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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화천 산천어 축제와 춘천 빙어낚시, 아빠는 빙어 잡고 아이들은 썰매 타고~
화천 산천어 축제와 춘천 빙어낚시, 아빠는 빙어 잡고 아이들은 썰매 타고~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6.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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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매년 겨울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흥을 더한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매년 겨울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흥을 더한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화천] 겨울철 별미 빙어는 맛도 맛이지만 얼음 구멍 사이로 잡는 재미도 크다. 아이들과 함께 빙어 등 산천어를 잡는 축제가 매년 화천을 비롯한 산간 마을에서 열린다.

겨울이다. 이 계절을 어른들은 싫어해도, 아이들은 정말 좋아한다. 펑펑 내리는 눈도, 꽁꽁 얼어붙은 강도 신나는 놀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족도 겨울마다 아이들의 기대감으로 여행 보따리를 싼다.

산이든, 강이든 신나는 체험과 놀거리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나선다. 지난 겨울 우리가족은 보름달 가족과 함께 화천과 춘천을 여행했다. 화천에서는 인기 있는 겨울 축제로 자리 잡은 산천어 축제를 즐겼고, 춘천에서는 툇골 저수지에서 빙어 축제를 즐겼다.

겨울여행의 최대 변수는 날씨다. 지난 여행에서도 그랬다. 여행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날은 춥고, 바람도 거세게 불었다. 웬만한 기상 변화에는 여행을 취소하지 않는 우리가족이지만, 기상 조건이 워낙 좋지 않았다.

'다라이'를 타고 가는 어린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축제장이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다라이'를 타고 가는 어린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축제장이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더욱이 함께 여행을 나설 보름달 가족은 아이들이 어려 걱정을 많이 했었다.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지 출발 전날까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여행 전날 두 가족의 마지막 협의에서 추우면 바깥 활동을 줄이기로 하고 출발을 결정했다.

막상 여행을 떠나는 날은 포근했다. 햇살도 환하게 비쳐 겨울 여행을 즐기기 안성맞춤이었다. 여행 첫날의 목적지는 화천. 산천어 축제장이었다. 몇 년 사이 산천어 축제는 인기 있는 겨울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흐르는 물에서 즐기는 산천어 낚시.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흐르는 물에서 즐기는 산천어 낚시.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겨울 축제가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눈과 얼음 등 정적인 주제의 행사인데, 산천어 축제는 낚시를 하는 동적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것도 작은 빙어가 아니라 어른 손바닥만한 커다란 산천어를 낚을 수 있다는 것은 여행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우리가 화천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춘천부터 만난 꽁꽁 언 강 풍경에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는데, 그 강 풍경이 눈에 익어 신기함이 조금 시들 무렵 축제장인 화천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사는 터전과 바짝 붙어 있는 축제장이 조금 낯설어 보이기도 하지만, 축제와 더불어 화천읍까지 생기가 넘쳐 좋아보였다. 화천 시장 한복판에서 닭갈비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도착한 보름달 가족과 만났다.

갖가지 모양의 눈조각이 햇볕에 반짝이면 동화책에 나오는 얼음나라가 된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갖가지 모양의 눈조각이 햇볕에 반짝이면 동화책에 나오는 얼음나라가 된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우리가족보다 먼저 축제장에 도착한 보름달 가족의 아이들은 이미 신나게 썰매타기를 즐긴 후였다. 두 가족이 만난 뒤 우선 산천어 낚시터로 갔다. 산천어 축제장의 대표적인 즐길 거리는 산천어 낚시였는데 오후 4시까지의 낚시는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4시 이후에는 산천어 낚시가 가능하단다. 하지만 그때부터 낚시를 한다면 숙소로 나가는 길이 너무 늦어 질 것이다. 낚시는 툇골 저수지를 찾아 갈 다음날로 미루었다. 축제란 것이 참여를 해야 더 즐겁지만,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것도 축제의 재미다.

낚시터에서는 쪼그리거나 무릎을 굽힌 채 얼음구멍을 지켜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다들 벌 받는 사람들 같다. 가끔 커다란 함성과 함께 어른 손바닥보다 커다란 산천어가 올라왔다.

낚아올린 산천어.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낚아올린 산천어.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그렇게 잡은 산천어는 낚시터 앞쪽 구이터에서 구워 먹거나, 횟집에서 회로 뜬 뒤 먹을 수 있었다. 반질반질한 얼음 썰매장도 재미있었다. 다양한 썰매들이 서로를 뽐내고 있었다. 그중 가장 멋진 썰매는 다라이 썰매였다.

커다란 썰매 다라이에서 애기는 푹 잠이 들어 있었다. 썰매장 한쪽에서는 썰매타기 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즐거워 보였다. 속도가 너무 빨랐던 어른들은 반환점을 돌 때 미끄러기도 했다. 몸이 맘을 따라가지 않았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동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동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린 동굴이나, 눈으로 만든 도깨비굴을 통과하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서너 시간을 축제장에서 보낸 뒤 축제장을 빠져나와 춘천으로 향했다.

얼음나라 화천이 물의 나라 춘천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호반의 도시로 알려진 춘천은 국도와 지방도의 대부분이 물길을 끼고 달린다. 화천에서 나와 숙소까지 이동하는 길도 계속 물길과 함께 했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눈으로 만든 도깨비굴.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곳도 있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눈으로 만든 도깨비굴.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곳도 있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우리가 예약해둔 숙소는 한마음리조트. 춘천시민들이 한 여름 더위를 피해 자주 찾는다는 툇골 유원지의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여행 둘째 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빙어 낚시를 하기 위해 툇골 저수지를 찾았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 한참을 들어갔다. 우리가 하룻저녁을 묵었던 리조트도 산골이었는데, 그곳에서도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갔다. 넓은 저수지가 꽁꽁 얼어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빙어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대부분 가족단위 여행객이었다. 더욱이 여행객의 대부분은 얼음낚시를 위해 잠시 들른 것이 아니고, 여행목적 자체가 빙어 낚시인 것 같았다. 입장료를 내고, 낚시와 미끼를 구입했다.

곳곳에서 얼음 구멍을 들여다 보며 빙어를 기다리는 가족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곳곳에서 얼음 구멍을 들여다 보며 빙어를 기다리는 가족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준비를 마치고 저수지로 들어가면서 “얼음이 깨지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을 다솜이가 했다. 하지만 이미 낚시를 시작한 사람들의 얼음 구멍을 보니 얼음의 두께가 40cm가 넘을 것 같았다. 이정도 두께라면 승용차가 올라서도 깨지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툇골 저수지는 이렇게 두꺼운 얼음이 어는 곳이라서 다른 곳의 얼음낚시가 모두 끝나는 3월까지도 얼음낚시가 가능하단다. 우리가족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얼음에 구멍을 뚫은 뒤 빙어 낚시를 시작했다. 낚시를 시작하고 아이들은 신이 났다.

빙어 잡이에 도전하는 현석이.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빙어 잡이에 도전하는 현석이.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빙어를 많이 잡아서 맛있는 빙어 튀김을 해먹을 생각을 했다. 하지만 빙어 낚시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얼음구멍으로 낚시를 넣고 30분을 넘게 기다려 빙어 한 마리를 잡았다. 빙어가 올라 올 때 “와” 함성을 내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잡은 빙어는 저수지의 얼음 위에 작은 물 웅덩이를 만들어 가두어 두었다. 한 마리를 잡고 난 후 “이제 많이 잡히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한참을 더 기다려도 빙어는 잡히지 않았다. “아빠 낚시 실력이 부족한가봐…”라며 현석이 다솜이가 돌아가면서 낚시대를 잡았다.

얼음벌판에서 소나무가 자란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얼음벌판에서 소나무가 자란다. 2006년 1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 빙어가 잡히지 않자 아이들은 썰매나 타며 놀겠다고 썰매장으로 갔다. 아이들의 선택은 현명했다. 아이들이 썰매를 타러간 이후 두 시간 넘게 낚시대를 잡고 있었지만 더 이상 빙어를 잡지 못했다.

해가 중천을 향하고 있었다. 빙어 낚시를 마칠 시간이 되었다. 낚시 실력이 더 좋았던 보름달 가족은 잡은 빙어를 튀김으로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 툇골 저수지를 빠져나와 에니메이션 박물관과 남이섬을 들린 뒤 겨울 여행은 끝이 났다.

날도 춥고, 해도 짧아 겨울을 여행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떠나보면 겨울 여행도 충분히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 겨울 우리가족의 여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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