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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섬플러스⑳] 사계절 내내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섬, 고흥 쑥섬
[섬플러스⑳] 사계절 내내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섬, 고흥 쑥섬
  • 박준규 여행작가
  • 승인 2020.02.12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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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성지, 고흥반도의 보물 '쑥섬'
울창한 숲이 우거진 쑥섬 힐링 코스 트레킹
쑥 관련 특산물 판매하는 로컬매장까지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야생화로 가득한 쑥섬의 풍경.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고흥] 이즈음 섬들이 고흥반도를 먹여 살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 지붕 없는 미술관 연화도,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쑥섬. 그중 아생화 가득한 비밀정원과 재미난 이야기가 스며있는 쑥섬에 다녀왔다. 

고흥공용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달리다가 나로도공용터미널에 멈춘다. 10분 정도 걸으면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 그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이 쑥섬이다. 뱃머리를 돌리자마자 선착장이 닿을 정도로 가깝다.

소확행 성지 힐링파크 쑥섬
쑥섬은 나로도 항에서 배를 타고 3분이면 만날 수 있다. 짧은 시간을 생각하면, 하루에 다섯 번(주말 8회 운항)만 다니는 배를 기다리는 것이 야속하지만, 그렇다고 헤엄쳐서 건널 수는 없는 일.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쑥섬지기 김상현, 고채훈 부부.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여행에 관한 글귀가 쓰인 팻말이 서 있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쑥섬의 선착장에 들어서 잠시 동안 가만히 섬을 들여다본다. 본래 쑥섬의 이름은 한자로 쑥 애(艾)자에 섬 도(島)자를 써서 애도였다. 강화의 인진쑥보다 품질 좋은 쑥이 생산되어서 쑥섬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별칭이 지금은 애도보다 쑥섬으로 통용되고 있다. 

20년 전인 2000년까지는 20여 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평범한 섬마을이었지만, 김상현, 고채훈 부부의 등장으로 변화한다. 새천년, 새해를 맞이해서 평생 하고 싶은 일을 각자 쪽지에 적어 서로에게 보여주었더니 결과는 놀랍게도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자'로 같았다. 부부의 신념이 실현된 곳이 바로 쑥섬이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 전경.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쑥섬은 나로도 항에서 3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이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INFO 쑥섬으로 가는 배편
쑥썸으로 가는 배는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탑승하면 된다. 배는 마을의 어선으로 총 12인승이다. 표는 매표소가 아닌 배를 타면서 동시에 값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입도시간 오전 7시 30분~오후 3시 30분(일 5회 운항)
출도시간 오전 7시 40분~오후 5시 10분(일 6회 운항)
이용요금 왕복 2000원 
주소 전남 고흥군 봉래면 애도길 43 

TIP 버스 타고 전남 고흥행
전남 고흥은 기차역이 없어 서울을 기준으로 열차를 타면 용산역에서 고흥행 시외버스까지 세 번을 환승하지만, 고속버스는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3, 7,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한 번에 갈 수 있어 편리하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쑥섬의 탐방로와 8경 등을 소개하는 탐방 안내도.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울창한 나무에 새겨진 이야기
쑥섬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관광안내소를 겸하고 있는 로컬매장을 시작으로 정상에서 다시 회귀하는 ‘쑥섬 힐링 코스’를 걷는다. 총 3km,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길이지만 탐방로를 걷는 내내 분위기가 확확 달라져 심심하지 않다.

탐방로 내에는 화장실이 없기에 쑥섬 트래킹에 앞서 갈매기카페에 들른다. 출발하자마자 헐떡길이 나온다. 걷기 시작한지 3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숨이 차오른다. 이름이 지어진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힘든 구간을 지나자 이내 수목이 시원스럽게 뻗다 못해 하늘을 뒤덮어버린 난대 원시림이다. 울창한 숲 곳곳 특이한 형상의 나무에 시선이 간다. 이곳의 후박나무는 제각기 다르게 생긴 모양대로 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난대 원시림.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얼굴의 형상이 보이는 후박나무.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말의 모습이 보이는 후박나무는 옥황상제의 심부름을 하러 온 차사가 타고 내려온 말로 오래 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외에도 옥황상제의 애완동물인 코알라를 찾으러 내려간 차사의 살짝 내민 얼굴이 보인다는 나무 등 저마다 가지고 있는 그럴 듯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이야기를 뒤로한 채 나무가 만들어낸 어둠의 세계를 빠져나와 환희의 언덕에 서면 여수의 소거문도, 거문도, 손죽도, 초도, 완도 청산도 등이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은 압권이다. 풍경을 즐긴 후에는 절벽 아래에 사는 인어를 찾아보자. 썰물 때만 나타나기 때문에 발견하면 행운이 따른다는 전설이 이어져 내려온다. 

별정원 지나 추억이 서린 우끄터리 쌍우물까지
다도해의 풍경을 머금은 몬당길(산마루길의 사투리)을 통과하면 쑥섬의 하이라이트! 비밀 꽃정원인 별정원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올린 고흥군에 자리한 이유인지 우주와 별, 태양, 달을 주제로 조성 되어있다.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1호인 이곳은 쑥섬에서만 볼 수 있는 비경 중에 비경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 아래 야생화의 향연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사계절 동안 별정원 여기저기에서 꽃이 만발한다는 소문에 걸맞게 동절기의 백미 비단향꽃무, 메리골드, 제주향수선화, 애기금어초 등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무릉도원이 존재한다면 이곳이 아닐까.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쑥섬에서는 정겨운 돌담길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마을에 자리한 우물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인어의 모습이 숨어 있는 해안절벽.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별정원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여자들이 명절에 음식을 가져와 가무를 즐기고 가정의 안녕을 기원했던 여자산포바위와 남자들이 놀던 남자산포바위 그 사이, 섬의 정상을 알리는 작은 안내표지가 시선을 끈다. 

탐방로를 내려와 우끄터리 쌍우물을 구경한다. 문자 그대로 마을 북쪽 두 개의 우물이다. 깨끗한 위 우물은 식수였고, 아래 우물은 위쪽 우물이 넘쳐흘러 생겨난 것으로 빨래를 하는 용이나 허드레용으로 사용했다.

실제로 이곳은 쑥섬의 큰 애기(아가씨)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거나 섬 생활의 애환을 나누기도 했던 비밀 모임 장소였다. 빨래를 가장 깨끗하게 하는 큰 애기는 3년 이내에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간다는 말이 들려오던 장소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 미로처럼 얽힌 사랑의 돌담길을 거닐면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마을 입구에 자리한 로컬매장과 갈매기카페.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로컬매장에서는 쑥차와 쑥식혜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박준규 여행작가

출항 전, 남은 여유시간에는 갈매기카페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을 만끽해도 좋고, 마을 입구에 자리한 로컬매장을 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쑥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을주민이 책임지고 판매하는 쑥 관련 특산품은 생 쑥을 비롯해 쑥 가루, 톳 가루, 톳 장아찌, 쑥식혜, 쑥차 등 다양하므로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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