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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남도 바닷바람 가득한 완도 신지도, 다리 건너 뭍으로 나온 왜가리의 섬
남도 바닷바람 가득한 완도 신지도, 다리 건너 뭍으로 나온 왜가리의 섬
  • 이수인 기자
  • 승인 2006.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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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신지도 앞 바다의 반짝이는 풍경.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신지도 앞 바다의 반짝이는 풍경.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여행스케치=완도] 지난해 말 완도~신지도간 연륙교인 ‘신지대교’가 착공 8년 만에 개통됐다. 왕복 4차선의 이 도로가 열리면서 그동안 뱃길로 40분이 걸리던 길을 단 5분 만에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다도해의 수많은 섬이 더 가까이 다가와 앉은 신지도로 떠나보자. 완도는 전라남도 서남쪽 끝에 있는 크고 작은 201개의 유,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섬은 완도지만 신지대교가 개통되면서 신지도가 다도해로 가는 서남해안의 새로운 교통 중심지로 부상하였다.

특히 근처의 금당도, 금일도, 약산도, 고금도, 생일도의 뱃길은 한층 가까워졌다. 고운 모래와 울창한 송림으로 전국 5대 해수욕장으로 꼽힐 만큼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은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남도섬의 따스한 바람이 살랑거리는 한적한 바닷가를 찾은 이른 관광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청명한 순수가 아직 그곳에 남아있다.

우네,
천리 길 달려온 파도
가슴 시퍼렇게 멍들어서 우네
눈앞에 청산靑山 두고
청산에 가 닿지 못하는 세월
울모래등 기어서 기어서 넘으면
부서지고 부서진 마음
그 푸르름에 가슴 적실까
   

- 김신용의 <명사십리> 중에서 

십리에 걸쳐 드넓게 펼쳐진 명사십리 백사장의 모래를 한 움큼 움켜쥐면 모래가 날릴 만큼 곱다. 그래서 발이 푹푹 빠지는 여느 해수욕장의 백사장과는 달리 모랫길이 단단핟.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십리에 걸쳐 드넓게 펼쳐진 명사십리 백사장의 모래를 한 움큼 움켜쥐면 모래가 날릴 만큼 곱다. 그래서 발이 푹푹 빠지는 여느 해수욕장의 백사장과는 달리 모랫길이 단단핟.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신지도의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면 하염없이 ‘웅~웅~’대는 백사장의 울림소리가 마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그래서 명사십리라 이름 붙여진 다른 해수욕장의 밝은 모래, 명사(明沙)가 아닌 울 명(鳴)자를 써서 명사(鳴沙) 즉, 모래가 운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완도 해수욕장들의 일반적인 특징인 소나무 방풍림도 명사십리해수욕장에 자리 잡고 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소나무 숲을 거니는 것은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유로움 중의 하나. 멀리 쪽빛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다 내음이 겨우내 켜켜이 쌓인 묵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신지면소재지에서 차로 15분 가량 걸리는 동고리의 가인마을 뒷산에는 약 2,000마리의 왜가리(학)가 서식하는 소나무 숲이 있다. 먹이가 풍부하다보니 철새인 왜가리가 텃새가 되어 버렸다. 사시사철 워낙 많은 왜가리가 살다보니 이젠 소나무가 견뎌내지 못하고 고사할 정도라고 한다.

낙하(?)하는 왜가리의 분변을 기꺼이 맞을 각오로 가까이 접근한다면 소나무 위를 나르는 왜가리떼의 그림 같은 장관도 볼 수 있다. 왜가리 서식지를 지나 동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작은 해변을 만나게 된다. 신지도의 다른 바닷가인 동고리해수욕장이다.

신지도 독계령에서 내려다본 해넘이, 어스름이 깔린 대곡저수지가 마치 호수같다.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신지도 독계령에서 내려다본 해넘이, 어스름이 깔린 대곡저수지가 마치 호수같다.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이곳 해수욕장 역시 수백 년 된 마을 앞 소나무 300여 그루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의 명성에 가려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호젓하게 바닷가를 거닐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고리해수욕장은 민박시설보다는 주민들의 집과 접해 있어 어촌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미역, 우뭇가사리, 톳, 매생이 등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해초류를 길 위에 널어놓고 말리는 풍경도 흔하다.

신지면 대곡리의 황일씨가 이곳 바다 자랑을 한다. “바닷물은 동해안이 더 깨끗하지만 완도를 청정해역이라 부르는 이유는 해초류가 많아 나오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해초류의 약 80%가 완도에서 생산될 만큼 바닷물이 깨끗하고 좋습니다.”

완도의 어느 섬이든 동백꽃이 흔하다.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완도의 어느 섬이든 동백꽃이 흔하다.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동고리는 이름 그대로 동쪽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가면 일명 구멍섬이라 불리는 혈도(穴島)를 만나게 된다. 아이를 못 낳은 여자가 정월 보름날 머리에 바구니를 쓰고 하늘이 훤히 보이는 막구멍의 굴속에 들어가 절을 하면 임신을 할 수 있단다.

감성돔과 참돔이 많이 잡히는 구멍섬 혈도는 부근의 갈마도, 소릉도와 함께 낚시꾼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섬이 길어 ‘세장도’라 불리기도 하는 신지도를 차로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한다. 동해나 서해와는 달리 남해안에서는 해넘이와 해돋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섬의 한가운데 위치한 항일운동 기념탑 앞에 서서 해넘이를 보고 내려오자 어느새 자욱이 깔린 어스름 때문에 멀리 보이는 대곡저수지가 마치 호수처럼 아련하다. 다음날 새벽. 멀리 백사장에서 들려오는 웅웅거리는 파도소리가 타지에서의 선잠을 깨운다. 잠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난 아낙네가 더듬더듬 켠 백열등 불빛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바닷가 마을은 푸르무레하게 밝아온다.

보통 바다에 고기잡이배를 띄우지만 최근에는 육상에서 물고기를 양식하는 곳도 많다. 동고리 풍경.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보통 바다에 고기잡이배를 띄우지만 최근에는 육상에서 물고기를 양식하는 곳도 많다. 동고리 풍경.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가로등이 꺼지자 개가 짖어댄다. 경운기가 달달거리며 지나간다. 어느 집 부엌의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정겹다. 완도의 작은 섬 신지도의 하루는 이렇게 ‘소리’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아직 덜 깬 몸을 일으켜 바닷가로 나왔다. 앞머리를 풀썩이고 지나가는 상큼한 바닷바람에 향긋한 솔향기가 묻어있다.

신지도에서 해돋이를 보고난 후 뻥 뚫린 신지대교를 타고 서둘러 완도로 넘어갔다. 매일 아침 8시에 시작하는 활어 경매 현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완도 수협 어판장에서는 오전 8시와 오후 2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경매한다. 어판장 앞 포구에는 밤새 잡은 고기들을 배 저장고에서 퍼 올려 경매장 안으로 실어 나르는 인부들로 분주하다.

활어바구니에 매다는 낙찰상인들의 이름표.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활어바구니에 매다는 낙찰상인들의 이름표. 2006년 3월. 사진 / 이수인 기자

경매장 안은 보다 싱싱한 활어를 점찍어 두려는 도매상인과 싱싱한 횟감을 사가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힘차게 꼬리를 펄떡거리는 복어새끼가 마냥 신기해 고개를 빼고 구경하는데 사지도 않으면서 길을 막고 서있는 낯선 객이 못마땅했는지 고기 실은 수레를 밀고 오던 한 인부가 비키라고 소리 지른다. 화들짝 놀라 옆으로 물러선다는 게 바닥에 고인 물을 첨벙하고 밟고 말았다. 바짓단이 이내 생선 비린 물로 젖어든다.

휘리릭~. 경매시작을 알리는 중매인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온다. 삼삼오오 흩어졌던 사람들이 일제히 이동식 경매대 앞으로 모여든다. 잠시 암호 같은 소리와 제스처가 분주히 오고 가더니 어느새 경매 하나가 끝나버린 모양이다. 경매가 끝난 활어 바구니에는 낙찰받은 상인의 하얀 이름패가 매달린다.

완도를 벗어나는 길에는 수협 어판장 옆에 죽 늘어선 횟집에서 식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침 해를 보겠다고 새벽부터 설레발을 쳤던 터라 진작부터 뱃속이 꼬르륵 거렸다. 활어를 곰탕처럼 끓여내는 시원하고 담백한 생선지리탕은 빼놓을 수 없는 별식이다. 싱싱한 활어에 미역과 파, 그리고 마늘과 무만 넣어 끓인다.

“국내자연산만이 이런 구수하고 뽀얀 국물이 나온다” 면서 소금간만 하여 하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끓여주는 게 포인트라고 탕을 내오던 주인아줌마가 귀띔한다.

Info 가는 길
자가운전 _ 서해안고속국도 목포TG → 영산강 방조제 → 2번국도 → 13번국도 → 완도(서울 기준)
대중교통 _ 광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완도 방향 버스이용(2시간 30분 소요), 서울경부고속버스터미널에서 완도 직행버스도 있다. (1일 4회, 5시간 40분 소요)

신지도
● 먹을거리 _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 뒤 소라횟집은 전복을 크게 썰어 넣어 끓인 전복죽이 전문이다. 완도읍 내 공용터미널 뒤 광주식당은 완도 한정식집, 약산흑염소는 흑염소 불고깃집, 목우촌식당은 돼지고기 쌈밥집이지만 고등어가 별미이다. 수협어판장 주변에 위치한 음식특화거리에는 생선횟집이 몰려 있어 다양한 회를 맛볼 수 있다.

● 숙박 _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주변으로 대부분의 민박집이 몰려있다. 유림파크장, 소나무숲, 다도해민박, 등나무집 등. 여관이나 모텔을 이용하기 위해선 완도로 넘어와야 한다.

● 여객선 운항시간 쪾신지동고 출발 → 약산 → 생일 → 금일 도착(1일 4회 운항, 07:00, 10:00, 13:00, 16:00 출발) 쪾금일 출발 → 생일 → 약산 → 신지동고 도착(1일 4회 운항, 08:05, 11:05, 14:05, 17:15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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