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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한국의 갯벌①] 람사르 등재 갯벌을 체험하다 고창 갯벌
[한국의 갯벌①] 람사르 등재 갯벌을 체험하다 고창 갯벌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19.10.16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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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과 모래, 혼합갯벌까지 다양한 종류의 갯벌을 볼 수 있어
호랑이 줄무늬 범게부터 철새까지 생태계 가치 높아
갯벌에서 하는 체험 또한 큰 인기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외죽도 인근의 갯벌에서 동죽을 잡는 사람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편집자 주> 오는 2020년 7월경 열리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4곳이 ‘한국의 갯벌’이란 이름으로 세계자연유산 등재 여부가 확정됩니다. 이에 본지는 ‘한국의 갯벌’ 중 하나인 고창 갯벌, 신안 갯벌을 소개합니다. 

[여행스케치=고창] 고창 갯벌은 2010년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었는데 그 등록 면적이 40.6㎢에 달한다. 심원면을 비롯해 부안군과 접경을 이루는 곰소만 일대가 핵심 지역이지만 영광과 접경을 이루는 구시포해수욕장까지도 펄 갯벌, 모래 갯벌 그리고 이 둘이 뒤섞인 혼합갯벌이 다양하게 이어져 있다. 서해 연안이 대부분 그렇듯이 아름다운 모래백사장은 썰물이 되면 숨겨졌던 갯벌이 펼쳐진다.

고창 갯벌에 귀하다는 황새 무리가 날아와 쉬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고창 갯벌에 귀하다는 황새 무리가 날아와 쉬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자연 생태계 가치가 높은, 고창 갯벌
고창에 바다가 있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고창엔 바다도 있고 섬마을도 있다. 어디 그 바다가 보통 바다인가, ‘칠산바다’라는 나름 족보 있는 바다다. 서해 조기 파시가 성황일 땐 ‘조구도 칠산바다 물을 먹어야 알을 밴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황금어장의 대명사로 통했던 게 칠산바다다. 비록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바다는 여전히 넓은 마음으로 육지를 보듬고 있다.

고창군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가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고창 갯벌은 자연 생태계 가치 또한 높다. 다른 지역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호랑이 줄무늬의 범게가 서식하고 있고 최근에는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황새가 무리지어 고창 갯벌에 날아와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만돌갯벌체험마을의 동죽 잡기 체험이 인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만돌갯벌체험마을의 동죽 잡기 체험이 인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만돌마을은 고창 갯벌에서 지주식 김을 생산한다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만돌마을은 고창 갯벌에서 지주식 김을 생산한다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갯벌생태계에 저서생물이나 조류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들도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자연스레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어촌계를 결성하여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등 지역 주민들은 고창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봄에서 가을까지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고 겨울에는 김을 양식한다. 바지락은 전국 최고의 생산량을 기록할 정도이고 김은 염산이나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인 지주식 김 생산 방식이라 고창김만 고집하는 단골들이 있을 정도다.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이 지역의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고창갯벌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갯벌체험 일번지, 고창
고창 갯벌이 널리 알려진 건 일찌감치 갯벌체험으로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면서부터이다. 해안을 끼고 많은 어촌이 있는데, 갯벌을 가장 먼저 관광자원화 한 곳은 심원면 하전마을이다.

하전마을에서는 ‘갯벌택시’란 이름의 경운기를 타고 넓은 갯벌에 진입함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경운기는 현재 트랙터로 바뀌었는데 관광객들은 전국 최고의 바지락 생산마을에서 갈퀴를 이용하여 조개를 잡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직접 잡은 잡어로 매운탕 백반을 내주는 만돌뻘집.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만돌마을에서 바라본 외죽도 석양.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요즘은 인근에 자리한 만돌마을에도 사람이 몰리고 있다. 만돌마을은 산책하기 좋은 솔숲을 갖춘 바람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동죽 잡기 체험을 비롯해 천일염 체험, 정치망 체험, 무인도 체험 등 다양한 어촌 체험 프로그램을 내세우면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만돌마을 주변에는 대규모 천일염 생산 염전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직접 밀대로 소금을 밀어보며 염부의 노고를 체험해볼 수 있다.

정치망은 지역주민들의 소규모 어로작업 방식이다. 물이 빠지면 바다에 설치해 놓은 그물에 다양한 종류의 고기들이 잡히므로 이를 수거해 오면 된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돌마을 앞에 있는 외죽도란 섬에선 썰물 때에 마을주민들의 트랙터를 타고 들어가서 무인도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만돌마을에서 바라본 외죽도 석양.
람사르고창갯벌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갯벌생태교육.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어촌체험마을에서 즐기는 체험놀이 인기
고창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통해 알려진 장호어촌마을도 있다. 조개잡기 외에도 후릿그물체험, 해변 승마체험 등의 즐길거리가 갖춰져 있다.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 인기가 높다는 인근의 상하농원과 제휴하여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단순 조개잡기 체험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이 있는 생태교육을 원한다면 두어마을에 있는 람사르고창갯벌센터를 방문하면 좋다. 고창군에서 설립한 기관으로 고창 갯벌을 보여줄 수 있는 간단한 전시장이 있으며 예약제를 통한 갯벌생태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를 타고 염생식물원을 비롯해 갯벌마을 해안을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두어마을은 최근 식사와 숙박, 향토자원의 가공까지 할 수 있는 복합센터를 완공하여 손님들을 받고 있다. 두어밥상으로 식사를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잠시 여행의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매년 여름에 열리는 고창갯벌축제. 맨손 장어 잡기가 인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고창 갯벌에 날아든 민물도요 무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갯벌체험 프로그램을 마을공동체 외에 개인자격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어서 고창은 명실상부 갯벌체험 1번지라 부를 만하다. 매년 여름에는 고창갯벌축제를 개최함으로써 고창의 갯벌을 널리 알리고 있다.

고창을 포함한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5대 갯벌의 하나로 손꼽히는 보물이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바다 없는 나라도 많고 바다가 있어도 우리나라와 같은 갯벌이 없는 나라가 많다. 우리의 갯벌을 잘 보전하고 가꾸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면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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