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창원] 여름의 끝자락이자 가을의 문턱인 9월.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쓰지 않아도 되는 이때 마산으로 떠나보자. 마산의 민낯을 들여다보며 역사까지 더듬을 수 있는 ‘창동예술촌 골목’, ‘오동동 골목’, ‘어시장 골목’이 걷는 맛을 음미하고픈 당신의 욕구를 채워준다.
창동예술촌 골목
가장 먼저 발을 들여놓을 곳은 마산예술흔적 골목이 좋겠다. 여행을 풍성하게 해줄 ‘음성 안내 플레이어’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아고라광장’ 안내소를 비롯해 추억의 희귀 만화와 LP판을 만날 수 있는 ‘얄개만화방’ 등 여행자의 눈길과 발길을 붙드는 수십 개의 공간이 줄지어 있다. 1955년 문을 연 ‘학문당’ 서점 뒷골목에 우뚝 선 두 개의 ‘느린 우체통’도 인기다. 파란색의 ‘달(月)이’는 1개월 후에, 노란색의 ‘연(年)이’는 1년 후에 편지를 배달해준다.
다음으로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인 에꼴드창동 골목을 둘러본 후 문신예술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문신예술 골목의 ‘문신’을 바늘로 살갗을 찔러 그림을 새기는 문신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노예처럼 일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는 예술관으로 세계 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문신(文信) 선생의 숨결을 체감할 수 있는 길이다. 유럽 전시회 당시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로 하여금 “판타스틱!”을 연발하게 한 그의 예술혼을 만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동동 골목
이승만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반발해 일어난 ‘3.15의거’의 발원지가 마산의 ‘오동동’이란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오동동 골목에 들어서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의거 당시의 모습과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조형물이 시신경을 자극한다.
오동동은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로 친숙한 ‘오동동 타령’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뱃일을 마친 선원들이 진탕 마시며 오동동 타령을 목 놓아 불렀던 이 골목에서 마산 특유의 술 문화인 ‘통술’이 탄생했다. 통술은 싱싱하고 다양한 해물 안주가 푸짐하게 나오는 술상이다. 이 골목 안에는 이미 상 위를 점령한 안주가 가득한데도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이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통술집’들이 성업 중이다.
오동동 골목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골목이 ‘아구찜거리’와 ‘복요리거리’다. 아귀 요리의 고향인 아구찜거리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귀 요리의 원조인 ‘오동동아구할매집’이 있다. 49년 전통이 스며있는 이곳에서 구수하고 은은한 ‘건향(해풍에 말린 아귀 향)’이 일품인 건아귀찜을 맛보며 미각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도 추천한다. 아귀보다 복어를 선호한다면 복요리거리에 위치한 ‘광포복집’이 제격이다. 시인 소동파가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했고, 캐비아, 트러플,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4대 진미로 손꼽
히는 복어 요리를 그야말로 ‘끝장나게’ 잘 하는 집이다
어시장 골목
목에 기웃거리는 시늉이라도 하고 돌아와야 마땅하다.
마산의 어시장 골목에는 없는 것이 없다.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규모인 까닭에 눈앞에서 펄떡이는 활어와 수족관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킹크랩 등 갖가지 해산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침샘이 폭발한다면 활어회 센터가 즐비한 ‘대풍골목’에 머물렀다 가도 좋다. 단, 횟감을 맛보며 술 한 잔을 곁들인 탓에 다음 여행 일정을 뒤로 미루게 돼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시장 골목을 ‘어시장’이란 단어 때문에 수산물만 취급하는 골목이라고 여기면 섭섭하다. ‘건어물골목’과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돼지골목’ 등도 함께 둥지를 트
고 있다.
INFO. 창동예술촌 골목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24
오동동 골목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
포구 오동동 일원
어시장 골목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2가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