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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흥겨운 옛 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판소리 따라 가는 여정, 남원
흥겨운 옛 가락에 어깨춤이 절로~ 판소리 따라 가는 여정, 남원
  • 이종원 객원기자
  • 승인 2006.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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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지상의 사랑을 대표하는 오작교.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지상의 사랑을 대표하는 오작교.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남원] 남원은 남부 내륙지방의 정치, 교통, 군사상 중요 거점이며 영호남을 연결하는 도시로 한국인의 정신적 뿌리인 지리산이 감싸고 있는 곳이다.

이런 자연을 닮아서일까 애틋한 사랑과 인간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남원사람들의 염원이 찬란한 고전문학을 꽃피우게 하였다.

남원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사랑지침서인 <춘향전>, 박씨 물고 온 <흥부전>, 음양을 통해 하층민의 삶을 그린 <변강쇠 타령>, 김시습의 최초의 한문 소설인 <만포사저포기>의 무대이자 발상지다. 소리가 있으니 소리꾼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인 지리산.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인 지리산.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지리산의 맑은 기상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동편제의 힘찬 소리는 우리 판소리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통일 신라 때 거문고의 명인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에 은거한 후 남원은 국악의 발상지가 되었고 동편제 판소리의 탯자리로써 송흥록, 김정문, 이화중선, 박초월, 안숙선 등 위대한 소리꾼을 배출하기도 했다.

백제와 신라가 힘을 겨루던 시기에는 국경지대로 하루아침에 주인이 뒤바뀌는 전쟁터였고, 고려시대에는 극성스런 왜구들이 전라도 평야지대를 약탈하기 위해 이 곳을 교두보로 삼았으니 그 유명한 이성계의 황산대첩 승리도 남원에서 이루어졌다.

정유재란 때 순국한 1만 명의 남원민초들의 무덤인 만인의총.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정유재란 때 순국한 1만 명의 남원민초들의 무덤인 만인의총.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정유재란 때는 남원사람 모두가 하나 되어 왜적과 맞서 싸웠지만 1만 명 모두가 장렬하게 전사하고 말았으니 이때 순국한 사람들의 뼈를 한 곳에 모아 만든 것이 ‘만인의총’이다.  

구한말에는 민초들의 단내 나는 숨소리가 요동쳤던 동학혁명의 발굽이 지나갔고 해방 후에는 빨치산과 토벌대의 이념의 피가 계곡을 물들인 곳도 남원 지리산이었다. 사랑과 한숨이 비빔밥처럼 비벼지고 눈물과 한이 깍두기처럼 버무려진 곳이 바로 남원땅이다.

완월정은 달을 즐기기 위해 세운 정자이다.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완월정은 달을 즐기기 위해 세운 정자이다.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춘향전의 광한루원
하늘엔 견우직녀가 칠월칠석에 만났다는 오작교가 있다면 땅에는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맺어진 오작교가 있어 지상의 사랑을 대표한다. 이곳에서 춘향과 몽룡이 처음으로 만나 사랑을 맺은 곳이다.

광한루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고 춘향과 몽룡의 옷을 빌려 입고 오작교를 거닐어도 좋다. 월매집에는 춘향과 이몽룡이 백년가약을 맺은 부용당과 방자가 밥을 먹는 행랑채를 재현하여 놓았다.

뒤편에는 장원급제 기원단이 있어 많은 연인들이 찾아와 사랑이 맺도록 소원을 빌고 있다. 선취각에는 가야금, 거문고와 사물놀이 악기가 전시되어 있으며 민속놀이 체험장에서는 널뛰기, 고리걸리, 팽이치기, 투호놀이, 씨름 등을 할 수 있으며 춘향사당에는 김은호 화백이 그린 춘향 영정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의 배경이 되었던 월매집.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의 배경이 되었던 월매집.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춘향테마파크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촬영장소와 다양한 사랑의 테마를 꾸며 놓았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대숲을 감상하면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다. 일명 ‘사랑으로 가는 길’이며 과거로 회귀하는 타임머신인 셈이다.

사랑의 길 끝자락에는 남원향토박물관이 나온다. 선사에서 근대까지의 출토유물을 시대별로 정리해 놓은 역사마당과 춘향전등 남원을 대표하는 4대 고전의 주요장면과 동편제의 내용을 정리한 문화마당, 남원의 민속과 향토, 농경생활 문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입장료 없음. 월요일 휴관)

우주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광한루.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우주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광한루.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사랑의 언약판에는 연인, 가족들의 언약을 작성하여 사랑의 담장에 적고 타임캡슐에 담아 보관하였다가 춘향제 행사시 개봉이벤트행사를 한다. 소원지를 적어 넣은 돌탑과 사랑을 맹약하는 옥가락지 조형물도 기대해도 좋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촬영세트장에는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보낸 부용당과 월매집을 재현해 놓았다. 토요일 각 공방에서는 짚공예, 붓글씨체험, 판소리 따라하기, 가훈 쓰기등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사랑에 대한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있는 춘향테마파크.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사랑에 대한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있는 춘향테마파크.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조선 중기의 동헌을 그대로 복원해 놓은 동헌에는 춘향전의 주요 장면이 미니어처와 실제크기의 인형이 재현하고 있다. ‘우리가락 따라하기’는 남원지역 국악인이 진행하며 동편제 소리를 들려주고 학생들이 직접 따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여 자연스레 국악체험을 하게 했다.

마당전 <춘향뎐> 체험은 학생들이 직접 배우가 되어 공연하며 14인의 전통의상과 가발 등 포졸방망이, 소품, 음향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옥사정에는 춘향의 고난과 시련의 옥중생활을 재현해 놓았다. 감옥과 곤장틀, 주리틀이 있어 사랑을 그리며 고초를 극복한 춘향이의 옥중체험도 할 수 있다.

만포사저포기의 무대로 알려진 만복사지. 천년동안 불두가 절을 지키고 있었다.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만포사저포기의 무대로 알려진 만복사지. 천년동안 불두가 절을 지키고 있었다.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금오신화의 만복사지
고려 문종 때 융성했던 만복사가 자리했던 터이다. 처음 지었을 때 경내에는 동으로 만든 거대한 불상을 모신 이층법당과 오층목탑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이 곳은 김시습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에 실린 ‘만복사저포기’의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조선중기까지 번창하던 만복사는 정유재란(1597)때 불타 없어졌다. 절 입구에는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의 석두가 옹색하게 서 있다. 설 자리가 없어 도로까지 삐져나와 보호막까지 쳐 놓았으니 단단히 심술이 난 것은 당연지사.

몸뚱이는 잃어버린 채 쓰라린 고통을 안고 1천년을 살아왔던 석불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유난히 상승감이 돋보이는 오층석탑(보물 30호)은 절 가운데를 버티고 있고 석불(보물 43호)은 고려 때 작품이지만 부드럽고 유려한 백제인의 손길이 전해진다.

만복사지의 유물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 전화가 휩쓸고 갈 때마다 깊은 상처가 패인 곳이 남원이고 그 한복판에 만복사가 있었다. 석좌(보물31호)도 마찬가지다. 불상은 온데 간데없고 그 받침돌만 쓸쓸히 남아 있다.

1.5미터가 넘는 거대한 불상이 이 좌대 위에 앉아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가슴이 두근두근.

Info 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전주IC → 17번국도(남원·순천방향) → 남원(전주IC에서 1시간 소요)
광주·대구 → 88고속국도 남원IC → 남원(남원IC에서 20분 소요)

맛집
남원추어탕의 원조집인 새집은 40년간 추어탕 한 가지만을 끓여 한결 같은 맛으로 전국의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100% 자연산 미꾸라지만 고집하여 정성들인 재료만큼이나 담백하면서 구수한 맛이 누구 입에도 붙는 맛있는 집이다.

운봉흑돼지 삼겹살은 지리산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한국 순수 토종 흑돼지만 취급하며 은근한 맛과 쫄깃한 육질이 별미다.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서도마을.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서도마을.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Tip. 주변 여행지 
최명희의 혼불 문학의 집
<혼불>의 작가 최명희 선생의 문학혼이 있는 곳이다. <혼불>의 주인공인 청암부인의 생가이자 종부의 집을 옛 양반가의 종가집으로 복원하고 혼불의 집으로 만들었다. 혼불 문학관에는 소설의 내용을 형상화한 이미지와 인형 그리고 작가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최명희 선생은 <혼불>의 등장인물의 사주까지 볼 정도로 혼신의 힘을 쏟았다고 한다. 종가집, 노봉서원, 호성암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등 소설속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 만해도 의미있는 여정이다.

흥부 이야기 속 한 장면을 조형물로 제작해 놓았다.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흥부 이야기 속 한 장면을 조형물로 제작해 놓았다.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흥부 출생지-성산마을과 흥부발복지-성리마을
남원과 함양의 경계선에 흥부와 놀부 출생지가 자리잡고 있다. 놀부의 모델로 알려진 박첨지의 묘를 비롯하여 텃밭, 사당터가 있다. 매년 삼월 삼짓날 박첨지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지금도 강정모퉁이, 노디다리, 화초장 바윗거리, 흰죽배미 등 흥부전에 나왔던 지명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신기할 따름이다. 흥부 박춘보의 묘가 있으며 그 옆에 공덕비를 세워놓았다.

국창 박초월생가의 가왕 송흥록 동상.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국창 박초월생가의 가왕 송흥록 동상.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동편제의 탯자리’ 가왕 송흥록, 국창 박초월생가
옛날 남원지방에는 풍류 3가지가 있었다. 활을 쏘고, 북을 치며, 지리산에 오르는 일이다. 운봉의 비전마을은 이 3가지 풍류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판소리의 제왕 송흥록은 조선말기 순조, 헌종, 철종대의 명창으로 계면조, 진양조를 완성하였고 모든 가사를 집대성하여 판소리의 중시조로 불리우며 가왕(歌王)의 칭호를 받는다.

국악의 큰 별 박초월도 이곳 태생이었다. 국악계의 성지이기에 이곳을 ‘동편제의 탯자리’라고 부른다.

쌈지공원 모습.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쌈지공원 모습. 2006년 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변강쇠의 백장암 쌈지공원
인월을 지나 실상사로 가다보면 왼쪽에 백장공원이 나온다. 이곳 백장암 계곡을 중심으로 왕성한 정력의 소유자인 변강쇠와 옹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변강쇠와 옹녀가 놀았다는 옹녀탕과 강쇠바위와 변강쇠가 기력을 보충했다는 들독골, 남녀 성기 모양을 한 음양바위 등 흥미진진한 설화 속 무대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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