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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골목길 투어] 민낯이 매력적인 골목을 엿보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3色 골목
[골목길 투어] 민낯이 매력적인 골목을 엿보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3色 골목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08.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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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창원] 여름의 끝자락이자 가을의 문턱인 9월.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쓰지 않아도 되는 이때 마산으로 떠나보자. 마산의 민낯을 들여다보며 역사까지 더듬을 수 있는 ‘창동예술촌 골목’, ‘오동동 골목’, ‘어시장 골목’이 걷는 맛을 음미하고픈 당신의 욕구를 채워준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벽화가 눈길을 붙드는 창동예술촌 골목.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창동예술촌 골목

마산 여행에 있어서 쉬이 지나쳐선 안 될 곳이 창동예술촌 골목이다. “거리 자체가 예술”이란 말이 헛말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니까. 창동예술촌 골목은 마산의 중심을 관통하는 ‘3.15 대로변’에 자리 잡은 세 가지 골목을 통틀어 지칭한다. ‘마산예술흔적 골목’, ‘에꼴드창동 골목’, ‘문신예술 골목’이 그것이다. 각각의 골목마다 저마다의 예술미를 뽐내는 피사체가 한 가득이라 ‘삼보일배’라도 하듯 몇 발자국 걷다 멈춰서길 반복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발길을 멈춰 세우는 아기자기한 화분과 체험 시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가장 먼저 발을 들여놓을 곳은 마산예술흔적 골목이 좋겠다. 여행을 풍성하게 해줄 ‘음성 안내 플레이어’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아고라광장’ 안내소를 비롯해 추억의 희귀 만화와 LP판을 만날 수 있는 ‘얄개만화방’ 등 여행자의 눈길과 발길을 붙드는 수십 개의 공간이 줄지어 있다. 1955년 문을 연 ‘학문당’ 서점 뒷골목에 우뚝 선 두 개의 ‘느린 우체통’도 인기다. 파란색의 ‘달(月)이’는 1개월 후에, 노란색의 ‘연(年)이’는 1년 후에 편지를 배달해준다.

다음으로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인 에꼴드창동 골목을 둘러본 후 문신예술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문신예술 골목의 ‘문신’을 바늘로 살갗을 찔러 그림을 새기는 문신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노예처럼 일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는 예술관으로 세계 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문신(文信) 선생의 숨결을 체감할 수 있는 길이다. 유럽 전시회 당시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로 하여금 “판타스틱!”을 연발하게 한 그의 예술혼을 만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민주화를 부르짖는 이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조형물.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오동동 골목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반발해 일어난 ‘3.15의거’의 발원지가 마산의 ‘오동동’이란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오동동 골목에 들어서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의거 당시의 모습과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조형물이 시신경을 자극한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푸짐한 해물 안주가 어마무시하게 나오는 여러 통술집.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오동동은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로 친숙한 ‘오동동 타령’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뱃일을 마친 선원들이 진탕 마시며 오동동 타령을 목 놓아 불렀던 이 골목에서 마산 특유의 술 문화인 ‘통술’이 탄생했다. 통술은 싱싱하고 다양한 해물 안주가 푸짐하게 나오는 술상이다. 이 골목 안에는 이미 상 위를 점령한 안주가 가득한데도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이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통술집’들이 성업 중이다.

오동동 골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골목이 ‘아구찜거리’와 ‘복요리거리’다. 아귀 요리의 고향인 아구찜거리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귀 요리의 원조인 ‘오동동아구할매집’이 있다. 49년 전통이 스며있는 이곳에서 구수하고 은은한 ‘건향(해풍에 말린 아귀 향)’이 일품인 건아귀찜을 맛보며 미각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추천한다. 아귀보다 복어를 선호한다면 복요리거리에 위치한 ‘광포복집’이 제격이다. 시인 소동파가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했고, 캐비아, 트러플,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4대 진미로 손꼽
히는 복어 요리를 그야말로 ‘끝장나게’ 잘 하는 집이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미래수산’.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어시장 골목

몇 해 전 기자는 지인들에게 마산에 다녀왔노라고 자랑을 늘어놨더랬다. 당시 지인 가운데 한 사람은 어시장 골목에서 뭘 먹고 왔느냐고 물었다. 이에 기자는 비슷한 게 노량진에도 있는데 뭣 하러 마산까지 가서 어시장에 들르느냐고 화답했다. 그때 그 지인이 쯧쯧쯧 혀를 차며 내뱉은 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추운 겨울날 노점에서 어묵은 먹었는데, 어묵 국물은 안 마신 거나 마찬가지네.” 함께 자리한 또 다른 지인이 옆에서 거든 말 역시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클럽 가서 정말 춤만 추다 온 거네.” 그렇다. 마산을 여행함에 있어서 어시장 골목을 빼먹고 돌아온다면 기자처럼 쓴 소리를 듣고 마음 아파해야 할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고로 마산을 여행하고자 맘먹었다면 어시장 골
목에 기웃거리는 시늉이라도 하고 돌아와야 마땅하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팔딱거리는 활어가 가득한 어시장 골목.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마산의 어시장 골목에는 없는 것이 없다.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규모인 까닭에 눈앞에서 펄떡이는 활어와 수족관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킹크랩 등 갖가지 해산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침샘이 폭발한다면 활어회 센터가 즐비한 ‘대풍골목’에 머물렀다 가도 좋다. 단, 횟감을 맛보며 술 한 잔을 곁들인 탓에 다음 여행 일정을 뒤로 미루게 돼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시장 골목을 ‘어시장’이란 단어 때문에 수산물만 취급하는 골목이라고 여기면 섭섭하다. ‘건어물골목’과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돼지골목’ 등도 함께 둥지를 트
고 있다.


INFO. 창동예술촌 골목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24

오동동 골목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
포구 오동동 일원

어시장 골목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2가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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