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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6월호
[명인별곡] 소설 "토지"의 땅을 일군 향토시인 평사리 터줏대감 최영욱 명인
[명인별곡] 소설 "토지"의 땅을 일군 향토시인 평사리 터줏대감 최영욱 명인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10.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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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하동]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는 소설가 박경리를 삶의 모티프로 삼고 시인으로 등단한 남자가 있다. 훗날 그는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 평사리 땅을 박경리의 문향(文香)이 온전히 녹아 있는 명소로 일군다. 그는 바로 박경리의 아들이나 다름없는 최영욱 시인이다.

“사람이 아무리 잘나도 지리산에 박혀있는 돌멩이 하나만도 못하다.”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글귀다. 이 주옥같은 대목은 한국 문단의 대들보인 박 선생이 영면에 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한 문인에 의해 재탄생한다. 그는 경남 하동에서 나고 자란 최영욱 시인이다. 최 시인은 <평사리에서 쓰는 반성문>에서 박 선생이 <토지>에 수놓은 한 토막의 말을 받들어 “그 말씀 대못되어 가슴 쑤시는 아침”이라고 읊조린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최 시인은 어떤 까닭으로 박 선생의 소설 속 구절을 자신의 시에 녹여 넣었을까? 그가 박 선생을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깊다란 교분을 나눈 사람이고, 급기야 박 선생을 문학적 스승으로 삼아 문사의 길로 들어선 시인이란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소상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최참판댁이 둥지 튼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로 내달린다. 이곳에서 최 시인을 주인공으로 한 ‘명사와 함께하는 지역 이야기’, 이른바 토크 콘서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매달 특정 지역의 명인?명사와 여행자가 만나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이 행사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지리산 형제봉이 병풍처럼 둘러싼 고장이자 비단 띠처럼 흐르는 섬진강을 마주한 마을에 자리한 최참판댁이 삼삼오오 모여든 여행자로 인해 북적인다. ‘달빛 시 낭송회’란 낭만적인 행사명에 걸맞게 잘도 영글어 가는 가을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떴다. 교교한 달빛 아래 간간히 불어오는 가을바람 덕택일까, 최 시인을 만날 시간이 곧 도래한다는 설렘 때문일까. 여행자들의 얼굴마다 초승달 같은 눈웃음이 번져있다. 이윽고 이들 앞에 선 김석선 시인이 최 시인의 <섬진강 블루스>를 낭독한다. ‘다들 미친 사내라 했다’로 시작해 ‘더러는 팔자 좋은 놈이라고 했다’로 맺는 맛깔스런 낭독은 시나브로 모두의 감성을 흔들어 놓고 만다.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박경리 선생의 <문학을 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란 산문집을 읽고 팬이 됐답니다.” 시 낭독에 이어 모습을 드러낸 최 시인은 박 선생과의 인연이 작가와 독자의 만남으로 시작됐다고 밝힌다. 하지만 그 단순해 보이는 조우는 경남 하동에 사는 순박한 시골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촉진제가 됐다. 박 선생이 세상에 내놓은 한 권의 산문집을 시작으로 그의 모든 작품을 독파한 젊은 시절의 최 시인은 박 선생의 필력이 선사하는 매력에 허우적대며 문학도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결국 불혹이 넘은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하고야 만다.
“평사리문학관 건립과 토지문학제 개최를 허락받고자 박 선생님을 찾아 뵌 게 일곱 번이지요.”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1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알다시피 <토지>는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한 최참판과 소작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풀어낸 대하소설이다. 아울러 동학농민운동을 기점으로 8.15 광복에 이르기까지 근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역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국 현대소설의 걸작이다. 이러한 <토지>는 박 선생이 탈고를 마치기도 전에 두 번, 완결을 맺은 후 한 번에 걸쳐 TV 드라마로 제작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는 소설 속의 실제 공간을 손수 더듬고자 몰려드는 사람들로 붐볐다.

당시 최 시인은 박 선생과 <토지>의 모든 것을 체감할 수 있는 평사리문학관 건립과 토지문학제 개최, 그리고 소설 속 공간적 배경이 된 최참판댁 세트 완성, 발걸음을 옮기며 <토지>의 숨결을 음미할 수 있는 ‘토지길’을 일구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단걸음에 원주문학관에 닿은 최 시인은 박 선생에게 큰절을 올리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박 선생은 시기상조라며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그렇게 일곱 번을 찾아가 간청한 끝에 승낙을 받았다. 게다가 1톤 트럭 두 대에 가득 실을 만큼 많은 박 선생의 책과 사진 등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평사리문학관 개관식이 있던 날 하동을 찾은 박 선생은 최 시인의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 “지리산에게 너무 미안하다.” 문학관을 건립하면서 훼손된 자연이 못내 안쓰러운 심정에서 내뱉은 말이었을 게다. 이를 계기로 최 시인은 박 선생의 진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었고, 그를 더욱 섬기며 꾸준하게 모실 수 있었다. 그 후 몇 해가 지나 한국 문학계에 큰 획을 그은 박 선생은 영원히 잠들고 말았지만,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그의 향내와 문학 정신은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곳곳에 배어있다. 문학평론가 김남호 씨의 말처럼 시인이라는 미약한 힘을 지렛대 삼아 평사리를 문학적 성지로 바꿔 놓은 최영욱 시인 덕분에 말이다.

INFO. 평사리문학관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76-23

함께 하면 좋을 여행지

최참판댁
<토지> 속 최참판댁이 한옥 14개 동으로 재현된 곳. 매년 가을이면 토지문학제가 열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토지 세트장과 박경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평사리문학관도 인근에 자리했다.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35

평사리공원
하동 그린 꽃가꾸기 사업으로 조성한 공원. 전국 유일의 1급수를 자랑하는 섬진강을 끼고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재첩을 채취할 수 있는 넓고 하얀 백사장과 사진 찍기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장승 동산 등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77

매암차문화박물관
차의 제조 과정을 체험하며 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야생 차밭을 조성하면서 만들었던 집을 박물관으로 꾸몄다. 그래서일까.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박물관 앞은 넓은 다원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346-1

화개장터
지리산 맑은 물이 흘러 내려와서 섬진강과 만나는 곳에 자리했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이어주는 화개장터는 옛날 시골장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뺴곡히 들어선 국밥집, 도토리묵, 재첩국집, 주막 등이 정겨움을 선사한다.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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