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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1박2일 여행] 엿보면 엿볼수록 양파 껍질 벗기는 느낌 전남 나주
[1박2일 여행] 엿보면 엿볼수록 양파 껍질 벗기는 느낌 전남 나주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07.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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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나주] 예부터 전남 나주는 남도의 젖줄이라 일컫는 아흔 아홉 굽이 영산강과 호남 8대 명산 중 하나인 금성산이 서울의 한강과 남산을 쏙 빼닮았다고 해 ‘작은 한양’이라 불렀다. 그래서일까. 발길 닿는 곳마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치니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설렘 가득한 첫날 여정은 국내 최대 규모의 객사인 ‘금성관’에서 시작하자. 나주 도심 한가운데 자리했음에도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곳은 전남지방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객사 가운데 하나다. 배꼽시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 금성관 코앞에 있는 ‘하얀집’으로 가자. 먹거리로는 타의 추종을 허락지 않는 남도에서, 그것도 곰탕으로 유명한 나주 곰탕거리에서 이름난 맛집이다.

송송 썬 파와 노란 달걀지단을 올린 말간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의 맛은 ‘나주곰탕’이란 이름이 쉬이 만들어진 게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먹는 즐거움을 누린 후에는 소화도 시킬 겸 산책 삼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다보사’로 향하자. 금성산이 품고 있는 작은 절 하나라고 여기면 서운하다. 보물을 무려 3개나 봉안하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다음 목적지는 ‘전라남도종합사격장’이다. 클레이사격 한판이면 해묵은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하룻밤의 달콤한 휴식을 취할 곳은 ‘영산나루 나루재’다.

두근거리는 이튿날 일정은 황포돛배를 타면서 시작하자. 돛배를 타고 영산강이 선사하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다 보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남도의 비경이 시선을 붙든다. 미각에 행복을 담을 곳은 '낙지한마당'이다. 친절한 주인장이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내놓는 낙지비빔밥은 비법이 무엇인지 추궁하고 싶어질 정도로 맛있다. 낙지비빔밥으로 즐거운 한끼를 즐긴 다음에는 ‘한국천연염색박물관’에 발자국을 찍자.

고무줄을 이용해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알록달록 물들이기’,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려 물들이는 ‘나만의 그림 그리기’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천연염색 체험 삼매경에 푹 빠지고 만다. 한국천염염색박물관을 뒤로 하고 이동할 곳은 ‘나주영상테마파크’다. 주몽, 태왕사신기, 쌍화점 등을 탄생시킨 촬영 명소로 곳곳에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다. 마지막 목적지는 ‘국립나주박물관’이다. 이곳에서 호남지방의 역사를 말없이 알려주는 각종 유물을 보고 느끼며 알찬 나주 여행을 마무리하자.

첫째 날, 역사를 더듬으며 이색 체험하기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AM 10:00 금성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객사는 어딜까? 바로 금성관이다. 2층 누각인 망화루를 지나 돌길을 따라 걸으면 웅장한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인 금성관을 만난다. 금성관에 걸린 대형 편액은 금성관의 위엄을 더한다. 금성관은 더럽고 미개하며 야만적인 일본 낭인배들의 칼에 희생된 명성황후의 관을 모셨던 곳이며, 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천일 선생이 출병식을 한 장소다.
주소 전남 나주시 금성관길 8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2:00 하얀집
나주에서 곰탕 한 그릇 뚝딱 하지 않는다는 건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철수가 단짝인 영희를 버리고 Jane과 놀아나는 것만큼이나 옳지 않은 일이다. 하얀집의 곰탕은 소뼈를 우려낸 뽀얀 곰탕과 달리 양지와 사태를 삶아낸 말간 국물이 특징이다. 육수의 담백한 맛이 밥알에 배도록 쌀밥도 함께 말아 나온다. 잔뜩 들어 있는 고기도 야들야들한 게 일품이다.
가격 곰탕 8000원, 수육곰탕 1만1000원, 수육 3만원
주소 전남 나주시 금성관길 6-1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3:00 다보사
다보사 입구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사찰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되도록 약 500m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길을 따라 향긋한 숲 향내를 맡으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661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다보사는 작은 사찰이지만 보물인 괘불탱, 목조석가여래삼존상, 소조십육나한좌상을 봉안하고 있다.
주소 전남 나주시 금성산길 83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5:00 전라남도종합사격장
손에 들려진 무게감 있는 엽총, 방아쇠를 당기면 거침없이 울려 퍼지는 총성, 코끝을 자극하는 매캐한 화약 냄새, 클레이 피전(접시)을 명중할 때마다 밀려오는 짜릿한 쾌감. 전라남도종합사격장에서는 이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이상이라면 사격이 난생 처음이라도 누구나 일대일 눈높이 지도를 통해 백발백중 사격왕이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체험료 개인 2만2000원, 10인 이상 단체 1만8000원
주소 전남 나주시 사격장길 82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8:00 영산나루 나루재
일제 토지 수탈의 본거지였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문서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여느 펜션과는 다르게 고급스러운 가구로 꾸몄다. 정원에 뿌리 내린 250년 된 아름드리 팽나무도 고상하고 우아한 멋을 풍긴다. 이곳에는 나루재 외에도 카페 ‘세인트리’, 전통 찻집 ‘성류정’이 자리하고 있으니 맘이 동한다면 한번쯤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숙박료 동실 8만원(2인 기준), 남실 12만원(4인 기준), 가야산실 24만원(6인 기준)
주소 전남 나주시 주면2길 28

둘째 날, 과거를 느끼며 현재 만끽하기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AM 10:00 황포돛배

브라운관을 통해서나 볼 수 있었던 돛배를 타볼 수 있다. 50여 분간 10km에 이르는 물길을 미끄러지는 황포돛배에 올라타면 영산강의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나주의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한 석관정과 금강정도 영산강 위를 유유히 유랑하는 돛배 위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선장님의 구수한 해설까지 더해지니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체험료 왕건호 어른 1만원, 어린이 6000원, 황포돛배 1·2호 어른 8000원, 어린이 4000원, 매주 월요일 휴무.
주소 전남 나주시 등대길 80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2:00 낙지한마당
터미널이나 역 주변 음식점은 대게 뜨네기들을 상대로 장사하기 때문에 맛이 없을 것이란 편견을 단숨에 깨부숴 준다. 낙지비빔밥이 상에 오르면 ‘역시 채소가 90%를 차지하는 구나’ 싶지만, 막상 입으로 넣다 보면 낙지들이 비빔밥 안에서 새끼를 치는 건지, 실한 낙지가 한 가득이다. 정갈한 반찬도 옆에서 거드니 커다란 비빔그릇은 금세 바닥을 보인다.
가격 낙지비빔밥 8000원, 낙지볶음·낙지전골·낙지회부침 中 3만8000원
주소 전남 나주시 풍물시장2길 54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3:00 한국천연염색박물관
나주 여행에 있어서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염색의 역사와 미래를 알려주는 상설전시관을 비롯해 다양한 천연염색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뮤지엄숍’, 도보로 1분이면 닿는 ‘나주천연염색공방’에서 이뤄지는 다채로운 천연염색 체험 등 즐길 거리가 넘친다. 황포돛배를 타고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을 둘러보고 되돌아가는 연계관광도 가능하다.
주소 전남 나주시 다시면 백호로 379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4:30 나주영상테마파크
사극 촬영 장소로 널리 알려진 곳. 화려하고 섬세한 오픈 세트장을 보고 있노라면 거무튀튀한 게 앞니까지 툭 튀어나와 ‘어떻게 저렇게 너저분한 악인처럼 생겼지?’란 생각이 드는 일본 낭인이 나타날 것 같다. 더불어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으러 온 검객일세”라고 답하고는 눈으로 좇아갈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르는 조선 검객도 등장할 것만 같다.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전남 나주시 공산면 덕음로 450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8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6:00 국립나주박물관
영산강 유역에 남아있는 고고학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고 있다. 호남지역 발굴매장 문화재를 온전히 간직한 수장고나 다름없다. 국립박물관으로서는 최초로 도심이 아닌 전원 속에 자리 잡은 덕분에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는 ‘역사공원’의 역할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모든 전시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전시내용을 안내받을 수도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전남 나주시 반남면 고분로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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