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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제철 맛기행 ③] 청정해역 바다의 풍미를 담은 향이 오래 머무는 거제 굴
[제철 맛기행 ③] 청정해역 바다의 풍미를 담은 향이 오래 머무는 거제 굴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9.11.15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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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배송으로 더욱 신선하게 만나는 제철 굴
굴국밥, 굴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맛볼 수 있어
굴이 자라는 청정해역 보전에 힘써야 해
사진 / 조용식 기자
유림수산의 직원들이 양식한 굴을 까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거제] 하늘에서 보면 네모반듯하게 정렬해 있는 하얀 꽃 모양(부이)의 굴 양식장이 푸른 바다와 함께 펼쳐진다. 그 사이로 섬과 섬을 오가는 여객선과 굴 채취를 위해 어선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겨울철 김장속은 물론 매생이 굴국밥, 굴보쌈, 굴무침, 굴전 등 다양한 먹거리로 우리를 입맛을 즐겁게 해 주는 거제의 굴을 만나보자.

굴 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유림수산 작업실에는 이제 막 걷어 올린 굴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20여 명이 넘는 인부들이 길게 늘어서서 빠른 손놀림으로 굴 껍데기를 까기 시작한 지 20여 분이 지나자 굴 바구니에는 깐 굴로 가득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양식 굴은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당일 배송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청정지역에서 양식한 굴, 당일 직배송 인기 
이렇게 깐 굴은 거제의 바닷물로 헹군 후 비닐에 바닷물과 함께 담아 밀봉한다. 그런 다음에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채워 굴을 포장한 뒤 바로 택배나 운송 차량을 통해 서울, 경기 등 전국 각지로 배달이 이루어진다. 작업한 굴은 당일 직배송을 하는 것이다.

진양춘 유림수산 대표는 “거제의 청정해역에서 양식하기 때문에 씨도 굵고 굴 향도 진한 것이 특징”이라며 “무를 간 즙에 굴을 넣어 오물이 흡수되도록 한 후 물에 2~3회 헹군 뒤에 먹으면 가장 신선하고 맛이 있다”고 말한다.

자연산 굴의 크기는 약 3cm 정도로 작지만, 양식굴은 바닷물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자연산 굴보다 널찍하고 굴 가장자리의 검은색 부분이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자연산이나 양식 모두 영양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한다.

굴은 철분 이외에 구리도 함유되어 있어 빈혈에좋다. 또한 타우린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내리거나 혈압을 떨어트리는 데 도움을 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적고 칼슘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이외에도피부 노화 방지, 숙취 해소, 피로 회복 등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철 축제의 하나로 자리 잡은 굴축제장에서는 굴찜, 굴구이, 생굴 등을 현지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12월에 열리는 보령의 천북 굴축제(일정 미정), 남해의 설천 참굴축제(12월 29일~2020년 1월 2일), 3월에 열리는 통영의 한려수도 굴축제(일정 미정)가 바로 그것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은 제철인 겨울철에 먹어야 제맛이다.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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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량도에서 바라본 남해안의 굴 양식장. 사진 / 조용식 기자
바다향이 가득한 굴 미역국.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현지에서 맛보는 다양한 굴 요리
올해는 잦은 태풍에도 불구하고 굴 양식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 굴 작황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말부터 경남의 통영·거제·고성 등은 굴을 출하하기 시작했다. 김장철을 시작으로 굴의 인기는 상승곡선을 타며, 한겨울까지 전국의 식탁과 음식점에서 다양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겨울철이면 속이 확 풀리는 매생이 굴국밥이 인기다. 부드럽게 씹히는 매생이와 고소한 굴의 맛이 어우러지며 건강까지 챙기는 음식이다. 안주로 도 인기가 많은 굴전은 식당에 따라 계란 피가 얇거나 두꺼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통통한 굴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어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콩나물과 파가 송송 썰려 더욱더 맛깔스럽게 보이는 굴국밥과 새콤한 맛의 굴무침은 아삭아삭 씹히는 야채와 굴이 조화를 이뤄 보는 순간부터 입맛을 다시게 한다. 또한 갯마을 아낙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갯가에서 굴을 까던 시절부터 즐겨 먹었다는 굴구이는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어리굴젓’도 굴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다. 돌이나 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을 보통 ‘어리’라고 하는데, 이는 ‘작다’, ‘어리다’는 뜻이다.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서산이나 간월도에서 판매하는 젓이 작은 이유도 자연산 굴을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어리굴젓은 굴에 간을 하여 고춧가루를 넉넉히 넣고 삭힌 굴젓을 말하는 것이다.

감칠맛이 도는 굴젓.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속이 확 풀리는 매생이 굴국밥.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톡 터지는 느낌이 좋은 굴전. 사진 / 조용식 기자

해양 오염의 주범 폐스티로폼 부이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남해안에는 굴을 양식하는 스티로폼 부이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스티로폼 부이는 대부분 김, 굴, 톳 등을 양식하기 위한 부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전남과 경남 등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어업용 스티로폼 사용량은 약 5200만개로 이 중에서 연간 380만개의 폐스티로폼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티로폼 부이는 쉽게 부서지거나 회수된 것들이 방치되어 해상 쓰레기의 주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몸에 좋은 굴을 먹고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건강한 청정해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어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스티로폼을 이용한 양식 부표는 방치할 경우 해양 오염의 주범이 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Tip 굴 보관법
바위에 붙어살기 때문에 석화(石花)라고도 하는 굴은 전국 생산량의 70%가 남해안에서 생산된다. 굴은 1~5℃에서 보관해야 하며, 보관일은 2일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생굴에 레몬즙을 뿌려먹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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