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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임요희의 소설 속 여행지]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 사랑의 섬 사량도
[임요희의 소설 속 여행지] 박완서의 '그리움을 위하여', 사랑의 섬 사량도
  • 임요희 여행작가
  • 승인 2019.12.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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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이리만치 아름다운 섬, 사량도
국내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사량도 지리산
버스 이용해 편리하게 마을 둘러볼 수 있어
사진 / 조용식 기자
통영 사량도는 그림 같은 풍경을 간직한 섬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통영] 사량도라는 섬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그리움을 위하여>에 사량도라는 지명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량도는 통영 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최근 도서 여행 붐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소설 본문에는 ‘삼천포에서 여객선으로 두 시간가량’ 걸려 닿는다고 나와 있지만 현재 삼천포항에서 사량도 내지마을까지 여객선으로 30분이면 충분하다. 

사량도는 ‘사랑도’라고 발음하기 쉽지만 ‘랑’이 아니라 ‘량’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절경을 이루는 이곳이 소설 속 화자에게는 썩 유쾌하지 않은 섬으로 다가온다.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의 화자는 60대 중반의 여성으로 작가의 페르소나로 등장한다. 화자에게는 환갑이 넘은 사촌 동생이 하나 있다. 최고의 가사도우미인 그녀가 갑자기 사량도로 시집을 가면서 화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 나이에 더군다나 섬에서 누구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단 말인가. 사랑도인지 사량도인지가 갑자기 근해의 파도 속에서 요상하고 변덕스러운 화냥기를 바람에 실려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비현실적인 섬으로 변했다.'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 中

박완서의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 사진제공 / 문학동네
사진 / 조용식 기자
선박에 오르면 사량대교를 지나 섬에 닿게 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고즈넉한 사량도 마을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푸른 바다 위 암릉, 그림 같은 풍경
통영의 사량도는 박완서 작가의 언설 그대로 ‘비현실적’이리만치 아름다운 섬이다. 섬 전체가 암릉으로 되어 있어 등산가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도 정평이 났다. 사량도는 통영 가오치 선착장, 삼천포 신항 두 군데서 출발할 수 있는데 어느 곳에서 떠나든 소요 시간은 비슷하다. 가오치에서 출발할 경우 사량도의 중심 진촌에 닿게 된다. 

사량도는 바다 멀리서도 구분이 쉽다. 상도 중앙에 고깔 모양의 지리산이 우뚝 솟아있기 때문이다. 배가 진평항에 근접하면서 지리산 봉우리가 옥녀봉 뒤로 숨는가 싶은 순간, 머리 위로 사량대교가 지나간다. 사량대교는 상도와 하도를 육로로 이으며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상도 진촌마을 진평항에 내리면 빨간색 마을버스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이 마을버스를 타고 섬 서쪽으로 이동하면 도지마을 수오대전망대 정류장에 닿게 된다. 이곳에서 등산을 시작해도 좋고 북쪽 방향 옥녀봉 방향으로 바로 코스를 잡아도 좋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선착장 인근에는 최영 장군 사당이 자리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선착장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200m 지점에 최영 장군 사당이 기다리고 있다. 최영 장군은 고려 말의 대표적인 명장으로 이성계에 맞서 싸웠다. 이성계가 권력을 잡으면서 최영 장군은 유배지를 전전한 끝에 개경에서 참수당한다.

민간신앙에서 최영 장군은 종종 신격화되는데, 사량도에 최영 장군의 사당이 위치한 것은 이 일대에 최영 장군의 진(鎭)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촌(鎭村)이라는 마을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최영 장군 사당 안에는 장군의 초상화와 위패가 모셔져 있다. 

국내 100대 명산으로 꼽히는 지리산
사량도는 등산로가 극적이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2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사량도를 찾는데, 대다수가 지리산 산행을 목적으로 한다. 상도 서쪽에 자리한 지리산(398m)은 국내 100대 명산으로 꼽힌다. 맑은 날 지리산 꼭대기에 올라서면 저 멀리 산청 지리산의 능선이 환히 건너다보인다. 사량도 지리산에서 바라보는 산청의 지리산은 단순히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숭고하다는 표현은 이런 순간을 위해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량도 지리산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산림청 지정 국내 100대 명산 중 드물게 배를 타고 들어가는 산이라는 데 있다. 사량도 외에 신안 흑산면 홍도의 깃대봉이 뱃길로 접근하는 산이다.

해발 398m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지리산은 전체가 암릉으로 되어 있어 오르내리는 데 적지 않은 공이 든다. 8km 등산로를 4시간 넘게 걸어야 한다. 경사가 가파른 지점에서는 스틱보다는 장갑이 필수다. 돌부리를 부여잡고 한발 한발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리산 암벽은 직선으로 쪼개져 있어 암석 사이에 발이 끼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국내 100대 명산으로 꼽히는 사량도 지리산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리산의 바위 절벽은 여행객을 압도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등산로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남해안의 굴 양식장까지 보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선착장 북쪽 옥녀봉(281m) 방향으로 출발하면 연지봉, 가마봉, 달바위를 거쳐 지리산을 찍고 최북단 내지마을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지 선착장에 이르면 삼천포 가는 배를 타고 섬을 빠져나오게 된다. 

산행 초반, 옥녀봉을 코앞에 둔 지점에 사량도 최고의 전망대가 있다. 사량도 내 식당에 걸린 섬 전경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찍은 것이다. 푸른 숲이 우거진 상도와 하도 사이로 파란 동강이 흐르고 두 섬을 사량대교가 잇는다. 붉은 유람선 한 척이 흰 꼬리를 끌며 푸른 바다를 가르는 모습이 한 폭이 그림을 방불케 한다. 

서남쪽 돈지에서 출발할 경우 사량도 선착장에서 마을버스로 이동한다. 20분 남짓 가다 보면 수우도 전망대 정류소에 닿는다. 사량도 제3의 섬 수우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압도적인 수가 돈지마을을 산행 출발지로 선택한다. 돈지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사량도 선착장이 있는 진촌마을로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왔던 뱃길을 이용해 뭍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돈지마을 코스는 지리산, 달바위, 가마봉, 연지봉, 옥녀봉을 아우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안전대에 의지해 암릉길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산행 내내 주의를 요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리산 암릉길을 지나는 등산객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눈앞에 일렁이는 절경을 마주하다
지리산 등산의 백미는 가마봉에서 옥녀봉까지 이르는 암릉길이다. 웅크린 짐승의 척추를 따라가듯 한 줄기 등산로가 위태롭게 산의 맥을 가로지른다. 등산 데크가 확보되어 있기는 하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좌로나, 우로나 낭떠러지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긴장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등산로 어디서든 저 멀리 동강의 푸른 물결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사량대교, 늠름하게 날개를 펼친 하도가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사량도의 랜드마크는 뭐니 뭐니 해도 사량도 출렁다리다. 2013년 완공된 출렁다리는 총연장 61.2m로, 사량도 최고의 풍광을 선사한다. 이곳에 오르면 섬 동쪽 대항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늑한 해안선을 따라 흰 모래사장이 띠처럼 둘러 있다. 해안선은 부지런히 흰 포말을 모았다가 푸른 바다에 되돌려주는 일을 반복한다. 

출렁다리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지리산을 찾는 등산가들은 외줄에 의지해 봉우리 사이를 건너야 했다. 그 시절을 상상하며 다리를 건너다가 함께 배를 탔던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를 모를 사람과의 수인사.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산에서는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다. 산이 넓은 품으로 나무와 사람, 구름을 품어 안 듯, 사람이 산에 들어오면 마음의 장벽을 허물기 때문일까. 그렇게 인사를 나눈 후에는 서로가 밟아온 길을 따라 산행을 계속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첩첩이 펼쳐진 섬 풍경이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가마봉에서는 사량도의 랜드마크인 출렁다리가 내려다보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고된 산행 후 만날 수 있는 지리산 정상 표석. 사진 / 조용식 기자

보통은 최북단 내지에서 등산을 마무리하지만, 거꾸로 삼천포에서 배를 타고 내지마을부터 산행을 시작해도 좋다. 초보자에게는 북동쪽 대항항에서 출발해 바로 가마봉, 옥녀봉, 진촌에 이르는 2시간 코스가 인기 있다. 진촌마을 일대 사량면사무소에는 하트 모양 포토존이 있다. 이곳에서 인증사진 한 컷을 남기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소설 <그리움을 위하여>의 주인공처럼 사량도가 사랑을 이루어주는 주술의 섬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섬 구석구석, 버스 타고 돌아보기 
등산이 익숙하지 않다면 버스를 타고 섬 일대를 둘러볼 수 있다. 평일에는 1~2시간 간격으로, 주말에는 1시간 간격으로 마을버스 배차가 이루어진다. 여객선 도착 후 10분 후에 출발하니 따로 버스를 기다릴 일은 없다. 

마을버스 상도 코스는 진촌 사량도 선착장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옥동, 사금, 돈지, 내지. 답포, 대항을 거쳐 다시 진촌으로 회차한다. 물론 반대 방향으로 진행해도 좋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객선 도착 시간에 맞춰 운행되는 섬 내 버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섬에서는 계절에 따라 돌멍게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돈지마을 수우도전망대에 다른 등산객들과 함께 내려 ‘바다의 정원’ 수우도를 감상해보는 것을 권한다. ‘수우도(樹牛島)’라는 이름은 나무가 많고, 섬이 소가 누운 형상을 띠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토박이들은 ‘시우도’라고 부른다.

수우도에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초겨울에서 봄에 이르는 기간인 12월에서 4월 사이가 제격이다. 동백섬이라는 별명처럼 수우도에는 수많은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다. 여수 동백섬처럼 북적이지 않아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데다 풍란과 같은 야생초가 곳곳에서 자생해 후회 없는 여행으로 만들어준다. 자연이 만든 조각품, 기암괴석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다. 

진촌에 닿기 전 대항해수욕장에 여행의 닻을 내려도 좋다. 대항은 여름이면 해수욕 인파로 제법 북적이는 곳이지만, 그 외의 계절에는 호젓해 산책하기 적당하다. 부드러운 백사장을 걸으며 겨울 바다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하도를 둘러볼 경우 진촌에서 출발해 사량대교를 거쳐 먹방, 백학, 통포, 덕동 등을 거쳐 다시 진촌으로 회귀하는 루트를 선택할 수 있다. 

가오치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사량도. 사진 / 조용식 기자
삼천포와 사량도를 잇는 풍양호. 사진 / 조용식 기자
삼천포와 사량도를 잇는 풍양호. 사진 / 조용식 기자

Tip 사량도 가는 배편
사량도는 통영 가오치 선착장과 사천 삼천포 신항에서 운항하는 배를 타고 방문할 수 있다. 가오치 선착장에서 출항하는 사량호는 상도 금평을 거쳐 하도 덕동으로 향한다. 편도로 40분가량 소요되며, 덕동까지 갈 경우 2000원이 추가된다. 삼천포 신항에서는 세종1호가 내지마을까지 운항하고, 총 30분이 소요된다. 오전 7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출항한다. 
입도시간(가오치~사량 금평) 오전 7시, 9시, 11시, 오후 1시, 3시, 5시
이용요금(편도) 성인 6000원, 학생 5500원, 경로 4900원, 소아 3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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