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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봄 마중 여행 ①] 고택을 포근히 감싸는 연노란 봄의 물결, 충남 서산 수선화
[봄 마중 여행 ①] 고택을 포근히 감싸는 연노란 봄의 물결, 충남 서산 수선화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2.18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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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와 더불어 ‘설중화(雪中化)’로 불리는 수선화
3월 초순 ‘서산 유기방 가옥 수선화축제’ 개최해
함께 둘러보기 좋은 근대사박물관과 농가레스토랑
사진 / 서산시청
매년 3월이면 노란 수선화가 피어나 서산 유기방 가옥 일대를 뒤덮는다. 사진 / 서산시청

[여행스케치=서산] 눈밭에서도 피어날 정도로 이른 봄을 품고 있어 ‘설중화(雪中化)’로도 불리는 복수초와 수선화. 그중 수선화는 여느 봄꽃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봄의 시작을 알린다. 고요했던 충남 서산 유기방 가옥 일대가 봄 채비를 시작하는 것도 엷은 노란빛 수선화가 꽃망울을 틔울 무렵부터다. 노란 물결이 넘실대는 작은 마을에서 봄의 장면을 마주했다.

‘제비가 나타나기도 전에 피어 아름다움으로 3월의 바람을 사로잡는 수선화여’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희곡 <겨울 이야기>에서 수선화를 이렇게 묘사한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정호승의 시 제목 또한 <수선화에게>다. 수많은 문인에게 영감을 주었던 봄꽃과 오랜 세월을 품은 고택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유기방 씨가 직접 가꾼 수선화 정원. 사진 / 서산시
유기방 씨가 직접 가꾼 수선화 정원. 서산 유기방 가옥 수선화축제는 3월 초순부터 4월 말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사진 / 서산시청

미풍과 함께 만개하는 수선화 정원
유기방 가옥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장승과 해태상을 차례로 지나자 일자 모양의 고택 곁으로 푸릇한 정원이 펼쳐진다. 이른 봄이면 이곳은 아기 주먹만 한 수선화가 하나 둘 움을 틔워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주인 유기방 씨가 스무 해가 넘도록 정성스레 가꾼 수선화 묘목이 어느덧 널찍한 군락을 이룬 것.

은은한 향기를 맡으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에는 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가옥을 관리하는 유기방 씨의 아들 유운호 씨는 “5~6년 전부터 알음알음 수선화 정원이 알려져 현재 많은 분들이 찾고 계신다”고 귀띔한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서산 유기방 가옥 수선화축제’ 역시 고택과 정원 일대에서 열린다. 날씨가 따뜻한 덕분에 전년보다 이른 3월 초순부터 4월 말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전통 민속놀이 체험, 민화 그리기 체험 등 풍성한 행사가 함께 마련되며, 만개한 수선화를 벗 삼아 마음껏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2005년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된 유기방 가옥.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마저 정겹게 느껴진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수선화 정원뿐 아니라 고택이 지닌 매력 또한 놓치기 아쉽다. 보존 및 관리를 위해 유료로 운영되는 축제 기간을 제외하면 가옥 내부를 무료로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부담이 없다. tvN <미스터 션샤인>과 KBS <직장의 신> 등 유명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었던 유기방 가옥은 2005년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된 만큼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잘 간직한 곳이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대청마루와 정겹게 모여 있는 장독대까지 찬찬히 눈으로 어루만져 본다. 

조성옥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유기방 가옥은 1910년대에 건축된 만큼 조선 후기 양반 가옥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창살 등 곳곳에서 정교한 멋을 느낄 수 있으며, 고택 뒤편에 두르고 기와를 얹은 토담 역시 고풍스럽다”고 말한다. 이어 “사랑채와 안채의 출입문을 따로 두어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는 등 자세히 살펴볼수록 격이 느껴진다”고 덧붙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유기방 가옥은 민박을 운영하고 있어 고택에서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고택이 품은 정취를 보다 오래 느끼고 싶다면 하룻밤 머무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기방 가옥은 민박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안채, 사랑채 등 인원수에 맞는 방을 골라 숙박할 수 있다. 

INFO 유기방 가옥
입장료
무료(단, 축제 기간은 일반 5000원, 경로ㆍ장애인ㆍ학생 4000원, 5~7세 유아 30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이문안길 72-10

사진 / 조아영 기자
서산의 친환경 트레킹 코스인 '아라메길' 깃발. 사진 / 조아영 기자

TIP 서산 아라메길 1구간
유기방 가옥은 서산의 친환경 트레킹 코스인 ‘아라메길’ 1구간의 시작점이기도 해 트레킹을 연계해 여행을 이어가기도 좋다. 가옥에서 출발해 마애여래삼존상, 개심사, 해미읍성 등 서산이 품은 명소를 차근차근 둘러볼 수 있다. 
이동경로 유기방 가옥~유상묵 가옥~용현계곡 입구~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보원사지~개심사~해미읍성 북문~해미읍성 주차장(18km)
소요시간 약 6시간

사진 / 조아영 기자
제주도의 흙과 함께 여미리에 옮겨 심어진 비자나무. 사진 / 조아영 기자

구석구석 여미리의 숨은 여행지 찾기
유기방 가옥을 벗어나 오른편 언덕을 향해 100m가량 걸음을 옮기면 거대한 비자나무 한 그루를 마주하게 된다. 높이가 20m에 달해 고개를 젖혀 올려다봐야 할 만큼 규모가 상당하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174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과거 재지사족(조선 시대 향촌 사회에서 유교적 소양을 갖춘 지식 계층)인 예민 이씨와의 인연으로 제주도의 흙과 함께 여미리에 옮겨 심어졌다. 이씨 가문의 역사와 더불어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을에 뿌리 내린 비자나무는 다채로운 풍경을 더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비자나무 인근에 자리한 여미리 석불입상은 독특한 멋을 자랑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비자나무 인근에는 고려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미리 석불입상이 자리한다. 조성옥 해설사는 “과거 장마로 인해 마을의 용장천에 떠내려온 석불을 이곳에 옮긴 것”이라며 “양손 모두 손바닥을 밖으로 내보이고 있지만, 오른손은 따라 할 수 없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한다. 뒤편에 울창하게 자라난 소나무는 독특한 석불과 어울려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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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녹거근대사박물관에 조성된 음악다방. 사진 / 조아영 기자

석불에서 10분 남짓 걸어가면 여미녹거근대사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한 개인의 수집품으로 꾸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대사를 담은 수많은 전시물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조성훈 여미녹거근대사박물관 관장은 “청계천, 골동품 경매장 등에서 20년 가까이 수집품들을 모으다 보니 박물관을 열게 된 것”이라며 “196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전시품을 볼 수 있어 그 시대를 살았던 어른들은 물론 어린아이도 흥미롭게 관람하곤 한다”고 말한다.

6개 관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공간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가장 먼저 둘러보는 1관은 추억의 이발소와 DJ가 노래를 들려주던 음악다방, 코흘리개 어린이들을 설레게 만들던 문방구까지 재현되어 있다. TV에선 우량아 선발대회와 장발, 미니스커트를 단속했던 옛 모습이 흑백 화면으로 송출돼 그 시절 분위기를 더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국어 교과서와 주판까지 옛 시절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어린이들을 설레게 했던 문방구를 재현한 공간.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클래식 영화 포스터와 과거 영사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벽면에 클래식 영화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고 영사기 등을 전시해놓은 5관은 포토존으로도 인기가 좋다. 옛 하숙방을 연상케 하는 공간도 꾸며져 있으며, 사전 예약 후 숙박 체험도 할 수 있다. 

INFO 여미녹거근대사박물관
관람료
성인 4000원, 학생 2000원, 어린이 1000원
관람시간 매주 주말ㆍ공휴일 오전 10시~오후 6시(유선상으로 문의 후 방문)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모정길 103

서산 로컬푸드로 만끽하는 정겨운 식도락
여미리 곳곳을 여행하고 나서는 마을의 들머리로 향한다. 지역에서 난 건강한 로컬푸드를 맛보기 위해서다.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농가레스토랑은 작은 마을의 또 다른 명소다. ‘여미오미’라는 아기자기한 이름은 ‘여미리’라는 지명과 다섯 가지 맛을 의미하는 ‘오미(五味)’가 만나 붙여진 것으로, 오랜 시간 서산에 내려오는 특유의 맛을 상징한다.

농가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지글지글 음식을 볶고 끓이는 소리와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된장찌개, 불고기 전골 등 손님상에 오른 음식만 어림잡아 봐도 수 가지다. 특히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겨우내 먹고 남은 게장을 버리기 아까워 얼갈이배추나 겉절이에 섞어 끓여 먹던 간절기 향토 음식 ‘게국지’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잘 여문 늙은 호박을 함께 넣어 끓인 게국지는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우게 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미오미 농가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서산의 향토음식 게국지.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로컬푸드센터에서는 지역에서 난 농산물과 가공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이진식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 조합장은 “농가레스토랑의 게국지는 게를 살짝 삭혔기 때문에 쿰쿰한 향이 나지 않고, 구수하고 맛이 좋다”며 “들깨를 직접 갈아 넣은 깻묵된장과 달래를 넣은 된장찌개도 별미로 꼽힌다”고 말한다. 

레스토랑과 이웃한 로컬푸드센터에서는 서산을 비롯해 당진, 예산 등 인근 지역에서 난 농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한다. 계절에 따라 생강한과, 도라지 조청 등 다양한 식품을 구매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개강한 여미오미의 체험 프로그램은 10명 이상일 경우 예약 후 참가할 수 있다. 직접 흙을 만지며 자신이 수확한 달래로 전을 부쳐보는 체험과 찹쌀떡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이 진행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농가레스토랑과 로컬푸드센터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농가레스토랑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8시
주소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이문안길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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