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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국가대표들이 사는 진천군을 여행하다
국가대표들이 사는 진천군을 여행하다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19.08.2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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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 농다리
한국의 범종을 살필 수 있는 진천종박물관
길상사 둘러본 후 붕어찜까지 맛볼 수 있어
진천 농다리는 제각기 다른 모양의 돌을 쌓아 만든 다리이다. 사진은 농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진천] 올림픽을 향하여 훈련에 매진 중인 국가대표 선수들은 진천의 선수촌에서 매일을 보낸다. 그들의 구슬땀에 물든 진천은 여행자들에게 맛과 역사 그리고 전통까지 삼색의 묘미를 선사한다. 국내여행지의 국가대표를 꿈꾸는 진천에서 이 계절을 만끽해보자. 

천년의 세월을 이겨낸 돌다리
천년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진천의 ‘농다리’는 제각기 다른 모양의 돌을 쌓아서 만든 다리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어 강 건너의 이웃과 만남의 통로가 되었다. 이런 농다리는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장소이면서도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다. 

사력암질의 붉은 돌로 구성된 농다리는 돌을 대충 얹어 놓은 모습이지만 강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을 만큼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음과 양의 기운을 고루 갖춘 돌들로 축조하였기 때문이라는 미담도 있지만 거대한 지네가 구불거리며 기어가는 모양으로 축조된 구조가 단단한 이유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듬지 않은 돌무더기의 형태인 농다리가 장마 때면 다리 위로 물어 넘어가는 ‘수월교’이기 때문이다. 빠른 물살을 견딜 수 있는 석축 방식으로 만들어진 구조에서 옛사람들의 슬기로움이 엿보인다. 

그들의 슬기로움 때문인지 천년이란 세월의 무게 때문인지 엉성하게 쌓인 돌더미 교각 틈새로 흐르는 미호천을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는 기분은 신비롭기만 하다. 

농다리에 관련된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주차장 쪽에 위치한 ‘농다리전시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농다리가 가진 천 년의 역사를 잘 설명하고 있어 이해를 돕는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가 지금 모습 그대로 대대손손 무탈 없이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 꽃을 싹 틔워보자.

아무렇게나 놓인 것 처럼 보이지만 센 물살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함을 자랑한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붕어마을에서 볼 수 있는 모습. 수상좌대낚시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농다리전시관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하절기 10:00~17:30 동절기 10:00~17:00 ( 1월1일 설날·추척 연휴 휴관)

종이 들려주는 맑은 소리, 진천종박물관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신호부터, 맑은 소리를 내는 악기까지 종의 사용범위는 아주 넓다. 그중 우리나라에서 칭하는 종은 주로 절에서 사람을 모으거나 시각을 알리기 위해 치는 범종을 뜻한다. 

일본과 중국의 범종과 달리 독보적인 가치를 가진 한국의 범종은 ‘코리안 벨(Korean bell)’이라는 학명이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한 우수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진천종박물관’이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종박물관인 이곳은 한국의 종에 대한 연구와 수집 그리고 보존을 위해 건립되었다. 

독창적인 예술성을 가진 한국종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종박물관이 진천에 위치한 이유는 고대 철 생산 유적지가 이곳에서 발굴되었기 때문. 백곡호와 공원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박물관의 첫 모습이 인상 깊다. 누구나 타종할 수 있도록 늘 개방되어있는 대형종과 유리로 종을 형상화한 박물관 외형은 푸른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진천종박물관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다. 1층에서는 종의 탄생과 한국의 범종, 기획전시실 그리고 타종 체험장을 찾아 이용할 수 있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의 범종은 삼국시대 불교의 전래 이후 제작되어 사용했기에 종교적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그리고 조선시대를 포함한 근대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다양한 문양과 모양도 눈에 띈다. 시대마다 변천한 종들이 전시된 전시관을 다 둘러본 뒤 올라간 2층에서는 종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밀랍 인형을 통하여 과정을 설명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종박물관을 둘러보는 내내 울려 퍼지는 청명한 종소리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잠시나마 안락한 마음을 선물해준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우리의 뿌듯한 소리를 귀에 담으니 마음이 깨끗해진다.

종 박물관에서는 여러 종류의 한국 종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진청종박물관의 전경.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박물관 2층에는 종 만드는 밀랍 인형이 전시되어 있어 종 제작과정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의 고향
장군이 후대에 왕이라는 호칭이 붙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삼국통일을 이룩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김유신에게는 ‘흥무대왕’이라는 호칭이 붙여졌다. 

알고 보면 통일신라의 주역이었던 김유신의 고향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가 아닌 진천이다. 이 사실을 알자마자 자연스레 궁금한 점이 떠오른다. 신라에서 활약한 김유신의 고향이 진천일까? 그 원인은 출신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신분제도인 골품제에 있다. 

서로 다른 신분끼리는 혼인을 할 수 없었던 탓에 신라왕족의 혈통이었던 어머니 만명부인과 신라에 항복한 가야의 후손이었던 아버지 김서현은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 지역 진천으로 쫓겨났다. 삼국시대 당시 진천은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의 접견지라 자주 영토가 바뀌는 둥 끊임없는 전투로 인하여 사람이 살기에 좋은 마을이 아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천의 계양마을에서 터를 잡게 된 그들은 김유신을 낳게 되고 그는 어린 시절을 진천에서 보낸다. 그런 이유로 진천에는 김유신이 수련했다고 전해지는 ‘화랑벌’과 ‘치마대’ 등 김유신 관련 유적지가 경주보다 2배가량 많다. 

특히, 김유신의 위패와 영정을 봉안한 길상사는 충청북도 기념물 제1호로써 방문 자체가 아주 의미 깊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한 김유신 장군의 혼이 깃들어 있는 진천에서 그와 관련된 유적지 중 한 곳이라도 방문하여 화랑정신을 느껴보자.

김유신 장군의 위패와 영정이 봉안된 길상사.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진천에는 김유신 장군의 흔적이 경주에 비해 2배 가량 더 남아있다. 사진은 김유신 유허비.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진천 향토 맛집, 단골집 
진천에는 독특한 마을이 숨어있다. 진천의 향토음식인 붕어찜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초평붕어마을’이 그곳.

1980년대 중부고속도로 인부들의 식사로 붕어찜을 제공하면서 진천의 향토음식을 파는 마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마을에는 20여 개의 음식점이 자리해있다. 붕어찜이 많은 마을은 80년대에 조성되었지만 붕어찜이 유래가 짧은 음식은 아니다. 조선시대 왕실의 보양식 중 하나였을 만큼 뛰어난 건강식이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여러 문헌에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건강해지기 위해 찾은 붕어찜 맛집은 바로 ‘단골집’이다. 20여 개의 붕어찜 전문점 중 단골집은 MBC에서 주관한 ‘향토음식 경연대회 은상’을 비롯해 ‘대물림 전통음식 계승업소’, ‘진천군 향토 맛집’ 등 화려한 수식어를 자랑한다. 맛을 기대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우거지와 파, 깻잎, 마늘, 후추, 수제비 그리고 양념장을 얹어 통째로 쪄서 나오는 붕어찜은 먹는 방법이 꽤 까다롭다. 잔가시는 물론 등 쪽의 커다란 Y자 가시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 한 끼의 식사치곤 번거로운 붕어찜이지만 다량의 철분과 풍부한 단백질로 신장과 성장촉진 그리고 만성스트레스 좋다는 사실이 입맛을 돋운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는 칼칼한 양념과 오랜 노하우가 담긴 손맛 덕에 느껴지지 않는다. 단골집에서 직접 재배하여 말린 우거지와 함께 부드러운 붕어살을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 진천에서는 이미 알려진 붕어찜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다. 우거지와 붕어살, 의외의 조합이 만나 좋은 맛 궁합을 만든다. 탁 트인 초평 저수지 전망을 내려다보며 하는 운치 있는 식사는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다. 

20여 개의 붕어찜 가게가 즐비한 '초평붕어마을’.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마을 안에 자리한 '단골집'의 붕어찜. 시레기와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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