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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름특집-섬] 그리스 산토리니섬이 부럽지 않았다, 천상의 섬 외도
[여름특집-섬] 그리스 산토리니섬이 부럽지 않았다, 천상의 섬 외도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7.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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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섬, 외도.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섬, 외도.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거제] 외도로 출장을 간다하니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관심을 보였다. “거기 정말 좋다는데 복 터졌다. 꼭 외국 같데. 바다 한가운데 천국이 떠 있는 것 같다는 거야.” 조막막한 섬 가지고 참 말들도 많다 했었다.

꼭 다른 세상 같았다. 집어삼킬 듯이 달려드는 파도를 뚫고 도착한 섬은 깎아지를 듯한 절벽 속에 속살을 감추고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안개에 휩싸인 모습이 신비감을 더 했다. 그래서 외도를 천상의 섬이라고 부르나 보다.

카페를 나서면 야자수 사이로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조각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카페를 나서면 야자수 사이로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조각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 섬의 소유주였던 이창호 씨가 우연히 외도라는 섬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이었다. 바다낚시를 즐기다가 풍랑을 만나 섬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아름다운 섬의 풍광과 사람들의 인심에 매료되어 섬을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

그 후로 그는 주민들이 고구마를 심던 밭에 밀감나무도 심어보고 돼지도 키워보았지만 뜻하는 대로 잘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그 중에서도 모진 풍파에 잘 자라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방풍림이었다.

비너스 정원 너머로 소담스럽게 놓여있는 벤치.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비너스 정원 너머로 소담스럽게 놓여있는 벤치.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그렇다면 아름다운 나무를 심어 정원이나 가꾸어 볼까 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현재의 외도를 만들어주었다. 그는 1995년부터 개인섬을 일반에 개방하기 시작했고 외도에 들렀다 나간 사람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져 현재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여기다가 일본까지 들썩들썩하게 했던 ‘겨울연가’가 촬영되면서 본격적인 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하늘하늘 꽃들이 만발한 외도는 사시사철 푸르고 꽃이 피는 섬이다.

남방한계선에서만 자란다는 동백나무 군락이 섬 전체를 덮어 꽃이 지는 계절에도 동백이 피어나 그 공백을 메워주고 사철나무가 빼곡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겨울에 와도 푸른 섬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수대.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올해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수대.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외도를 한 바퀴 둘러보다 보면 꼭 외국의 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고풍스런 철제 벤치 하나, 유럽의 어느 궁전의 어귀에서나 볼 수 있는 분수대, 산책로를 따라 기나긴 터널을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계단숲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나무숲을 헤치고 바라본 정원에는 육지에서는 보지 못했던 오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수줍게 피어 있다.  

동섬 뒤편에는 작은 교회당이 있다. 가끔 야외 예배가 열린다는데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동섬 뒤편에는 작은 교회당이 있다. 가끔 야외 예배가 열린다는데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소유주의 사택이 있는 비너스의 정원과 조각공원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교회. 아름다운 바다와 하얀 집, 그리고 오색의 꽃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풍경을 만든다. 한껏 풍경에 취해 신기한 식물들을 스쳐 지나가는 오류는 범하지 말자.

자신의 키의 배가 넘는 선인장, 하나의 가지에서 세 가지 색깔의 꽃이 피는 삼색병꽃, 습자지로 접은 듯 하늘하늘한 꽃잎을 자랑하는 꽃 양귀비, 양의귀를 닮아 푹신푹신한 솜털을 자랑하는 양의귀와 절벽에 숨어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야생화 섬나리와 인동덩굴, 갯개불주머니 등등.

외도에 사는 선인장.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외도에 사는 선인장.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그들은 화장 하지 않은 맨 얼굴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아낌없이 보여주기에 더욱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에 취해,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바다풍경에 넋을 잃고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타고 가야할 배가 보이는 선착장에 다다른다.

길게 펼쳐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언젠가 사진에서 보고 부러워했던 그리스 산토리니 섬이 생각났다. 하얀 집들이 계단식으로 펼쳐져 있던 섬.

오늘 외도를 둘러보고 나니 그 섬에 대한 동경이 자취를 감췄다. 다만 이 섬을 떠나면 언제 다시 올까하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아마도 그런 생각은 외도를 다녀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 같다.

외도의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며 그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여행객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외도의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며 그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여행객들.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Info 가는길
자가운전 : 남해고속국도 -> 사천 IC -> 3번국도 -> 사천시내 -> 33번 국도 -> 고성 -> 14번 국도 -> 통영 -> 거제대교 -> 사곡 삼거리 -> 거제도 유람선선착장(장승포/구조라/해금강/와현/도장포/학동) -> (해상로) -> 외도

배편 : 부산 연안여객터미널 -> 장승포 여객터미널(45분 소요, 17,500원) -> 장승포 유람선 선착장(여객 터미널에서 2분 거리) -> 외도(장승포 유람선, 15,000원) (유람선 소요시간은 총 3시간. 1시간 30분은 외도관람, 1시간 30분은 거제도의 명소인 해금강을 돌아보는 코스가 포함된다. 장승포에서 외도까지 30분.) 숙박  

거제아일랜드 호텔 : 장승포항에서 불과 10분 거리. 월풀욕조와 미니 스팀 사우나까지 갖추고 있어 여독에 지친 몸을 편안하게 쉴 수 있다. 밤이 되면 포구 주변으로 은은한 불빛들이 들어와 아름다운 야경도 즐길 수 있다.

가마솥 해물탕.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가마솥 해물탕. 2005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맛집
갯내음 가마솥 해물탕
 : 장승포 유람선 하선장에서 불과 2분 거리. 오동통 살이 오른 푸짐한 해물들이 한 솥 가득 들어가 구수한 맛을 낸다. 가마솥 해물탕은 물론 해물뚝배기도 인기.

큰바다횟집 : 자연산 회를 푸짐하게 한 상 차려내는 큰바다 횟집. 이 집의 특징은 모든 재료들이 싱싱해서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도시에서 먹는 회와는 달리 쫄깃쫄깃한 육질이 입맛을 돋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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