다. “우리 꽃게탕 먹을까. 섬은 이따가 자전거로 돌면 되지. 꽃게탕 유명한 집 알아 놨다. 그리로 가자.” 꽃게가 많이 잡히는 계절은 봄과 가을이다. 그러나 요즘은 냉동시설이 잘 돼 있어서, 알이 꽉 차고 살이 오른 꽃게를 맛볼 수 있다.

꽃게탕을 너무 맛있게 먹은 터라, 속이 따끈하니 긴장이 풀어지는 두 사람. 이제 보문사로 떠나볼까. 보문사까지는 차로 이동하는 편이 낫다. 포장이 잘 되어 있지만, 중간에 만만찮은 고개가 있어 자전거로 가려면 보통 체력으로는 쉽지 않다.

인삼막걸리를 마시는 그녀와 그 남자.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인삼막걸리를 마시는 그녀와 그 남자.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입구에서부터 누런 향기가 난다. 벌건 대야 안에 대추가 둥둥 떠 있는 막걸리. “인삼 막걸리에요, 한잔씩 마시고 가세요.” 휘휘 바가지로 막걸리를 젓고 있는 아줌마가 둘을 발견하더니, 와서 마셔 보란다. 남자가 먼저 한 모금 벌컥 들이키더니, “캬. 달콤하니, 괜찮네. 한번 마셔볼래?” 호기심 많은 그녀도 한 잔을 원샷에 들이킨다. 둘이서 넉 잔은 마셨나.

2층에서 막걸리 더 마시고 가라는 아줌마의 손길을 뿌리치고 보문사에 오른다. 보문사는 낙가산 중턱에 위치한 사찰이다. ‘불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고자 갖가지 인연으로 오는 현상(普門示現)’에서 비롯된 이름. 낙가산이란 인도 남쪽 해안의 보타낙가산과 산세가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

보문사 입구에서 바라본 법고를 보호하는 누각.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보문사 입구에서 바라본 법고를 보호하는 누각.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사찰은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회정대사가 세웠다.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 남해의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이다. 나한상 22구가 안치된 석실에는 기도를 하는 스님과 신도가 있다. 영험한 효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는 신도들이 많다.

마애석불좌상. 위로 불상을 보호해주는 눈썹바위가 보인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마애석불좌상. 위로 불상을 보호해주는 눈썹바위가 보인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보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애석불좌상이다. 1928년 금강산 표훈사의 이화웅 주지스님이 보문사 배선주 주지스님과 함께 조각한 불상은 낙가산 암벽에 양각된 석불좌상이다. 불상 위로 툭 튀어나온 바위가 눈, 비, 바람을 막아 준다. 눈썹바위라고 불리는데, 특히 눈썹부위 골격이 잘 발달한 남성의 눈썹모양이다.

보문사에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신다. 찻집 안의 소품 하나마다 전통 분위기를 살리고자 노력했구나. “탁탁!” 찻집 입구 옆에 장작을 패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어느새 남자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도끼로 시범을 보인다. 두어 번 쳐서 반토막을 냈다. 주변에 구경꾼들이 몰렸다. 남자는 부끄러웠는지, 도끼를 살짝 내려놓더니 밖으로 나온다.

보문사 입구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쑥튀김과 새우튀김.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보문사 입구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쑥튀김과 새우튀김.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보문사를 내려오면서 쑥튀김과 새우튀김을 먹는다. 작은 새우를 통째로 튀겨서 간장에 찍어 먹는데, 고소하다. 오후 4시가 되어 간다. 태양이 중천에서 밀려나는 시각이다. 남자는 석모도에서 자전거도 안타면 재미없다고 해지기 전에 타보자고 한다.

“자전거 타자.” “자전거 못 타는데. 배워보려고 사이클 동아리까지 들었거든요. 균형이 왜 안 잡히는 거지.” 전화로 주문해 두었던 자전거가 배달됐다. 석모도에는 전화 한통이면 직접 배달해 주고 수거해 가는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전화로 미리 주문해 둔 자전거는 배달된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전화로 미리 주문해 둔 자전거는 배달된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마음을 편히 가지고, 손잡이를 꼭 잡아. 시선은 앞에 두고. 내가 잡고 있으니까 페달을 밟아봐.” 타다가 지치면, 자전거를 모시고(?) 민머리 해수욕장까지 간다. 해수욕장 가는 길에 삼량염전이 있다. 폐염전이 된 곳도 상당하지만, 바닥에는 옅게 소금이 깔려있다. 머지 않아 염전이 사라지고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라는데.

모래사장에서 자전거 타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꾸역꾸역 자전거를 타고 온 여행객들은 남들의 부러움을 산다. 오렌지 빛으로 물드는 오후, 모래사장에 그려지는 자전거 그림자. 사진으로 담아내서 홈페이지를 예쁘게 꾸밀 수 있다면 요즘 신세대들의 최고 기쁨이 된다. 둘에게도 그런 행운이 주어진다.

석모도의 바다에 비친 햇빛이 아름답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석모도의 바다에 비친 햇빛이 아름답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바다 표면에 태양이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와! 바다네. 정말 눈부시네요.” “오길 잘했지. 어때, 좋아?” “넵!” 서로 대화가 별로 없었지만, 흐뭇한 표정이다.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그리고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모래사장에서 힘들게 자전거 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노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퍼뜩 갈매기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갈매기가, 해질 무렵 민머리 해수욕장 가지 말랬는데….’

보문사 입구 앞에서 금방 튀긴 쑥튀김과 새우튀김이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보문사 입구 앞에서 금방 튀긴 쑥튀김과 새우튀김이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Tip.
보문사 입구에서 맛볼 수 있는 쑥튀김과 새우튀김

강화의 토종 약쑥으로 그 모양이 사자발처럼 생겼다. 주위가 바다로 둘러싸인 강화도는 쑥이 자라는 데 최적이다. 염기가 섞인 해풍과 해무, 결정편마암이 주를 이루는 강화도 토양이 그것이다. 예로부터 전국 약령시장에서 으뜸으로 치고 있다.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이 합류하는 강화도 근해 선수어장에서 잡은 새우는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작년에는 제1회 새우젓축제가 강화도 외포리항에서 열리기도 했다. 새우젓도 유명하지만, 새우를 통째로 튀겨 간장에 살짝 찍어 먹다보면 한 접시는 순식간이다.

강화 속노랑고구마
보통 고구마보다 속이 진한 황색이라 호박고구마라 불리는 강화도의 고구마. 당도가 높고 수분이 많아 먹기 편하다. 변비를 없애고, 노화방지에 좋으며,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서 최근 웰빙 음식으로 선호하는 상품의 하나이다. 감로다원

보문사 내에 있는 전통 찻집이다. 보문사에 오면 잠깐 앉아서 차도 마시고 쉬어가면 좋은 곳이다. 쌍화차, 오미자차, 유자차 그리고 각종 중국차를 마실 수 있다. 가격은 5천원 안팎으로 직원들도 친절하고 차 향도 짙어서 여행객들이 들리는 곳이다.

석모도회센터의 모습.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석모도회센터의 모습.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석모도회센터 <꽃게탕>
바다에 떠 있는 횟집이다. 정확히는 석모도 바다에 다리 기둥을 걸쳐 지었기에 만조 때는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썰물 때는 갯벌이 훤히 드러나 운치 있는 곳이다. 꽃게탕의 맛과 석모도의 바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7년 정도 된 석모도회센터는 싱싱한 활어회는 물론이거니와, 꽃게탕과 밴댕이회무침이 특히 맛있는 집이다.

꽃게탕에는 단호박, 무, 버섯, 조개, 새우, 그리고 꽃게 4~5마리가 들어간다. 국물이 맛있어 비법을 살짝 물었더니, 대충 얼버무린다. 소라와 새우가 들어가는 것은 확실한데, 그 이상은 안 된다고. 꽃게를 4등분 했을 때, 뒷다리가 붙은 부분부터 먹는다.

꽃게탕 한상.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꽃게탕 한상.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살이 많이 붙은 부위로 먹을 줄 아는 사람은 꼭 여기부터 먹는다. 그 다음이 등껍질이다. 알이 껍질 구석구석까지 박혀 있어 골고루 긁어 먹어야 맛있다. 마지막으로 굵은 다리가 있는 앞부분을 먹는다.

밴댕이 회무침도 맛있다. 오이와 양파, 각종 채소를 넣어 고추장에 버무리는데, 새콤 매콤하다. 회무침을 먹으면서 배울 수 있는 한 가지. 흔히 속 좁은 사람을 ‘밴댕이 속알 딱지’라고 부르는 이유가 밴댕이 속이 새끼손가락 반마디 만치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석모도회센터에 몰리는 이유는 음식 맛도 맛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빼어나기 때문. 야외데크에 앉으면 발아래는 바다가, 눈앞에는 섬돌모루 섬이 펼쳐진다. 정적을 깨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과 하나가 돼 보면 어떨까.

위치 : 인천 강화군 삼산면 삼산북로 468-47

Info 석모도 가는 길
대중교통
ㆍ서울~강화 : 지하철 2호선 신촌역 7번 출구 쮝 그랜드마트 뒤편 터미널에서 강화행 시외버스 이용

ㆍ강화~외포리 선착장~석모도 :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외포리행 버스를 타고 외포리 선착장 도착 -> 배를 타고 석포리 선착장에 하차 승용차 강화읍에서 84번 지방도를 타고 직진 -> 찬우물고개 삼거리에서 우회전 -> 인산저수지에서 우회전 -> 외포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석포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노을내리는 아름다운집 펜션.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노을내리는 아름다운집 펜션. 2005년 5월. 사진 / 노서영 기자

Tip. 숙박 정보
<노을내리는 아름다운집>펜션 차와 식사가 가능한 레스토랑과 인기가수 GOD의 육아일기 촬영 장소이기도 했던 펜션. 노을이 내리는 저녁 무렵,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보자. 사장님이 자랑하는 ‘낙지 볶음’을 먹는 것은 어떨까.

펜션과 레스토랑이 함께 있는 이곳은 4천평 가량이나 된다. 넓은 주차장, 족구장, 농구장, 그리고 캠프파이어와 야외 바비큐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노을내리는 아름다운집>이 가진 매력의 하나는 추억노트. 방명록을 작성하면, 언제든지 홈페이지에서 필체 그대로를 꺼내볼 수 있다고. 이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실어보는 것은 어떨까.

펜션 뒤로 산책로가 있는데, 서해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가족, 연인과 친구들과 함께 멋진 추억을 만들기에 손색이 없다. 석모도에 가면 꼭 한번 머물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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