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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남도 섬여행] 남해 바다 연꽃 하나 통영 연화도 연꽃 사이 저기 용 한 마리가!
[남도 섬여행] 남해 바다 연꽃 하나 통영 연화도 연꽃 사이 저기 용 한 마리가!
  • 손수원 기자
  • 승인 2006.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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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통영 연화도 전경.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통영] 바닷바람은 시원했다. 하지만 흔한 버스 한 대 다니지 않는 시멘트 길 한복판에 내려쬐는 땡볕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연꽃을 닮은 외로운 섬 연화도는 홀로 섬을 찾은 방문객에게 호락호락 속살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 사람 애태우기 딱 그만이다. 

여객선을 타고 연화도의 작은 포구에 내렸지만 보이는 사람들이라곤 지금까지 함께 배를 타고 온 여행객들이 전부다. 그나마 사람들은 자가용에 몸을 싣고 각자 갈 길로 가 버리니 순식간에 혼자가 되어버렸다. 

‘훗, 외로워서 좋은 섬이라더니…. 그럼 외로움 한번 제대로 즐겨볼까?’

여객선 터미널에서 얼음물 한 통을 사고 연화도 구경거리에 대해 말도 들었다. 도로(도로라기보다는 그냥 ‘시멘트길’이라고 부르는 편이 낫다)를 따라 가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란다. 

연화사나 보덕암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고, 무엇보다 연화도의 절경인 용머리를 기가 막히게 내려다 볼 수 있단다.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연화도의 유일한 도로가 두 방향으로 갈리는 곳.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조그만 학교지만 세 명의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세상에서 가장 넓은 놀이터이다.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잔뜩 부풀어 오른 기대감에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낮은 돌담 위로 고개를 쏙 내밀어 주인 없는 집을 살펴보니 깨끗하게 세탁된 옷가지들이 빨랫줄에서 바닷바람을 맞아 자지러지게 펄럭인다. 

마을을 벗어나자 학교가 보인다. ‘원량초등학교 연화분교장’이라고 적힌 교문 뒤로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이 보이고, 시소며 그네며 놀이기구도 보인다. 그나저나 이 학교에 아이들은 다니는지, 몇 명이나 다니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당장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이따가 섬을 떠날 때 여객선터미널에서 꼭 물어봐야지 다짐한다. 

이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동두’, 오른쪽으로 가면 ‘연화사’란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가로수 대신 길가를 차지하고 있는 꽃들이 땡볕 아래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화사. 1998년에 지어진 짧은 역사지만 8각 9층탑과 조화를 이뤄 많은 불자들이 찾는 곳이다. 기와를 포개어 쌓은 담이 인상적이고, 빨간 고무통에서 단아하게 피어있는 수련은 더욱 인상적이다. 짧은 시간 연화사를 둘러보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육지로 나가는 배 시간을 맞추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많은 것을 눈에 담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연화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속에서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던 게다. 이 욕심이라는 녀석이.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남해 바다를 바라보고 잇는 해수관음상.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연화도로 가는 바닷길 곳곳엔 작은 무인도들이 있다. 2006년 8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보덕암 표지판을 보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마땅히 그늘을 만들어줄 만한 나무가 없어 참 힘이 든다. 게다가 길은 점점 올라가기만 한다. 어느 새 출발할 때 사두었던 꽁꽁 언 얼음물은 다 녹아버렸다. 사람도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생수통도 만만치 않다. 

불과 200여미터의 거리를 걸어오는데 얼마나 걷다 쉬다를 반복했는지 모른다. 욕심이 과했나 싶다가도 조금만 더 가면 연화도의 또 하나의 비밀을 알아낸다는 설렘에 길을 재촉한다. 이내 도착한 보덕암. 그리고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 연화도 최고의 절경이라는 용머리가 환상적으로 바라다 보이는 곳.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청초한 연꽃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바다 위를 힘차게 헤엄치는 용이었다. 옅은 안개 사이로 언뜻 보이는 뾰족한 네 개의 바위섬들은 용의 날카로운 발톱을 닮았다. 문득 용의 등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연꽃잎을 타는 게 아니라 용의 등을 타고 있었으니 그렇게 사람 넋을 뺄 정도로 힘이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풉’하고 웃어버렸다. 

짧지만 짙은 추억을 만들고 다시 뭍으로 나가는 배를 타기 전, 아까의 다짐을 확인했다. 

“핵교에 학상은 시엇(셋)!, 선상님은 둘이 계신다 아입니꺼.” 
별 싱거운 총각 다 본다는 듯 답해주시는 한 할머니가 인사까지 덧붙여주신다. 

“잘 가고 담에 또 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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