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뉴 오픈] 청와대 옆 미술관, 산책갈래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뉴 오픈] 청와대 옆 미술관, 산책갈래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송수영 기자
  • 승인 2013.12.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이라 하면 대개는 과천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과천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86년, 이어 1998년 덕수궁관이 개관을 하고 서울관이 지난 11월 개관을 함으로써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한층 발전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번에 서울관을 개관하면서 서울관?덕수궁관?과천관을 잇는 아트셔틀버스를 운행하여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그 일환으로 매우 기대되는 일이다.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살다보면 참 뭐에 쫒기는 건지 점찍어 놓은 영화 한 편 제대로 구경 못하고 놓치기 일쑤다. 누군가 ‘문화생활 어떤 것을 즐기냐’고 묻는다면 참 대답이 궁색해진다. 지난 2012년 10월 서울시에서 4만9758명의 1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휴일 여가생활을 묻는 조사에서 사람들의 희망사항은 여행(29.4%), 문화예술관람(11.6%), 운동(9.3%) 등이나 실제는 TV? DVD 시청(43.7%)이라고 하였다니 이상과 현실의 갭은 늘 높은 듯하다. 


그러나 요사이 마음만 먹으면-물론 문밖을 나서겠다는 의지를 세우는 것이 큰일이겠으나-큰 돈 들이지 않고 한나절 꽤 재미있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서울 곳곳에 다양하다. 찾아만 본다면 1만원 안팎으로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전시며, 연주회 등이 연중 줄을 이어서 18세기 프랑스 부르봉 왕정시대가 부럽지 않을 기세다. 

여기에 더해 얼마 전엔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아온 대형 미술관까지 새로 오픈을 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온다. 지난 11월12일에 개관을 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바로 그곳으로, 우리나라 미술계에 꽤나 굵직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종로구 소격동 라인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들어섰다. 작품이야 둘째 치고, 일단 위치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지 않은가. 앞으로는 경복궁 담벼락이요, 미술관 뒤편에 종친부 건물을 품고 있으며, 서울 문화일번지로 자리매김한 삼청동과 잇닿아 있다. 그렇다면 반쯤 호기심에 한번 산책삼아 나서 봐도 좋을 터,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나서보자.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자이트 가이스트-시대정신’ 전시장.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양민하 <엇갈린 결, 개입>.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경복궁사거리 동십자각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산책하듯 올라가다보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붉은색 건물이 보인다. 뼈대가 되는 주요 건물은 매우 역사가 깊어,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으로 지어진 개화기 양식이다. 이를 1971년부터 2008년까지 기무사가 사용하면서 일반인들의 접근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던 공간이었다. 미술관은 이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두고, 여기에 위화감 없이 테라코타 외장의 현대적인 건물을 함께 연결하였다. 뿐만 아니라 뒤로는 고풍스러운 종친부의 기와 벽돌 지붕이 날렵하게 올라가 있는 것도 언뜻 보인다. 시간을 사다리 타듯 뛰어넘은 듯한 건축물이 한 자리에 모여있는 느낌이 꽤나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서울관은 현재 개관특별전으로 ‘미술관의 탄생’‘현장설치 프로젝트’‘알레프 프로젝트’‘자이트가이스트’‘연결~전개’의 총5개의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 1965-67>.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사람들의 손끝에 반응해 촉이 움직이는 필립 비슬리 <착생식물원>. 2014년 1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각 전시들은 매우 유연한 동선에 따라 배치되어 있는데, 우선 들어서는 입구에서 바로 만나게 되는 제1전시장의 자이트가이스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시대정신의 정체성이 뚜렷한 작품을 선정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다른 작품에 비해 정치적이고, 주장이 매우 강하다. 강렬한 색채와 밀도로 눈길을 사로잡는 박생광 작가의 <전봉준>이 시대적 아픔을 전달하는가 하면, 노상균 작가는 핑크색 ‘빤짝이’로 만든 부처상 <경배자를 위하여>를 통해 전통적 금박의 엄숙한 권위를 비틀며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주 전시라 할 수 있는 ‘연결-전개’는 국내외 유명 큐레이터들의 추천을 받은 7명의 작가들의 작품들로, 보다 실험적이고 시공간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넘어서는 시도가 엿보인다. 마크 리의 <10,000개의 움직이는 도시>는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관람객이 원하는 지역을 컴퓨터를 통해 입력하면 거대한 큐브 형태의 구조물에 그 도시의 이미지와 각종 정보가 보여진다. 관람객은 그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작품이 고정된 화폭을 벗어나 관객에 따라 함께 소통하며 찰나적으로 완성해가는 인터렉티브 아트는 현대미술계의 보편적 경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소재나 형식에 있어서 무한 파격을 시도하면서 작가는 적극적으로 관객과 교류하며, 무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시장 중앙의 3층 천정까지 세워져 있는 서도호 작가의 ‘집속의 집속의 집속의 집’은 관람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작품. 현장설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햇빛이 투과되는 투명한 파랑색의 천으로 작가가 1991년 미국 유학 시절 거주하였던 3층 주택을 실물 높이로 정교하게 재현하였고, 그 안에 역시 작가가 살았던 한옥집을 배치하였다. 무게감이 사라진 가상의 건축물은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초월한다.    


아 참, 마지막으로 미술관을 즐기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남았다. 바로 전시 후 느긋하게 즐기는 차 한 잔. 대개 미술관 내부 카페는 전망이며 분위기가 꽤나 근사해서 어떤 곳은 작품보다 카페가 먼저 생각나는 곳도 있다. 작품을 둘러보며 뻐근해진 다리도 쉬고, 신선한 자극으로 충전받은 감성을 차분히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카페가 규모에 비해 비좁고 소란스럽다. 따뜻한 봄엔 커피를 들고 나가 미술관 마당에서 즐기는 편이 더 좋겠다. 
   
INFO. 
관람료 : 해당 전시에 따라 달라진다. 개별권(자이트가이스트 3000원, 연결-전개 7000원, 알레프 프로젝트 5000원), 통합권 7000원  
관람 시간 : 화, 목, 금, 일요일 10:00~18시, 수?토요일 10:00~21:00(야간개장 18:00~21:00 기획전시 무료 관람),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휴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30

Tip
대중교통 가는 길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하차. 1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14분.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 도보로 약 17분. 
무료 셔틀버스 1일 4회 운영(10:00, 12:00, 14:00, 16:00) 서울관→덕수궁관→과천관/과천관→서울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