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가평] 찬바람 불면 연인들의 발길 잦아지는 청평역을 가기위해 춘천행 열차를 탔다. 등산복 차림의 중년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기타를 메고 한껏 들뜬 MT분위기의 대학생, 춘천 가는 열차를 촬영하는 방송국 사람들의 어수선함까지, 춘천행 열차는 풍경만으로 설레게 한다.
청평에 내리니 아침 9시. 역 주변을 돌아보니 아담하고 정겨운 동물농장이 나타난다. 토끼 두 마리, 털은 하얗고 뼈만 검정색을 띤 오골계식구들, X개 춘심이와 그 딸 순심이. 동물농장은 규모는 작아도 청평역에 온 손님들의 지루한 대기시간을 함께하기엔 충분하다.
청평역 김영규 부역장이 추천한 청평의 여행지는 ‘가평 야생 수목원’. 역사 근처에 있는 아침고요 수목원은 주로 외래종의 식물들로 사진기만 들이대도 예쁜 풍경이 나오지만, 이곳에선 그런 화려함을 기대하긴 힘들다.
대신 소탈한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아름다움이 살아있다. 수목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비포장도로라 울퉁불퉁한 길을 가는 불편함은 있지만, 자연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포장을 하지 않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향기 속에 치료물질이 들어있는 식물만 모아놓은 향기원, 산길에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있는 붓꽃만 모아놓은 붓꽃원 등 테마별로 식물들을 나눠놓았다.
밤나무에서 떨어진 미끈한 알밤도 줍고 한 발짝 뗄 때마다 메뚜기며, 방아깨비며 여치, 황소개구리가 폴짝폴짝 뛰는 모습을 접할 수 있어 아이들의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이용하기에 좋다.
한쪽에는 야생화 파는 곳도 있는데 야생화가 예쁘게 핀 모습을 감상하고 나오면 야생화 묘목을 선물로 준다. 그밖에 청평호반을 낀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가다, 근교 카페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늦가을 낭만을 즐기기 좋다. 차로 30분이면 닿는 남이섬을 포함해서 하루 여행 코스로 적당하다.
Tip. 맛집
<이조숯불갈비>
이웃들도 고기 맛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만큼 인정하는 맛 집. 선홍색과 지방층의 구분이 뚜렷한 차돌박이를 바싹 익히지 않고 살짝 불판에 볶듯이 익힌 다음 쌈에 싸서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포천의 한우와 돼지만 사용하는데 고기가 맛있다며 손님이 줄을 이어 15년간 장사하면서도 지금껏 광고 한 번 낸 적 없다고. 후식으로 내오는 식혜는 안주인이 직접 만드는데 시중에 파는 캔 음료는 비할 바가 아니다.
정직한 맛과 함께 인상 좋은 주인부부의 친절함이 맛의 향취를 돋운다. 역전 훼미리 마트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