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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가을여행] 역사와 쉼, 소나무가 함께 하는 보은의 가을날
[가을여행] 역사와 쉼, 소나무가 함께 하는 보은의 가을날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14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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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쌓고 1500년 버틴 삼년산성
스카이바이크 타볼 수 있는 솔향공원
오래된 한옥의 멋, 우당 고택까지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3000명의 장정이 3년을 쌓았다고 전해지는 삼년산성.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보은] 속리산을 끼고 있는 충북 보은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산과 나무가 많아 물도 공기도 맑은 곳이다. 가을엔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보은을 거닐어보자.

신라시대 최전방의 요새로 삼았던 삼년산성, 왕도 넘어가기 힘들었다던 말티재 고개와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군락이 있는 솔향공원, 그리고 우당 고택까지 보은 어딜 가더라도 우거진 나무가 관광객을 반긴다.

3년간 쌓고 1500년 세월을 버틴 삼년산성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던 삼년산성은 150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웅장하고 정교하다. 단단한 성벽은 오를수록 경이롭고, 정상에는 막힘없는 전망이 우리를 반긴다. 해발 325m 오정산에 자리한 삼년산성은 3000명의 장정이 3년간 성을 쌓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보은읍 어암리에 자리한 삼년산성은 사적 제235호로, 오정산에 자리하고 있다고 해서 오정산성이라 불리기도 한다.

보령IC를 빠져나와 몇 분만 더 가면 삼년산성 주차장이 나오고, 거기서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10여 분 정도 올라가면 산성의 주 출입문인 서문지가 나온다. 서문지는 네 개의 산성문지 중 가장 낮은 곳에 있다. 서문지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2개의 치성이 배치되어 있고, 서문지 바로 앞에는 ‘아미지’라는 연못이 있다. 지금은 물이 없고 연못의 형체만이 남아 있다. 

서문지에는 눈여겨볼 만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문틀이다. 1980년 보은에 큰비가 내렸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묻혀있던 서문의 받침대가 드러났다. 돌에서는 무척 큰 마차가 통행했음을 알 수 있는 바퀴 흔적이 발견되었다. 또 삼년산성의 성문이 밖에서 안으로 여는 일반적인 성문 구조와 다르게 안에서 밖으로 열게 된 구조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삼년산성의 서문지 문틀.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삼년산성 나무데크에서 바라본 전망.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삼년산성의 동문지.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서문지를 둘러봤다면 남문지로 올라가 보자. 성벽은 지형에 따라 세워져 있으며, 높이도 13m에서 20m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위쪽 너비는 8~10cm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한 층은 가로 쌓기를 하고, 또 다른 한 층을 세로 쌓기를 함으로써 정교함을 더했다. 보은군 최대 곡창지대 한복판에 솟아오른 오정산의 산성답게, 전망대에 오르면 너른 농지와 보은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남문지를 지나 동문지로 내려가면 높게 쌓아 올린 성벽을 볼 수 있다. 

동문지에서는 선택의 갈림길에 들어선다. 동문지에서 그대로 북문지로 갈 수도 있고, 조금 힘들다면 다시 주 출입구인 서문지로 내려갈 수도 있다. 북문지로 가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삼년산성을 다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으로 부담 없이 거닐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게다가 서 있는 곳마다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지니 지루할 틈도 없다. 

그렇다면 신라는 왜 하필 이곳에 산성을 만들었을까? 당시 신라는 상주 사벌성을 점령하고 보은으로 나와, 고구려의 남진과 서쪽의 백제를 대비하여 방어력을 높이고자 했다. 따라서 신라 자비왕 13년(470년) 당시 당대 최고의 기술을 모아 성을 쌓았고, 여기에 쓰인 돌만 하더라도 100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크고 작은 150여 차례의 전투를 치렀지만, 한 차례도 함락되지 않았다고 하니 신라의 전략은 성공한 셈이다. 현재 삼년산성은 축성 양식이나 수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어서 우리나라 고대 축성법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INFO 삼년산성
관람요금 무료
주소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주1길 104

왕도 넘기 힘들었다던 말티재
보은군내에서 솔향공원이 있는 속리산면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430m에 자리한 굽이굽이 꼬부랑길인 말티재를 지나야 한다. 말티재는 속리산을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고려시대 태조 왕건이 할아버지 작제건을 찾아 속리산을 갈 때도 이 길을 지났고, 조선시대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속리산으로 넘어갈 때도 이 길을 지났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구불구불한 말티재 고갯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말티재 고개 너머에 자리한 솔향공원의 온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특히 가마가 오르지 못할 정도로 고개가 가팔라 세조가 말로 갈아탄 후 넘어갔다고 하여 ‘말티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 높은 고개라고 해서 말티재라고 불렸다는 설도 있다. 어찌되었건 왕에게도 고행의 길이었다는 건 일맥상통한다. 

말티재를 넘어 솔향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짙은 소나무 향이 바람에 실려 온다. 보은은 예로부터 품질이 좋고 오래된 소나무가 무리 지어 자라는 군락지가 발달했다. 이에 우수한 품종의 보은 소나무를 알리기 위해 속리산으로 가는 국도 37호선과 지방도 505호선에 연접하여 접근성이 좋은 곳에 소나무 테마공원인 솔향공원의 문을 열었다. 

솔향공원은 소나무 사이를 직접 걸어 다녀도 좋지만, 숲 사이를 달리며 30분간 1.6km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스카이바이크를 이용해 공원을 둘러봐도 좋다. 총 15대가 있는 스카이바이크는 지형에 따라 높이가 2~9m 정도 된다고 한다.

혹 비가 내리거나 기상 여건이 좋지 않으면 안전상 문제로 스카이바이크를 운행하지 않는다. 그런 날엔 소나무의 생태, 소나무의 숲속 생활, 천연기념물인 정이품송, 세조 행차 등을 재연해 놓은 소나무홍보전시관이나 전시관 맞은편에 자리한 속리산자생식물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관과 식물원의 관람료는 무료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솔향공원 한편의 소나무홍보전시관.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솔향공원 내부는 스카이바이크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단 우천시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INFO 솔향공원 스카이바이크
이용요금 4인승 1대당 1만5000원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및 3~11월만 운행, 소나무홍보전시관 및 속리산자생식물원은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속리산로 600

오래된 한옥의 멋, 보은 우당 고택
전남 고흥에서 부를 이루던 선씨 가문이 명당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찾은 터가 바로 개안리 하개마을에 자리한 이곳이다. 특히 고택이 자리한 터는 속리산에서 흘러내려온 삼가천이 둘러싸여 있어서 섬처럼 보이는 연화부수형 명당자리이다.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을 연화부수형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안동 하회마을이 있다.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4만여 평의 넓은 터에 지어진 99칸의 대저택이었지만, 6.25전쟁과 1980년 홍수로 인해 가옥의 일부가 유실되고 현재는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고 한다.

보은 우당 고택 주차장에 도착해 우거진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가장 먼저 체험장이 보인다. 체험장 마당에는 선씨 후손들이 전국의 장맛을 연구하면서 팔도에서 공수해온 장독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왔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장독의 모양과 크기가 다 다르다. 원하면 고택에서 전통방식으로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우당 고택의 사랑채.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우당 고택 사랑채에서 뻗어 나와 마루를 관통하는 대들보.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우당 고택에서는 차 문화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체험장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사랑채가 보인다. 사랑채는 현재 찻집으로 이용 중이며, 미리 예약하면 1인당 1만원에 차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사랑채 안을 들여다보면 나무의 원형 그대로를 살려 마루까지 관통하는 대들보가 우두커니 가옥을 지키고 있다.

1919년 격동의 시기에 지어진 보은 우당 고택은 개량식 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구한말 건축물 형식을 잘 보존하고 있어 중요민속자료 제134호로 지정되었다. 당대 훌륭한 목수들이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우당 가옥은 현재 선씨 일가의 후손들이 거주하며 관리하고 있다. 가옥의 구조는 사랑채, 안채 그리고 사당까지 세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안채는 선씨 일가의 후손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

INFO 보은 우당 고택
관람요금 무료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1~2월은 오전 9시~오후 5시)
주소 충북 보은군 장안면 개안길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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