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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동호회 따라가기] 한·미 바이크 마니아의 밤, 당당한 이륜 바이크 납시오~
[동호회 따라가기] 한·미 바이크 마니아의 밤, 당당한 이륜 바이크 납시오~
  • 박지영 기자
  • 승인 2005.12.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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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바이크들.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바이크들.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여행스케치=강원] 영화에서나 봤다. 주인공이 할리 데이비슨이라는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황야를 질주하던 모습. 가끔이지만, 육중한 바이크를 타고 가는 사람들을 한국에서도 보긴 했다.

볼 때마다 ‘뭘 하는 사람들일까, 그저 취미로만 바이크를 타는 것일까, 오토바이 가격은 얼마나 할까….’ 그들에 대한 궁금증은 끝도 없었다. 헌데 지금 눈앞에 그 바이크들이 줄지어 40여대나 서 있다.

바이크 동호회 회원들을 만난 곳은 양평휴게소 앞. 설악에 첫 눈이 내린다는 뉴스가 나온 바로 다음날이다. 따뜻하던 가을 날씨에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미처 겨울옷 정리도 못한 채 맞은 첫 추위 속이었다.

휴게소 앞에 도착하니 빛을 받아 반짝이는 BMW, 할리 데이비슨 등의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지역마다 동호회가 있어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그들이 모인 이유는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 있는 전국 정기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터프함이 돋보이는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터프함이 돋보이는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한·미 바이크의 밤’ 이란 주제 아래 양국의 이륜 오토바이(일명 바이크) 마니아들이 지속적인 만남과 국제적인 결속을 다지려 참가한 지 이번이 3회째다. 주로 한 곳에 모여 모임장소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무리를 지어 가는 일명 ‘라이딩’을 하는데 이번 모임장소는 속초이다.

점심을 먹고 다른 지역 회원들을 기다리는데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말들이 많다. “날 추운데 빨리 출발해야 5시 전에는 도착하지!” “저녁에는 더 춥잖아.” “야~ 오토바이가 바람을 가르면서 가야지, 왜 피해서 가려고 드냐~.”

누군가의 한 마디에 동의하듯 정리가 된다. 장시간의 라이딩에 앞서 각자 오토바이며, 입과 코에 들어갈 바람을 막아줄 손수건, 선글라스, 헬멧 등을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준비가 완료됐을 무렵 한 무리의 오토바이들이 나타난다.

<동서울 라이더스> 외 지방의 회원들. 인사를 나누고, 드디어 속초로 출발이다! 부아아아앙! 대략 사십 여대 이상이 한 차선에서 엇박자로 대열을 이루어 출발한다. 바이크 자체가 크기 때문에 서로 간격유지는 필수이다.

맨 앞에서 선두를 이끄는 로드 마스터의 지휘에 따라 중간과 끝의 대열도 신호에 따라 착착 움직인다. 그냥 앞만 보며 가는 것 같지만, 앞에 위험물이 생기면 즉시 손과 팔의 동작이 후미의 라이더까지 전달이 된다.

강원도는 마니아들에게 최적의 라이딩 장소이다. 서로 손을 들고 인사한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강원도는 마니아들에게 최적의 라이딩 장소이다. 서로 손을 들고 인사한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라이딩 중에 진입로를 만나면 한 명의 라이더가 부드럽게 차량들을 리드한다. 한두 명의 라이더가 위치를 못 잡고 흐트러져도 전체 대열이 균형을 잃기 때문에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앞의 공간이 비어있어도 대각선에 있는 라이더가 앞서 나가지 않는 이상 뒤만 따른다. 안전수칙도 엄격하다. 헬멧을 비롯한 보호 장비를 모두 착용하지 않으면 탈 수가 없다. 무한 자유가 보장되는 취미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셈이다.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안전 운행하니 초보자에게도 생각처럼 위험하진 않은 것 같다. 타는 내내 바이크 위에서 사진을 찍어댔으니까. 무리하게 안장을 높인 위험천만한 폭주족의 오토바이와는 엄연히 틀리다.

아버지를 따라온 최연소 참가자.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아버지를 따라온 최연소 참가자.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편견이 깨진 느낌이랄까. 해보고 나서는 판단이 더 빨라진다. 차안에서 유리너머로만 보던 하늘, 산과 스치는 바람에서 풀꽃의 향내가 느껴진다. 탈곡을 끝낸 볏짚을 앙증맞게 묶어놓은 모양새며 시골집 담벼락에 늘어뜨린 감도 생생하게 보인다.

시야가 탁 트여 보는 즐거움이 크다. 자연이 몸에 와서 부딪히는 기분이다.

“처음엔 취미보다는 그냥 한번 타보고 싶었죠. 어린 마음에 나를 나타내고만 싶어 요즘 아이들이 많이 타는 안장이 높은 오토바이부터 시작했는데, 위험하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이륜 바이크는 보다 무게감이 있어 안전하고 운전에만 집중하게 되요. 그러다 보니 자연이 느껴지며 스트레스도 풀리고, 이젠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죠.”

태워준 라이더에게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다.

40여 명의 라이더들은 차 안의 아이들이 손을 흔들면 같이 흔들어주는 여유까지 선보이며 멋지게 질주한다. 설악산 미시령에 눈이 쌓여 있어 진부령으로 넘어간다.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가는 진부령 길이 만만치 않다.

진부령 코너링 장면.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진부령 코너링 장면.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코너에서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드디어 해발 520m 진부령 정상. 간판에 붉은 글씨로 ‘위험·급커브·절대감속·사고 많은 곳’을 막 스쳐 가려던 찰나. 갑자기 앞의 라이더들이 멈춰 선다. 사고가 났다.

아버지를 따라 오토바이를 몰고 처음으로 투어에 참가한 아들이 급커브 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옆의 아버지도 아들을 도우려다 같이 미끄러졌다. 보호 장비를 모두 착용했기에 다친 곳은 없었지만, 바이크가 조금 파손됐다.

회원들 중 모터샵을 하는 분이 뚝딱뚝딱 십여 분만에 고쳐낸다. 외국제품들이 대부분이라 타고 다니면서 반은 전문가가 된다. 날이 어두워지고 아까의 사고 때문인지 다들 속도를 줄여 조심조심 진부령을 내려간다.

모임장소인 설악의 한 콘도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보다 늦은 저녁 6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송탄USA>팀과 <설악 라이더스> 회원들이 반갑게 맞는다.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지역 동호회별로 장기자랑 등을 하며 흥겨운 파티가 벌어진다.

예순의 나이같지 않게 젊게 사는 Scott씨 부부.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예순의 나이같지 않게 젊게 사는 Scott씨 부부.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미국회원은 주로 한국에서 근무하는 미군이 대부분인데 이번엔 미국 측 회장인 Scott씨만 부인과 함께 왔다.

회원 구성원은 교사, 공무원, 모터샵 관련 직종,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로 생각했던 것보다 직업군도 다양하다. 가죽옷을 입고 큰 오토바이를 탈 뿐이지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는데도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이륜바이크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바이크가 자유와 풍요의 상징이라는 Scott씨의 말에 대해 동호회 회원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바이크는 보험도 안 되고 할부 구입도 안 되며 고속도로 진입도 못할 정도로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륜이긴 하지만 택배나 음식배달, 폭주족 등의 오토바이와는 다르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1박 2일 동안 그들과 함께 라이딩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에 대한 열정과 모험심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건강하게 삶을 가꿔가는 그들에게 바이크에 대한 보험만이라도 적용되길 기원한다.

안전한 바이크 여행을 함께하는 동호회 사람들.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안전한 바이크 여행을 함께하는 동호회 사람들. 2005년 12월. 사진 / 박지영 기자

Info 바이크 동호회
97년에 각 지역의 소모임이 결성되고 2001년 다음 카페에 공식적으로 탄생된 바이크 동호회이다. 카페에만 1,500여 명의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고 각 링크로 연결되는 회원 수는 2만 명 이상이다.

단순히 바이크에 대한 취미 이전에 고속국도 통행 자유에 대한 취지를 갖고 자발적으로 모범적인 일을 하니 가볍게 즐기는 모임만은 아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강사로 활동하는 회원이 카페에 올려놓은 글을 보면, 올바른 바이크 문화와 모범운전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Tip. 용어설명
칩스
_ 가죽으로 되어 바지 위에 덧입는 옷이다. 예전에 카우보이들이 말똥을 치울 때 튀기지 말란 의미로 입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추위 예방에 좋다. 할리 복장에서 많이 입는다.
그룹 라이딩 _ 이륜 바이크들이 도로 위를 무리지어 다니는 행위를 뜻함. 차로 말하면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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