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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1박2일 주말여행] 울릉도 독도 이틀 둘러보기, 저 절벽의 푸르른 해국처럼
[1박2일 주말여행] 울릉도 독도 이틀 둘러보기, 저 절벽의 푸르른 해국처럼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5.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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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죽도에서 바라본 울릉도 해안 절경. 9천여 명이 저곳에 모여 산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죽도에서 바라본 울릉도 해안 절경. 9천여 명이 저곳에 모여 산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울릉] 울릉도 여행은 육상관광, 해상관광, 성인봉 등반, 독도관광 크게 4가지로 이루어진다. 이틀 동안 어떤 조합을 택하든, 눈길 닿는 곳마다 깎아 세운 신비경이다.

그 절경 앞에 서면 저런 곳을 일군 울릉도 사람이 참 용하다 싶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암벽을 수놓은 울릉도와 독도의 해국은 그래서 더욱 푸르다.

1박2일 주말여행으로 울릉도를 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까다로운 여행에는 그만한 이유와 기쁨도 따를 터, 날씨야 날씨 마음이라지만 시간과 경비 문제는 차근차근 풀어 보자.

가장 일반적인 울릉도행 배편은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 동절기엔 오전 10시에 출항하고, 울릉도에서 오후 3시에 회항한다. 4만 9,000원인데 터미널 이용료와 수수료를 합해 2,000원 가량이 추가된다.

서울을 기준으로 10시 포항발 배를 타기 위해선 전날 밤에 심야 버스로 포항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포항까지 가장 싸게 가는 방법이지만, 숙박비가 든다. 여의치 못하다면 당일 새벽에 출발할 것.

가파른 암벽 끝에 마을들이 매달린 듯 걸려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파른 암벽 끝에 마을들이 매달린 듯 걸려 있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새벽 6시 서울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린 뒤, 택시로 3,000원하는 근처 동부터미널에서 10분 간격 포항행 시외버스를 탄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5,000원이면 포항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고, 시계를 보면 대략 9시 20분을 가리킨다.

후포항과 묵호항에서 출항하는 배는 1인당 6~7,000원 정도 싸다. 대신 계절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출항 여부와 시간을 꼭 문의해야 한다. 날씨가 좋다면 울릉도 도동항까지는 3시간이지만 좀 더 여유있게 도착 시간을 기다리는 게 좋을 듯하다.

도동항의 자그만 선창에는 자그만 어시장이 벌어져 있고, 오징어를 말리고 다듬는 손길이 분주하다. 도동항에 울릉호텔, 울릉비취호텔 외 여관과 모텔이 모여 있지만, 고급 시설을 기대하긴 힘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울릉도 주민의 가장 큰 소원은 병원과 방파제를 짓는 것이었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울릉도 주민의 가장 큰 소원은 병원과 방파제를 짓는 것이었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도동항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사동리의 울릉리조트대아호텔과 울릉마리나관광호텔은 최근에 지어져 규모도 크고 시설도 깨끗하다. 배멀미에 시달리지 않은 여행객은 도동항에서 점심 식사를 하자.

울릉도는 해산물이나 더덕, 삼나물 같은 산채가 유명하니 홍합밥이나 산채비빔밥 정도가 가볍게 좋을 듯. 오후엔 해상관광이나 육상관광 중 하나를 선택하자. 둘 다 코스가 정해진 일주관광이며 해상관광은 2시간 남짓, 육상관광은 4시간 정도다.

울릉도는 개별 여행객이 자유롭게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 자가용을 싣고 들어가는 데 드는 비용이 50만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싣는 데는 7,000원 정도지만, 거리상 지형상 자전거 여행은 만만찮다.

해상관광은 도동항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일주하기 때문에 승객이 많을 땐 미리 배 우측에 자리를 잡는 게 좋겠다. 굽이굽이 다가서는 거북바위, 낙타바위, 사자바위, 곰바위, 만물상, 송곳바위, 노인봉, 공암(코키리 바위), 삼선암, 관음굴, 죽도…. 비경은 비경이다.

갈매기의 쉼터 죽도.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갈매기의 쉼터 죽도.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원래부터 바위에 이름이 새겨진 건 아닐 터, 그 이름을 들려주는 대로 받아 적는 것보단 맘에 드는 이름 하나둘 짓다 보면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울릉도 해안과 지형을 멀찍이 바라보고 싶다면 울릉도 부속섬 죽도에 오르는 것도 좋다.

섬의 유일한 주민인 아버지와 아들이 더덕을 캐며 살고 있지만, 섬을 두르는 산책로가 푸른 바다의 정취를 맛보기에 그만이다. 관광버스나 택시를 타는 육상관광. 일주도로는 천의 모습이다.

한 굽이 돌아들 때마다 나타나는 풍광도 풍광이지만, 광활한 해안도로가 어느새 터널을 통과하고 있고, 현포령 12굽이를 넘을 땐 어느덧 백두대간 고갯길 저리가라가 된다.

마음에 드는 해안에 내려 풍광을 즐기다 나리분지에서 되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서면의 통구미와 남양 해안을 지날 때는 유독 오징어 말리는 풍경과 자주 접한다. 울릉도 오징어 가운데서도 이 지역의 오징어가 특히 더 쫄깃쫄깃하다고 한다.

해안일주도로가 바다만큼 시원하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해안일주도로가 바다만큼 시원하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이상하게도 서면 쪽 햇살이 유독 더 따사롭기 때문이라는 것. 육상관광의 마지막 코스는 대개 나리분지다.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 분화구가 함몰돼 만들어진 광대한 평지에 나리 마을이 들어서 있다.

언제 터져 나올 지 장담할 수 없는 용암을 머리 맡에 두고 잠을 자고 논밭을 일구고 있다. 울릉도 사람이 평지를 얼마나 애타게 갈구하는지, 또 했는지. 그래서 ‘세계에서 분화구에 사람이 사는 유일한 곳’이라는 홍보 문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왠지 서글프다.

나리촌 식당에서 감자전 안주로 더덕약초동동주 한잔 시끌벅적 들이키면 돌아갈 시간이다. 저녁식사는 울릉도 특산 명이나물에 싸먹는 약소불고기가 좋다.

가을걷이가 끝난 나리분지. 섬말나리가 많아 그 뿌리를 캐먹고 살았다고 해서 나리 마을이라고 불렸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을걷이가 끝난 나리분지. 섬말나리가 많아 그 뿌리를 캐먹고 살았다고 해서 나리 마을이라고 불렸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울릉도에선 ‘소’하면 곧 ‘약소’를 뜻한다. 섬바디 같은 약초로 키운 소다. 육질이 연하고 노린내가 없다. 울릉도에서야 그냥 지천에 널린 풀 먹여 키운 소겠지만, 뭍 사람 입장에서 보니 약소가 된다. 돼지고기 농가는 없단다. 뭍에서 ‘수입’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란다.

다음날 오전엔 독도를 찾거나 성인봉에 올라보자. 성인봉 주변은 365일 가운데 300일이 안개로 덮여 있다. 성인봉 등산은 도동이나 사동에서 시작하거나, 천부리에서 나리분지를 거쳐 등산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 코스든 5,6시간이 걸린다. 하산 코스가 사동이나 천부 쪽이라면 오후 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찍 서두를 것. 도동항으로 돌아오기 위해 숙소에서 콜 택시 전화번호를 미리 받아두는 게 좋다.

동도에서 본 서도. 동도 선착장에선 독도 수비대와 곰이와 몽이 두 강아지, 그리고 가장 푸른 물빛의 인사를 받게 된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동도에서 본 서도. 동도 선착장에선 독도 수비대와 곰이와 몽이 두 강아지, 그리고 가장 푸른 물빛의 인사를 받게 된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독도행 여객선은 3만 7,500원. 비수기엔 하루 한번 아침 7시 30분에 도동항에서 출항한다. 끝없는 바다는 숨을 탁 트이게도 하다가, 턱 막히게도 한다. 2시간 30분 동안 떠 있어야 하니 멀미약을 챙기는 게 좋겠다. 멀리, 정말 멀리 독도가 보인다.

보인다는 것만으로 배값을 하는 섬은 독도 밖에 없을 듯하다. 일반 여행객은 등대가 있는 동도 선착장까지만 갈 수 있다. 독도 정상으로 오르려면 울릉군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독도에서 국내 우편료로, 편지를 보낼 수 있다. 애꽂은 바위 깎아 '한국령' 글자 새길 이유 없지 싶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독도에서 국내 우편료로, 편지를 보낼 수 있다. 애꽂은 바위 깎아 '한국령' 글자 새길 이유 없지 싶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동도와 서도 사이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즐기다, 배를 타고 천천히 독도를 한 바퀴 돈다. 시간은 아쉽게 흘러간다. 시속 40km로 달리는 배가 독도를 떠난 지 45분. 수평선 끝엔 아직도 독도가 말없이 홀로 있다.

선실에선 영화 <실미도>가, 갑판에선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이 신이 났다. <독도는 우리땅> 가사는 자주 변했다.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1번지”에서 “… 울릉읍 도동 산63”으로, 지금은 “… 울릉읍 독도리”로 바꿔 부른다.

부침이 잦은 섬이 독도다. 실미도니 독도니, 말없는 섬들이 요란한 ‘주의’에 시달린다. 얄궂다. 도동항으로 돌아오면 점심 시간. 오후 2시 30분 정도까지 도동항에서 멀지 않은 약수공원, 독도박물관, 독도 전망대 케이블카를 둘러 볼 수 있다.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오징어배에서 피어난 어화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오징어배에서 피어난 어화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도동항 좌우의 해안 산책로도 숨겨진 절경이다. 산책로 중간의 노천 카페에서 오징어회를 시켜놓고 비경에 젖거나, 시간이 많이 남으면 내수전 일출전망대를 찾거나 제1어업전진기지 저동항에 들러 시끌벅적한 어촌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Tip.
울릉도 육상일주관광(4시간
)
ㆍ관광버스 _ 도동항에서 25인승 버스가 탑승객을 모으면 4시간 만에 한 바퀴 일주한다. 통구미의 거북바위, 태하의 성하신당, 현포항 방파제, 송곳산 아래 성불산, 그리고 나리분지를 비롯한 5·6군데에 정차한다.

ㆍ버스기사의 재미있는 입담이 간략한 여행 안내다. 울릉도개발관광여행사, 울릉관광, 두레고속관광
ㆍ택시 관광 _ 경사가 급해 일반 승용차는 없고 4륜 구동 지프형 택시뿐이다. 차를 대절해 반나절 정도 일주하는데 10만원 가량 한다. 시기에 따라 절충 가능. 울릉택시, 개인택시조합
ㆍ울릉도 내 버스 운행은 시기에 따라 변동이 많다. 

해상일주관광(2시간) 1인당 1만 5,000원. 비수기엔 아침 9시, 오후 4시 출항. 성수기엔 하루 4번. 유람선 협회, 유람선사무실, 죽도관광으로 문의.

독도의 탕건봉. 독도에서 그나마 제일 점잖게 생긴 바위가 저 모양이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독도의 탕건봉. 독도에서 그나마 제일 점잖게 생긴 바위가 저 모양이다.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Interview
‘길을 뚫자, 파도를 막자’가 울릉도의 구호였지요 김철환 울릉군 관광진흥계장

대한민국에서 독도 사진을 가진 많이 찍은 사람이 김철환 계장인지도 모르겠다. 독도에 100번 넘게 다녀왔단다. 그만큼 열심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병원을 찾아 12시간 배를 타고 처음 육지 나들이를 했다는 김 계장. 지금은 울릉군 관광계장직을 맡은 덕에 전국의 여행객을 울릉도로 이끌고 있다. 울릉도의 관광 자원은 대부분 자연 경관이다.

그만큼 절경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편의시설을 세울 공간과 여력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180도로 굽은 가파른 고갯길에서 주유소를 만나는 곳이 울릉도다.

울릉도 개척민 3세대인 김철환 울릉군 관광진흥계장.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울릉도 개척민 3세대인 김철환 울릉군 관광진흥계장. 2005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경관 보존과 사고 위험 때문에 해안도로를 1차선으로 뚫어 터널에 신호등을 단 곳이 또한 그 땅이다. 김 계장은 그 땅을 일궈온 3세대다. 1882년 울릉도 개척령이 반포되면서 전국의 주민 54명이 비어있던 울릉도에 발을 디뎠다.

그때부터 시작된 울릉도 개척사는 종상화산 지형과 태풍, 부족한 물과 일조량과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곡괭이로 바위 비탈을 깨뜨리고 길을 냈다. 섬말나리, 명이나물 같은 자생식물과 대황 같은 해초로 끼니를 해결했다.

“바닷가 후박나무 잎 뒷면에 고동이 주렁주렁 매달릴 정도로 해산물이 많았다고 합니다. 밤에 횃불을 밝혀 소라, 미역을 따서 끼니를 해결하곤 했지요. 그래도 ‘길을 뚫자, 파도를 막자’가 구호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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