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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알콩달콩 데이트 코스] 더위가 우릴 갈라놓을 지라도…. 남양주종합촬영소 & 왈츠와닥터만 낭만 데이트
[알콩달콩 데이트 코스] 더위가 우릴 갈라놓을 지라도…. 남양주종합촬영소 & 왈츠와닥터만 낭만 데이트
  • 김다운 기자
  • 승인 2015.07.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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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여행스케치=남양주] 데이트, 홀대하지 마라. 덥다고 집 앞 카페만 뻔질나게 드나들고, 귀찮다고 밥, 영화, 커피의 사이클만 뱅뱅 도는 것은 데이트라기보다 습관 혹은 봉사다. 그럼 어딜 가? 고민하는 이들에게 맞춤 처방을 내린다. 클래식 드라이브 코스, 북한강으로 고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쾌지수는 더-어-욱 높아지겠습니다.”


온도와 함께 짜증도 급상승. 부모님 다음으로 사랑하는 애인이라도 이런 날은 손도 잡기 꺼려지는 게 사실. 정수리에 스팀 팍팍 오르는 중에도 기꺼이 여자친구를 에스코트하는 남자들, 콧등에 맺힌 땀방울 닦아내며 메이크업 수정에 공들이는 여자들, 다들 참 수고가 많다. 헌데 “이런 날 나가는 건 데이트가 아니라 징용이야, 징용!”이라 배부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반성 좀 하자. 그리고 초심 좀 찾자. 기억하는가. 콩깍지보다 단단한 호두껍데기가 눈에 콱! 박혔던 순간. 그대는 로미오 나는 줄리엣, 혹은, 그대는 성춘향 나는 이몽룡이던 그 시절 말이다. 자, 다시 옆을 본다. 존재만으로도 기적이었던 그 사람은 지금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한때 그렇게도 고대하던 데이트가 “그냥 아무데나 가자”는 무던한 말로 변질되진 않았는가. 아, 연애학개론을 쓰잔 건 아니고, 본론은, 연인 관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인 데이트에 정성 좀 들이자 이거다.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광에 미련이 남는다면, 어디든 꽂히는 장면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본다.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이쯤에서 질문 하나. 왜 수많은 커플들이 기념일만 되면 강이나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고급 레스토랑을 찾을까? 사람은 물을 보면 본능적으로 엄마 뱃속에 있던 포근함을 느끼고, 그렇게 마음이 안정될 때 상대방에게 맘을 열기가 더욱 쉬워진다. 이는 연애 고수들 사이에선 불문율처럼 통하는 비법. 그래서 오늘의 목적지는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북한강이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드라이브까지 곁들인다. (우다다다 굉음 울리며 끼어드는 오토바이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인품의 소유자라면 금상첨화.) 북한강과 나란히 달리는 45번 국도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뭇 연인들의 낭만가도. 차창에 절세의 풍경이 그림처럼 걸리는 도로를 따라 식당과 카페들이 늘어서 있고, 수상레저시설도 많아 하루짜리 데이트 코스로 그만이다. 빨간 신호에 멈출 때마다 맞잡은 손등에 키스를 ‘쪽’하고 날리면, 이 좋은 드라이브 왜 이제야 나왔다 싶을 거다.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남양주종합촬영소의 대표 얼굴, 판문점 세트.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커피박물관에서 30분 간격으로 진행하는 커피체험. 물을 따랐을 때 원두 가루가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신선하단 증거다.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커피의 발전사를 상세히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 내부.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첫 번째 목적지는 한국의 헐리우드라 불리는 남양주종합촬영소다. 이정표가 새워진 교차로에서 터프하게 핸들을 꺾어 산비탈을 오르면 금방. 이곳은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취화선> 등의 굵직굵직한 대작들이 탄생한 성지이자 여전히 “레디, 액션!”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한국 영화의 산실이다. 게다가 입장료 3000원만 내면 평일 오후 1시 30분, 주말과 공휴일엔 1시와 3시, 극장에서 내린 지 오래되지 않은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다. 공짜 영화를 노린 사실을 들키면 모양새가 빠지니 “어, 저 영화 보고 싶었는데 우리 보고 갈까?” 정도의 청룡영화제 대상급 연기는 필수. 영화가 끝난 뒤엔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 <스캔들>과 <왕의 남자>를 촬영한 한옥마을에서 45도 각도로 찰칵! 짧은 다리 길어 보이게 앵글을 낮춰 또 찰칵! 친구들에게 자랑할 용, SNS 게시용, 메신저 프로필용 사진들을 잔뜩 건져본다.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친절한 해설이 곁들여져 클래식 입문자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는 금요음악회.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세계 3대 진미인 푸아그라, 송로버섯, 캐비어가 나오는 A코스. 2015년 8월 사진 / 김다운 기자

그리고 슬슬 종아리가 땅기기 시작할 때쯤 왔던 길을 되돌아 왈츠와닥터만으로 향한다. 유럽의 고성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커피 관련 연구와 교육, 전시, 체험을 진행하는 문화공간으로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커피박물관, 3층은 커피 묘목이 우리나라 기후에서도 자생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온실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 입장권을 끊으면 박물관과 온실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데 고종황제가 사용한 티스푼, 빅토리아 시대의 커피잔 등 상당히 수준 높은 전시물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때 예습한대로 “덕수궁 정관헌은 고종이 커피를 즐기던 장소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역대 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례를 지낸 곳이래. 고종의 커피숍이란 말은 잘못 알려진 거지” 하며 능청을 떨어보자. 바로 뇌섹남·뇌섹녀(뇌가 섹시한, 지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 등극이다.

건물 1층 레스토랑에는 굴지의 유명 호텔이나 초호화 식당 출신 셰프들이 상주하고 있다. 북한강이 정면으로 들어오는 전망에 품격 있는 맛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의 역대 단골은 소설가 박완서, 시인 피천득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들이다. 사실 가격은 만만찮은데 앞서 공짜 영화를 노리던 궁색함은 지금의 클라이맥스를 위한 것이라 하겠다. 물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함께라면 편의점표 삼각김밥을 먹은들 행복하지 않을 리 없겠지만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 송로버섯, 캐비어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코스 요리에 비교가 되겠는가. 여기서 진짜 조심해야 할 것은 자칫 프러포즈라고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점. 숟가락, 포크, 나이프가 다 나오는 식당(돈가스 먹으러 갔던 분식집 말고)이 낯선 커플이라면 더더욱 주의할 것! 혹여 진짜 프러포즈가 목적이라면 맞춤 이벤트를 노린다. 예약 전화 한통이면 다른 테이블을 싹 걷고 오로지 두 사람만을 위한 식사 자릴 마련해준다. 소소하게는 와인과 꽃바구니 등의 선물을 곁들인 무드 있는 연출도 가능하다.

데이트 날이 금요일이라면 추가적인 이벤트가 있다. 100석 규모의 아담한 콘서트홀에서 클래식 음악회가 열려 식사 이후 바로 관람할 수 있는 것. 연주 이후 와인파티에서 “오늘 어땠어?”하고 부드럽게 운을 띄운다면 기분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오늘 정말 최고!”

RomanTip

렌트는커녕 면허도 없는 뚜벅이 커플이라면
운길산역에서 남양주종합촬영소까지 왕복 셔틀버스가 있다. 운길산역 출발은 오전 10시 25분, 11시 25분, 오후 1시 25분, 2시 25분, 4시 25분. 반대로 촬영소 출발은 오전 11시, 오후 1시, 2시, 4시, 6시 10분에 있는데 왈츠와닥터만에 가려면 기사님께 교차로에서 내려달라 살짝 부탁한다. 왈츠와닥터만에서 운길산역 까지는 56번, 167번 버스가 다닌다.

INFO.
남양주종합촬영소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3000원, 중고생 2500원, 어린이 2000원
주소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855번길 138

왈츠와닥터만
박물관 입장료 5000원
대표메뉴 코스요리 8~15만원, 런치세트 2만2000원~4만7000원, 금요음악회 패키지 3만9000원~5만9000원
주소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로 8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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