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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안누리길 강원 삼척] 눈길과 발길을 한꺼번에 붙드는 해안길 맹방해변길
[해안누리길 강원 삼척] 눈길과 발길을 한꺼번에 붙드는 해안길 맹방해변길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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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삼척] 강원도 최남단에 자리한 삼척은 쉬이 지나칠 수 없는 여행지가 숱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석회동굴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1급수에만 사는 버들치와 퉁가리가 지천에 널려 있을 정도로 맑디맑은 계곡을 여럿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근래 가장 핫한 삼척의 명소를 꼽으라면 확언컨대 맹방해변길이다. 장엄한 바다를 벗 삼아 발걸음을 떼다 보면 시나브로 걷는 매력에 푹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상맹방해수욕장과 하맹방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정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광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바다,운치 있는 해안길에 발을 얹다

“학생,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돼.” 고개를 늘어뜨리고 껌뻑껌뻑 졸고 있는 여행자를 ‘학생’이란 듣기 좋은 말로 깨워준 버스 기사 덕택에 한재밑해수욕장에 무사히 안착한다. 삼척 시내에서 4km가량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이 해변은 갯바위가 많아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몇몇 낚시꾼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서울특별시 성북구 수련원이 코앞이다. 드디어 맹방해변길의 시작 지점에 서게 된 거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바다와 맞닿아 있는 씨스포빌 리조트 카라반 야영장.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잘 정비된 나무 데크 위를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맹방해수욕장을 마주한다. 가장 먼저 시신경을 자극하는 건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의 새하얀 포말이다. 어디 이뿐이랴. 물보라가 만들어준 안개 낀 듯한 수면도,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와 안면을 때리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도 발걸음에 절로 탄력을 붙게 만든다. 데크 길을 걷는 것만으로는 뭔가 밋밋하단 생각이 들어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으로 들어간다. 발가락 틈새로 곱디고운 모래가 스며드는 느낌이 묘하게 좋다. 내친 김에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발가락을 꼬무락거린다.

다시 데크에 올라 걸음을 옮기니 카라반 캠핑장이 보인다. 광활한 옥빛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위치에 떡하니 자리한 카라반 캠핑장은 하루쯤 머물다 가고픈 욕구를 요동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맹방해수욕장에 닿을 무렵 발길을 붙드는 정자도 마찬가지다.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정자에 올라 궁둥이를 붙이니 하염없이 ‘멍’만 때리고 있는데도 즐겁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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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솔 향기가 기분 좋은 청량감을 선사하는 산림욕장.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뜻밖에 만난 바닷길 옆 산림욕장,짠 내와 어우러진 곰솔 향을 맡다
쫓기듯 서두르지 않고 걷는 맛을 음미하다 보니 연봉교란 작은 다리에 닿는다. 이 아담한 다리를 건너니 상맹방해수욕장부터 줄곧 이어지던 나무 데크 길은 자취를 감춘다. 하맹방해수욕장으로 접어드는 새로운 길이 열리는 순간이다. 이 해변은 상맹방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를 끌어들인다. 왼쪽으로는 깨끗한 백사장을 안고 있는 푸른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울창한 곰솔 군락이 반기고 나서니 걷는 재미는 한층 더 배가된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걷는 재미를 더 쏠쏠하게 만드는 울창한 곰솔 군락.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그렇게 타박타박 걷기를 반복하다 보니 인근에 산림욕장이 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약 2km에 이르는 산림욕장이 바닷가 옆에 둥지를 트고 있다는 게 놀랍다. 바닷가와 공존하는 산림욕장이라. 이 얼마나 색다른 해변길이란 말인가.

재촉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도 발걸음은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 마냥 자연스레 산림욕장 안으로 향한다. 몇 발자국 걸었을 뿐인데 향긋한 곰솔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이름 모를 새 소리와 어우러진 해변의 파도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깝단 생각이 머릿속에 진을 치는 찰나다. 서울로 돌아가면 맘 맞는 지인들에게 반드시 전하리라. 맹방해변길에 가면 바다에 있을 리 만무하다고 여긴 산림욕장을 만날 수 있다고. 그러면서 몇 마디 더 덧붙일 테다. 해변을 따라 곧장 걷기보다는 잠시라도 산림욕장으로 들어가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만끽해보라고 말이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맹방해수욕장을 걷다 보면 만나는 덕봉산.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삼척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명소,별미에 취해 다음 일정을 미루다
하맹방해수욕장을 벗어나 삼척 제1의 해수욕장이라 일컫는 맹방해수욕장에 다다른다. 은빛 모래밭이 4km에 달해 명사십리라고도 불리는데, 이게 헛말이 아님을 깨닫는다. 여름이면 수많은 피서객으로 붐빌 게 뻔해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으니까. 뙤약볕이 정수리에 내다 꽂히는 여름을 떠나보낸 철지난 바닷가라고 한들 달라질 풍경이 아니다. 오히려 여름에는 느낄 수 없는 한적함이 가득하니 한없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이다. 맹방해수욕장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해변이다. 인근 초당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담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덕분에 담수욕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와 유지태가 바다의 파도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도 맹방해수욕장에서 촬영했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덕봉대교 가는 길 오른쪽에 자리한 평야.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명사십리라고 불리는 맹방해수욕장 초입.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맹방해수욕장의 오른쪽 끄트머리로 시선을 옮기자 섬처럼 두둥실 떠 있는 덕봉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찍기 삼매경에 빠지지 않고는 못 배길 풍광이다. 얼마나 셔터를 누르고 있었을까. 꼬르륵 소리에 놀라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내 덕봉대교를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식도락을 만끽할 수 있는 음식점이 즐비한 덕산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발품 깨나 팔며 바지런히도 걸음을 옮긴 탓일까. 싱싱한 활어를 뼈째 썰어 나오는 물회 한 그릇이 간절하니 허투루 지나칠 엄두가 안 난다. 맹방해변길의 마지막 목적지인 덕산항은 맛 좋은 한 끼 식사를 즐긴 뒤에 찾아갈 수밖에 없게 돼버렸다.

찾아가기 
대중교통 출발지까지: 삼척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특별시성북구수련원 방면 24번 버스 승차-한재밑 정류장 하차
도착지에서: 덕산항에서 삼척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23번 버스 승차(2시간 간격, 막차 18시 50분)
승용차 동해고속도로 동해IC→7번 국도→서울특별시성북구수련원

식사
독도횟집
덕산횟집
행복횟집

잠자리
덕산해수욕장 주변에는 150여 곳의 민박집이 즐비하다. 
덕산항-덕산장, 삼척 새천년도로변-팰리스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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