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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야구 마니아] 2015 KBO리그 관람 & 광주 시티투어
[야구 마니아] 2015 KBO리그 관람 & 광주 시티투어
  • 전설 기자
  • 승인 2015.04.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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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광주] 광주의 5월은 빨갛다. 뜨겁다. 도시 전체가 물이 우르르 끓어오르기 직전 같은 이상한 열기로 가득 찬다. 커다란 온도계를 꼽으면 눈금이 껑충껑충 치솟으리라. 여기서 이미 뜨거운 광주의 열기를 절정으로 끓어 올릴 히든카드 한 장. 2015 KBO리그, 프로야구의 개막이다.

3년 연속 봄의 광주로 간다. 처음은 꽃피는 무등산 자락 다님길을 걸었고, 그 다음해엔 대중교통만으로 5·18 민주화운동 유적지부터 충장로까지 주요명소를 훑었더랬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봄. 더 볼 것이 있느냐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Yes!”라 외치리. 다만 이번 여행길에는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이자 한국 프로야구의 성지라는 것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광주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 ‘해태 타이거즈(현 KIA)’의 고향이야. 한국시리즈 10차례 진출, 10번 우승에 빛나는 무적의 팀,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을 배출한 전설의 팀이 바로 광주에서 나왔지.” 이상은 자칭 타칭 야구마니아-현 월간 여행스케치 박효진 편집장-의 설명. 한마디로 광주 전체가 프로야구의 성지와도 같다는 뜻이다. 그런 광주에서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장장 9개월에 걸쳐 국내 최대 야구 축제가 열린다. 2015 KBO리그, 프로야구다. 한손에는 맥주, 한손에는 치킨을 들고 ‘딱!’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공을 보며 목청껏 “홈런!”을 외친다면? 그런 이유로 꽃피는 봄, 다시 광주로 간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뜨거운 응원 열기.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뜨거운 응원 열기.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야구 마니아, 즐거운 열병을 앓다
KIA타이거즈 대 LG트윈스, LG트윈스 대 KIA타이거즈의 개막전이 열리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이미 커다란 축제장이다. 경기가 열리기까지 서너 시간이 남은 시점. 야구 마니아들은 양현종, 윤석민, 나지완 등등 우상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응원봉에 바람을 채우고, 현수막을 망토처럼 두르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응원 풀세트’를 갖춘다.

“KIA 홈경기 아닙니까. 제 집 마당에서 지면 쓰나요. 응원하려고 여수서 왔습니다”라는 박상천·이현서 부부도, “우리 선수들 기죽지 말라고 서울에서 내려왔어요. LG 파이팅!”을 외치는 김지민 씨 일행도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승리 뿐. 그중 아빠와 두 딸은 LG, 엄마만 KIA 응원복을 입은 가족이 있다. LG에 포위된 채 KIA를 외치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KIA팬이 된 이유요? 글쎄요. 언젠가 아무생각 없이 경기를 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짜릿하면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거예요. 그때부터 푹 빠졌지요.” 조숙진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하는 데 이유 있나. 모두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되는 법.

경기 시작 전, 선수가 던져준 서비스 사인 볼을 거머쥔 야구 소년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경기 시작 전, 선수가 던져준 서비스 사인 볼을 거머쥔 야구 소년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호돌아!"이름을 부르면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KIA타이거즈의 마스코트.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호돌아!"이름을 부르면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KIA타이거즈의 마스코트.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소원 카드를 적어 '위시 가든'에 걸면 메시지를 전광판에 띄워 준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소원 카드를 적어 '위시 가든'에 걸면 메시지를 전광판에 띄워 준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야구하기 딱 좋은 날. 프로야구 광주 개막 경기는 득점 없이 7회 초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양팀이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동안, 응원석에서는 불꽃튀는 노래전쟁이 시작됐다. “최강 KIA를 위해”하면 “ LG의 승리를 위하여”하고 “무적엘지 오지환”하면 “날려버려 김원섭” 한다. 수천수만 명이 내뿜는 열기에 취해, 현장 분위기의 전염돼 어느새 쥐고 있던 응원봉을 휘두르며 악악 소리를 지른다. 나윤승 응원단장과 ‘올 뉴 타이거즈’ 치어리더의 활약으로 함성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드디어 7회 말 이범호의 솔로 홈런이 터진다. 수천수만 명이 동시에 함성을 지른다.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거대한 경기장이 들썩거릴 정도. 이어서 김원섭, 최용규의 안타가 이어지고 최종 스코어 3대 1, KIA 타이거즈의 승리다.

광주 폴리의 작품 중 하나인 '열린 장벽'. 불빛이 켜지고 음악이 나온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광주 폴리의 작품 중 하나인 '열린 장벽'. 불빛이 켜지고 음악이 나온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미열을 안고 예향 광주 속으로
경기는 끝났지만 야구의, 야구에 의한, 야구를 위한 여행을 접기에는 아직 이르다. 같은 생각을 한 걸까. 경기장부터 광주종합버스터미널까지 이어진 행렬에서 탈주자들이 속출한다.

“자고 가려고 게스트하우스 예약도 하고 잠옷도 싸왔어요. 광주까지 와서 경기 진 것도 서러운데 맥주 마시면서 위로라도 해야죠. 이참에 대인시장도 가고 충장로도 가볼 거예요.”

대인예술야시장 '별장'의 거리 공연. 인디밴드 '우물안 개구리'가 열창하고 있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대인예술야시장 '별장'의 거리 공연. 인디밴드 '우물안 개구리'가 열창하고 있다.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아쉬운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임윤희 씨 일행의 다음 행선지는 충장로. 365일 밤으로 낮으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광주 제일의 번화가다. 저렴한 맛집에 쇼핑 명소가 빼곡한데다가 수시로 드나드는 길가와 골목에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시재생 프로그램 ‘광주 폴리 프로젝트’ 작품이 있으니 패배의 우울도 금방 벗을 수 있으리라. 일행의 뒤를 쫓아갈까, 고민하다가 이내 예술잔치와 야시장, 두 여행지 사이에서 고뇌에 빠진다. 1번 후보는 광주 예술의 거리. 300m 거리에 수많은 공방과 갤러리가 밀집돼 있는 예술특화 거리인데 금요일마다 공방 작가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각양각색의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을 선보인다. 2번 후보는 별별 일이 펼쳐진다는 대인예술시장의 야시장. 광주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아아, 광주의 밤은 왜이리 놀 곳이 많은지. 어디로 갈까 고민 끝에 2번 후보의 손을 들어준다.

시장입구부터 500m 남짓 시장길에 100여개 좌판이 펼쳐진다. 젊은 예술가들은 수공예 액세서리나 천연 비누를 늘어놓고 솜씨 자랑에 한창이다. 좌판 옆 한 평 규모의 미술관에는 각기 다른 전시회가 진행된다. 몰려든 구경꾼 덕에 시장 상인들은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인파에 섞여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시장 길목에서 “안녕하세요.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하는 요상한 인사말이 들린다. 곧 자가장장, 흥겨운 기타소리가 들리는 것이 거리 공연 시간인가 보다. 노래가 시작됨과 동시에 사람들은 밴드를 동그랗게 에워싼다. 그러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발을 구르며 박자를 탄다. 예술이 일상이 되는 예향 광주, 그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깨춤이 덩실덩실, 흥이 오른다.

세계 각국의 장미가 앞다퉈 만발하는 5월의 조선대학교 장미원.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세계 각국의 장미가 앞다퉈 만발하는 5월의 조선대학교 장미원. 2015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나만의 아지트에서 열 식히기
간밤 잔뜩 흥이 올라 시장길을 누비고 다니다가 자정이 다 돼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창문 너머 광주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1인실에서 한 숨 푹 자고 일어나 원두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홀짝거리며 통유리 너머 수선화가 핀 언덕과 우일선선교사 사택을 바라보고 있자니 엉덩이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어깨의 긴장이 탁 풀린다. 하지만 광주에서 최초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양림동을 돌아보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다. 부지런히 아침 산책을 돌아본 후에는 동명동에 들러 나만의 광주 아지트를 찾아볼 생각이다.

“먼 곳에서 손님이 오시면 충장로와 양림동을 권해요. 그 후 시간이 남으면 동명동을 돌아보라고 귀띔하죠. 한적한 주택가에 대금을 만드는 공방 겸 게스트하우스, 딸기 쥬스를 마시면 휴대용 물병을 주는 카페, 오래된 빵집이며 떡집이 잔뜩 숨어 있거든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새 명소가 늘고 있어서 숨은 보물 찾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요. 봄마다 2만여 송이의 장미가 만발하는 조선대학교 장미원도 가까워 데이트 코스로는 최고죠.”

광주컨벤션뷰로 최지선 대리가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는 동명동이거든요”하고 덧붙인다. 성남 소처럼 흥분한 채 시작한 광주 여행은 커피와 장미다발로 우아한 끝을 맺는다. 그 사이 밤의 고민이 낮까지 이어진다. 아아 광주의 낮은 또 왜 이리 놀 곳이 많단 말이냐.


INFO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2015 KBO리그
기간 ~10월
장소 광주시 북구 서림로 10 무등종합경기장

예술의 거리 궁동유람
날짜 매주 금요일(15:00~20:00)
주소 광주시 동구 중앙로196번길 15-40

광주 대인예술시장 야시장
기간 매월 둘째주 금~토, 넷째주 금~토
주소 광주시 동구 제봉로194번길 7-1 대인시장1주차장

조선대학교 장미원
기간 5월 상설 개방
주소 광주시 동구 필문대로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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