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단양] 서울, 용인, 단양, 영월. 발도장 찍으려면 하루가 꼬박이다. 가수 서후·조이락과 함께 단양 패러글라이딩, 힘찬 도전을 향해 출발!
봄바람이 살랑살랑 귓불을 스친다. 충북 단양이 술렁인다. 오늘은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고 김진영 할아버지 10주기 추모 대회’. 항공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김진영 할아버지는 단양을 중심으로 행글라이딩 및 패러글라이딩을 육성 보급했다.
10년 전인 1995년에 타계한 후, 전국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에서 단양에 선생의 공덕비를 건립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창공을 날겠다는 일념 하에 고속도로를 쌩쌩 달린다. 신갈 나들목에서 영동고속국도로 갈아타는데 뒤늦게 핀 벚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올해는 도통 봄이 찾아올 듯 말 듯 하더니, 우리를 기다리려고 뒤늦게 피었을까.
‘화장을 하고, 새 옷을 입고, 네가 좋아한 향수 바르고, 서둘러 일찍 준비했는데….’ ‘이별하는 날’이란 발라드의 첫 구절이다. 패러글라이딩 타러 가자는 기자의 제안에 서후의 가슴이 벌렁벌렁.
“패러글라이딩이요? 그거 한번도 안 타봤는데요…. 좋아요! 조이락 언니랑 같이 갈게요.” 단양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후와 조이락.
서후와 조이락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단양에 패러글라이딩하러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더니, 선뜻 오케이했다. 도전적인 것이 과연 프로다. 기타를 챙겼어야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준급의 기타를 쳤다는 조이락. 가냘픈 몸에 어디서 그런 힘찬 목소리가 나오는 건지. 조이락은 최근 가수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겨울에는 스노우보드 같은 활동량 많은 스포츠를 즐긴다. 패러글라이딩 타는 곳은 양방산(양백산) 정상 활공장이다. 지대가 높아야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류와 바람을 타고 쉽게 이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 정말 멋지다. 우리가 정말 저 하늘을 날아간단 말이에요? 처음 타는 건데.” 서후는 활달하다. 한편 겁이 많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게 걱정 된다면서도 호기심이 많다.
“패러글라이딩 어떻게 해요, 떨어지면 어떡해, 그래도 타보고 싶은데. 단양 정말 예쁘다, 사진 좀 찍어 줘….” 온갖 포즈를 잡으면서 같이 온 일행을 향해 요구가 많다.
“재밌겠는데. 너도 선글라스 껴라. 이거 끼면 사진 잘 나온다. 좀 춥네.” 조이락은 성격 좋은 언니다. 같이 맞장구 쳐 주기도 하고, 이해심도 깊다. 또 모험심이 강하고 체력이 좋다.
“패러글라이딩은 절대로 실수를 허용하지 않아요. 전문가라도 한 번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블루호크 스쿨의 강사이자 패러글라이딩 협회 이사인 김기현 씨가 겁을 준다. 엔진이 따로 없는 패러글라이딩은 산에서 나오는 복사열과 바람을 이용해서 타는 기구. 오래 탈 때는 5시간까지 탄 적도 있단다.
“복사열은 일교차가 클 때 많이 나오지요. 그래서 패러글라이딩은 가을이나 봄에 타는 것이 좋아요. 중요한 것은 기온의 편차가 8도 이상 넘어가게 되면 갑자기 추락할 수 있어서 위험하다는 거죠.”
블루호크 운영자는 벌써 10년 가까이 패러글라이딩을 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풍향과 풍속의 변화가 몸에서 느껴진다고. 오랜 시간 타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는데. 바람이 일정한 속도로 불 때까지 대회가 지연됐다.
3시간 정도 흘렀을까.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회원들은 정상에서 이렇게 몇 시간씩이고 인내하는 법을 배운다. 드디어 한 명이 패러글라이더를 펼치더니 훌쩍 뛴다. 한데 모인 사람들이 패러글라이더의 날개를 잡는다. 빙 둘러서 잡는데 대충 15명 정도다.
공중에서 날 때는 몰랐는데, 날개가 참 길다. 서후와 조이락은 벌써 자기가 나는 것처럼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어떡해’를 남발하면서도 ‘재밌겠다’ 한다. 하늘을 난다. 아니 열기류를 타고 바람을 탄다. 다음은 서후 차례.
장비를 갖추고 등 뒤에 넓게 날개를 펼친다. 초보자는 탠덤(tandem)이라 하여 2인승 패러글라이더를 탄다. 블루호크 스쿨 운영자가 서후를 돕는다. 비탈진 산 정상에서 엉거주춤 서 있는 모습이 꽤나 불안하다. “나 안 할래요, 무서워. 악!” “괜찮아. 헬맷 쓰고, 여기 꽉 잡고.”
날아가기 전에 사진을 연발 찍어대는데, 바람이 심술났다. 덜덜 떨리는 다리와 막상 뜨지 못하는 패러글라이더. 참 먼길을 왔다. 서울에서 새벽같이 차를 몰고 기다리고…. 결국은 실패.
김기현 씨는 “안되겠네요. 왠만하면 타려고 했는데, 오늘같은 바람은 착지가 굉장히 위험해요”란다. 그리고 귓속말로 속삭인다. 서후와 조이락이 너무 가벼워서 더욱더 착지가 위험하다고.
서후와 조이락은 아쉽게도 하늘을 나는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완전한 포기가 아니다. 앞으로도 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창공을 나는 꿈. ‘악!’ 소리가 ‘와~!’ 소리로 변해가는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서후와 조이락 뜨는 이야기
● 서후 2001년 1집 <FLOWER BY SEOHOO> 앨범으로 데뷔. 2002년 타이틀 곡, ‘이별하는 날’이 수록된 2집 <THE DAY> 발표. 프리스타일과 함께 부른 ‘tell me why(Y)’로 더욱 유명해진 가수 서후는, 발랄하고 호기심 많은 소녀. 포항 MBC 라디오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비전 있는 가수다.
● 조이락 2001년 6월과 2003년 9월에 각각 1집 <Genuine Temptation>과 2집 <You> 앨범을 발표했다. 시원한 목소리의 가창력 있는 가수. 대학교 시절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다. 녹음기를 지니고 다니면서 떠오르는 음이 있으면 흥얼거리면서 녹음하는 열성적인 가수다. 온몸이 전율하는 음악을 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