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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해돋이 여행③] 강원 양양 해맞이캠핑 기행
[해돋이 여행③] 강원 양양 해맞이캠핑 기행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5.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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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캠핑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한겨울의 동해 바다는 시리도록 맑고 푸르다. 해변의 빽빽한 소나무 숲은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간직하고 은빛모래도 고운 빛깔을 유지하고 있건만, 지난여름 피서객의 환호성으로 가득 했던 그 북적거림은 그 어디에도 없다. 파도소리만 홀로 지키던 동해의 바다가 겨울철 단 한 번 요란해질 때가 있다. 새해의 해돋이를 캠핑장에서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는 섣달그믐날이 바로 그날이다.

동계캠핑의 화룡정점인 해맞이캠핑

 

이른 아침 기사문항 풍경 사진 / 박효진 기자

해마다 이맘때면 캠핑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맘이 설렌다. 캠핑의 묘미는 동계캠핑이고, 동계캠핑의 백미는 설중(雪中)캠핑이다. 그렇다면 동계캠핑의 화룡정점은 무엇일까? 바로 동해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해맞이캠핑이다. 

동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3시간 정도를 달려 강원도 양양의 잔교리해변의 푸른바다캠프를 찾았다. 양양군은 해오름의 고장이고, 푸른바다캠프는 캠핑을 즐기는 캠퍼들로부터 알음알음 해맞이캠핑 명소로 소문난 해돋이 명당이다. 캠핑장 입구에서 푸른바다캠프의 인규식 사장이 웃음을 띤 얼굴로 맞이한다.

“먼 곳에서 오시느라 힘드셨죠? 그런데 일기예보가 별로네요. 내일 아침에 해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네요.”

맞는 말이다. 사실 서울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한 일기예보는 실망스러웠다. 내일 새벽부터 전국에 간간히 비나 눈이 내린다는 예보였는데 애써 모른척하며 캠핑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달려왔건만 현장에서 걱정 어린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어두워진다. 그래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겨울의 동해 바다는 한적하다. 캠핑장 앞의 진교리해변도 마찬가지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인규식 사장이 우리가 텐트를 칠 자리를 알려준다. 앞쪽으로는 넓고 시원한 동해 바다가, 뒤편으로는 수백여 그루의 소나무가 마치 병풍처럼 뒤를 아늑하게 받쳐주는 경치 좋은 곳으로 안내한다. 

동계 캠핑의 묘미는 화톳불 놀이와 해맞이 캠핑이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사진 / 박효진 기자

지정된 자리에 차량을 주차하고 짐을 옮긴다. 오늘 가져온 텐트는 티피(TP)텐트. 흔히 인디안 텐트라고 불리는 텐트다. 티피텐트는 구조상 실내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실내의 열을 보존하는 열 보존성이 크고 무엇보다도 텐트를 유지하는 중심 지지대가 견고해 거칠고 사나운 겨울바람에도 텐트가 날리는 것을 막는다. 오랜만에 티피텐트를 쳐서인지 헛손질도 많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하다보니 텐트가 외형을 잡아간다. 

텐트의 외형을 잡았으면 이제는 바닥공사 차례다. 동계캠핑은 텐트의 바닥공사를 잘해야 땅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을 막고 열기도 덜 빠져나가 쾌적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방수포를 깔고, 그 위에 바닥매트를 깔고, 에어매트에 담요와 전기장판을 연달아 까니 든든하다. 이어 텐트 안을 정리하고 전기선을 끌어와 전기장판과 연결하고 나니 본격적인 캠핑 준비가 끝났다. 

겨울캠핑의 묘미인 불장난을 위해 화로대를 설치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목살꼬치구이. 화로대에 넣은 장작이 거세게 타올랐다가 기세를 잃어갈 무렵 숯을 화로대에 넣고 목살꼬치를 끼운 꼬치대를 올려놓는다. 지글지글 식욕을 당기는 소리와 함께 고소하고 담백한 고기 육향이 사방으로 퍼진다.

저녁을 먹었으면 이제 커피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 시간이다. 물을 끓여 커피를 내리고 화로대 주변에 자리를 잡고 어둠이 내린 바다를 바라본다. 간식거리로 준비한 고구마를 화로대에 던져 넣으니 타닥타닥 장작불 타는 소리와 동해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듣기 좋은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소리를 벗 삼아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하늘을 쳐다보니 별빛이 총총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별이 많았던가. 서울에서는 거의 보지 못하던 초롱초롱한 별빛이 반가워 한참을 바라보다 잠자리에 든다.

 

동해 바다를 뚫고 솟는 장엄한 해돋이

 

동해에서 뜬 해가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잠자리에 들기 전 맞춰둔 휴대폰 알람이 요란하다.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연 속에서 잤더니 몸이 개운하다. 텐트 밖으로 나와 제일 먼저 하늘부터 살펴본다. 전체적으로 흐린 날씨지만 동해 먼 바다 쪽은 날씨가 괜찮아 해돋이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해맞이를 위해 잔교리해변으로 나서는데 인규식 사장이 캠핑장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양양 기사문항에서의 해맞이를 권한다. 

이유가 있을까 싶어 들어봤더니 동해 해안선 일대가 군사작전 지역이라 새해 일출 행사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가 진 저녁부터 해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군사용 철조망 안의 해변으로 들어갈 수 없단다. 게다가 여름에는 이곳 잔교리해변 바다 한가운데서 태양이 떠오르지만 겨울에는 오른쪽 해변 쪽으로 치우쳐 뜨기 때문에 해돋이의 감동이 조금은 덜 하다고 친절하게 덧붙인다. 

더 나은 해맞이를 위해 차를 몰고 기사문항으로 달려간다. 아직은 어둑어둑한 기사문항 부두를 지나 기사문항 방파제 쪽에 차를 대고 등대 부근에 해맞이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미명(微明)이 깔린 저 먼 동해 바다 한가운데에서부터 환한 기운이 조금씩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정수리만 조금 삐죽 내밀더니 시간이 갈수록 완연한 태양의 모습을 갖추며 바다를 붉은 색으로 물들여 나간다. 장엄하다. 아니 황홀하고 신비롭다. 주변의 모든 사물이 태양을 중심으로 깨어난다. 대자연의 웅장함을 세치 혀로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제철 대게 사진 / 박효진 기자
제철 도루묵 사진 / 박효진 기자
경매를 앞둔 기사문항 위판장이 사람들로 부산하다. 사진 / 박효진 기자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주변이 갈매기 천지다. 경매시간에 맞춰 기사문항에 입항한 어선을 따라온 갈매기 떼다. 갈매기들의 시선을 좇아 고개를 돌려보니 기사문항 수산물 위판장 바닥에 물고기가 가득 널려있다. 한창 제철인 대게를 비롯해 대구, 도루묵, 광어, 뱀장어 등 밤새 동해안에서 잡힌 물고기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항구의 아침은 요란하고 부산스럽다. 아침 해가 뜨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삶의 현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은어(隱語)를 사용하는 경매사의 흥정 소리와 그물을 깨끗이 터는 어부의 기합 소리, 갓 입항해 물고기를 내리는 어선의 크레인 소리와 그 작업을 지시하는 고함 소리, 생선을 싣기 위해 밤새 달려온 활어차 엔진 소리 등이 마구 뒤엉켜 여기저기서 소란스럽다. 그러나 이 소리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이 소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정직한 땀방울들이 흘리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2015년 새해 첫날에는 바닷가에서 해맞이캠핑을 해보자. 그곳에는 사시사철 사람들을 품어주는 바다와 그 바다와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작년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희망찬 다짐의 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INFO 푸른바다캠프
주소: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잔교리 4-4 잔교리해변

INFO 기사문항
주소: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기사문리

*그 밖에 바닷가에서 해맞이캠핑이 가능한 곳

영종도 거잠포선착장 해돋이 사진 / 박효진 기자

 서해 - 서해 쪽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해돋이를 보기 힘든 곳이 많지만 일부 서쪽에서 동쪽 방향을 바라보는 해변에서 해맞이캠핑을 할 수 있다. 당진 왜목마을, 서천 마량포구, 태안 연포해변, 인천 영종도 거잠포 선착장 부근의 캠핑장에서 해맞이캠핑이 가능하다. 

남해 일출 사진 / 박효진 기자

 남해 - 남해안 해안선을 따라 반도형 지형에 동쪽 방향으로 자리 잡은 캠핑장에서 해맞이캠핑을 할 수 있다. 해남 땅끝마을, 고흥 남열해돋이해변, 여수 향일암, 남해 초전마을, 거제 학동몽돌해변 부근의 캠핑장에서 가능하다. 또 남해안 섬 캠핑의 경우 시야의 제한만 없다면 동쪽해변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

양양 낙산해수욕장 해돋이 사진 / 박효진 기자

 동해 -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동해 바다 방향으로 자리 잡은 거의 모든 캠핑장에서 해맞이캠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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