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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촛불1978'의 스위스 치즈 요리, 깊고 짜릿한 퐁듀와의 데이트
'촛불1978'의 스위스 치즈 요리, 깊고 짜릿한 퐁듀와의 데이트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5.1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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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치즈퐁듀요리. 2005년 1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치즈퐁듀요리. 2005년 1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바게트 빵이 치즈에 빠지면, 상대방은 눈을 꼭 감고 키스를 받으세요. 잠깐만요, 연인끼리 왔을 때만 입니다. 남자분끼리 식사하실 때는 빠뜨린 사람이 계산하는 거 아시죠. 많이 기다리셨지요! 자, 지금부터 20분 동안 정전됩니다. 레디고~!

Fondue. 이름에서부터 부드럽고 감미로운 향을 풍기는 퐁듀는 스위스에서 시작된 치즈요리다. 알프스 지방에 살던 주민들의 겨울철 식사로 시작됐던 퐁듀. 남산 도로변에 1978년에 세워진 <촛불1978> 카페에서 매니저 조남석씨를 만났다.

'촛불1978'의 외관. 2005년 1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촛불1978'의 외관. 2005년 1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Q. 아직도 이런 벽돌집이 있다니. 처음 짓던 때 이후로 개보수를 전혀 안하셨나 봐요.
A. 네. 일종의 파벽돌로 지은 카페에요. 왜 있잖아요. 집 부술 때 나오는 벽돌을 다듬어서 재사용한 거지요. 오래된 편안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지요.

Q. 오늘 소개해주실 음식이 퐁듀 맞지요? 퐁듀란 무슨 의미죠?
A. 퐁듀랑 대하요리, 스테이크 준비했어요. 촛불1978이 처음 생길 때부터 퐁듀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그때는 돈까스, 스파게티 같은 음식을 팔았어요. 사람들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저희도 새로운 메뉴를 많이 출시했어요.

일단 퐁듀부터 소개해 드릴께요. 퐁듀(Fondue)는 Fondre, 즉 프랑스어로 ‘녹이다’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지요. 퐁듀의 원산지인 스위스에서는 우리나라의 된장국, 김치찌개 정도로 대중화된 음식이지요.

겨울철 눈이 많이 내려 외부로 나가기 힘들던 시절, 주민들은 집에 남은 치즈와 딱딱해진 빵 그리고 와인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어요. 맛있게 먹을 방법을 고민하다가, 치즈에 와인을 넣고 불에 녹이기 시작했죠.

그리고 빵을 찍어 먹었더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치즈와 쫄깃한 빵의 맛이 기가 막혔던 게죠. 이렇게 해서 생겨난 음식이에요. 만화 <톰과제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멍이 송송 뚫린 치즈 알죠? 그것이 에멘탈이나 그뤼에르 치즈인데, 퐁듀에 주로 사용되죠.

대하요리. 2005년 1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대하요리. 2005년 1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Q. 바게트 빵, 브로컬리, 새우, 베이컨, 토마토, 양송이버섯, 연콘…. 굉장히 다양한데요. 모두 치즈에 찍어 먹나요?
A. 맞아요. 먼저 바게트 빵을 찍어 먹어볼까요. 먼저 가운데에서부터 바깥 방향으로 원을 그리면서 치즈를 듬뿍 묻히고 입안에 쏘옥. 어때요? 와인의 씁쓸한 향과 치즈의 짭짤하고 고소한 맛 그리고 그윽한 향기. 느껴지세요?

단, 빵이 치즈 속에 빠지면 연인끼리는 키스 해주는 거 잊지 마세요. 쉿! 20분 동안 촛불만 켜둔 채 전부 소등하는 촛불타임도 있답니다. 조용한 시간 사랑을 속삭이는 시간이지요.    

모듬해산물구이. 2005년 1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모듬해산물구이. 2005년 1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Q. 촛불만이 가진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면서요?
A. 
프러포즈 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특별히 두 사람을 위한 아늑하고 낭만적인 방이에요. 사랑스런 꽃바구니와 촛불, 와인 1병과, 데코레이션이 된 케이크, 플래카드 그리고 특별한 요리.

사전에 예약하시면서 이것저것 추가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시면 더 좋고요. 얼마 전에는 신랑 될 분이, 신부 측 부모님을 위해서 방에 플래카드를 걸고 근사한 이벤트를 열기도 했지요.

어둠이 깔리지만 카페 안은 환하다. 곳곳에서 밝히는 촛불의 은은한 빛이 붉은 벽돌에 반사되어 고풍스런 유럽풍 성당 같다. 잔잔한 올드팝이 흐르고 연인들, 가족들은 분위기에 흠뻑 젖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Interview 장경순 사장
“지금 막 회의 끝나고 나오는 길이에요. 토론도 하고, 책도 읽고, 같이 산책도 해요. 남산 한 바퀴 뛰기는 일상이지요. 하하.”

막 촛불을 나서려는 사장님을 만났다. 92년부터 경영해 온 장경순 사장은 직원들이 곧 고객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려고 노력한단다.

촛불은 대중성보다는 특별함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이 될 것이라고 한다. 마치 프러포즈를 받는 그 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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