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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①]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해남 달마고도
[이달의 테마여행 ①] 달마산을 한 바퀴 도는 해남 달마고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0.02.1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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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스러운 기운이 도는 해남 달마산
옛사람들의 길을 복원해 만든 달마고도
매년 봄ㆍ가을 달마고도 축제 개최
사진 / 박상대 기자
진달래가 피어난 달마산 전경. 사진 / 해남군청

[여행스케치=해남] 봄바람은 바닷가보다 산등성이에 먼저 온다. 해남 땅끝마을에 잇닿아 있는 달마산에는 벌써 봄바람과 봄 향기가 드리워지는 중이다. 달마산에 있는 달마고도에서 오는 3월 축제가 열린다.

기다랗게 누워 있는 모양새의 달마산은 신령한 산이라고 한다. 고승 달마거사의 이름을 빌려 지어준 드문 이름이고, 남방불교전래설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가 남아 있는 산이라고 한다. 천년고찰 미황사 경내를 둘러보고 다시 돌아 나와 달마고도를 걷는다. 

구도자의 길을 걷다
달마고도는 지난 2018년 봄, 이낙연 전 전남지사와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이 뜻을 모으고 해남군이 지원하여 괭이질을 시작한 후, 2년 남짓 땀을 흘린 결과 완성한 숲속의 산책길이다. 금강 스님은 “산티아고 못지않은 아름다운 순례길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 이름부터 신령스러운 기운이 도는 달마산에 수행하는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산길을 개척한 것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 주변에는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숲이 우거져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나무로 만든 팻말이 눈길을 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탐스럽게 피어난 동백꽃. 사진 / 박상대 기자

먼 옛날 스님들이 대흥사와 미황사를 오갈 때 이용한 산길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인근 주민들이 산나물을 채취하러 다닐 때나 산 너머 마을을 오갈 때 걸어 다닌 옛길을 살려냈다. 달마산에 흔적이 남아 있던 옛사람들의 길을 복원한 것이다. 

달마고도는 등산로이기도 하고 트레킹로드이기도 하다. 해남의 향토사학자인 천기철 선생은 “달마고도는 스님들 입장에서 보면 출가, 수행, 고행, 해탈의 길이다. 네 구간을 여러 차례 걸으면서 스스로 깨달은 바”라고 말한다.

미황사 일주문에서 동쪽으로 시작하여 큰 바람재를 넘고(1구간, 2.71km), 달마산 남쪽 중턱능선을 따라 평암리 뒷산 노지랑골까지(2구간, 4.37km), 다시 서쪽 도솔봉 아랫길을 지나 몰고리재까지(3구간), 다시 서북쪽 중턱능선을 타고 미황사 경내에 이르는 길(4구간, 5.03km)이다. 취향에 따라 그 반대로 걸어도 된다. 

1구간은 옛날에 대흥사와 미황사를 오간 스님들이 주로 걷던 길이다. 오솔길과 임도가 이어지는데 참나무ㆍ진달래ㆍ벚나무 등 활엽수와 잡목들이 숲을 이루고 중간에 규암 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린 너덜지대가 있다. 2구간은 달마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과 잇닿은 지점에서 시작한다. 고개를 넘어가면 옛날 암자 터와 샘물이 있다. 그리고 강진과 완도 쪽 바다가 보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미황사 대웅전 기둥과 주춧돌. 기둥은 수백 년을 받들고 서 있는 소나무의 긍지와 끈기를 보여준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산 서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천년고찰 미황사.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 2구간에 있는 암자터 샘물.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 2구간에 있는 암자터 샘물. 사진 / 박상대 기자

3구간은 달마산 중턱으로 나 있는데 맨 서쪽 도솔봉 아래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너덜지대가 있고, 완도와 해남 사이에 있는 바다가 발아래로 펼쳐져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골 마을과 주변 농지가 평화로운 전원풍경을 담고 있다. 4구간은 도솔봉 아래서 서북능선을 타고 미황사 대웅전 앞까지 이어진다.

멀리 땅끝마을과 진도 앞바다가 보인다. 삼나무 숲이 볼만하고, 동백과 생강나무, 왕벚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중간에 너덜지대도 있고, 진달래ㆍ산죽ㆍ때죽나무ㆍ비자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자란다. 

제4구간에 있는 미황사 부도전
봄철 산길에서는 흙냄새도 곱다.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돋고, 진초록 동백나무에선 빨간 동백꽃이 핀다. 바위틈에선 진달래들이 수줍은 듯 분홍색 얼굴을 하고 숨어 있다. 봄 향기에 흠뻑 취해 무심코 걷고 걷는다. 

대부분 역사가 깊고 큰 사찰에는 고승들의 사리함이 안치된 부도(승탑비)전이 사찰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미황사 부도전은 사찰의 왼쪽, 달마고도 4구간에 있다. 위쪽에 32기가 있고, 아래쪽에 6기가 있다. 아래쪽 6기를 먼저 보고 위쪽 부도암(浮屠庵)으로 가는 것이 좋다. 34개 부도와 그 옆에 가람이 한 채 있는데 이름이 부도암이다. 부도밭이 옆에 있어서 부도암이란 이름을 붙였고, 절에서 큰 어른인 회주스님이 기거하고 있다.  

그 사찰의 역사는 부도전을 보면 알 수 있다. 통일신라 때 창건한 절이라고 하니 역사는 더 알아볼 것도 없고, 부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묻지 말자. 이왕 속세를 떠나 출가한 승려이고, 이승을 떠난 분이니까.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산 주 능선 암릉은 규암으로 구성되어 있고, 남북으로 여러 군데 규암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린 너덜지대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미황사 아래 서정초등학교 분교장으로 근무한 인연을 끊지 못하고 정년퇴직 후 귀농한 박명채 문화관광해설사. 사진 / 박상대 기자

아래쪽 부도전은 작은 돌로 울타리가 쳐져 있고 그 안에 종형ㆍ항아리형ㆍ석등형으로 6기의 승탑이 1열로 서 있다. 동행한 박명채 문화관광해설사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라 한다. “승탑 아래를 보세요. 여러 무늬가 있습니다. 연꽃도 있고, 거북ㆍ게ㆍ물고기도 있어요. 저 위에 있는 승탑에도 여러 군데 새겨져 있어요.” 

수백 년 전에 어느 석수장이가 이런 작품을 새겼을까? 금방 살아서 뛰어나올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생명체들이라니…. 이 생명체를 새긴 석수장이는 당대의 조각가였을 것이다. 앙증맞은 생명체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 경탄해 마지않았다.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다음 생에 다시 환생하고 싶은 소망을 새겼을지도 모르겠다.  

맨 아래 기단에도 빗살 무늬를 닮은 여러 문양이 새겨져 있다. 다른 부도전을 구경할 때 유심히 살펴야겠다. 달마고도는 구도자의 삶처럼 출발했던 지점으로 원점 회귀한다. 윤회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며 걷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싱그러운 숲향기와 봄나물축제
미황사는 오래전부터 산사음악회를 개최하고, 가을에는 괘불제를 연다. 여름방학 때는 템플스테이를 실시하여 속세 사람들이 부처님 말씀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때마다 전국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금강 스님은 미황사가 관광객으로 와글와글 야단법석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요란한 관광보다 힐링을 소망하는 여행객들이 찾아오고, 달마고도에서 달마거사의 말씀이라도 한 구절 가슴에 담아 가기를 원한다.

해남군은 봄과 가을에 달마고도 축제를 개최한다. 사진 / 해남군청
사진 / 박상대 기자
달마고도 힐링축제장의 공연 모습. 사진 / 해남군청

해남군은 달마고도 축제를 봄과 가을에 개최한다. 이 축제는 미황사와 함께 개최한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것도 좋지만 땅끝 해남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슴에 담고 돌아가기를 원한다. 포근하고 아름다운 풍광, 따뜻한 인심, 잊을 수 없는 맛깔스러운 음식 등을 체험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축제 기간에는 축제장 인근에서 아랫마을 사람들이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농작물이나 산나물, 특용작물을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 

TIP 달마고도 힐링축제
달마고도 축제에선 숲속 음악회, 트레킹(완주 메달 증정), 기념품 증정, 달마장터 운영 등 다양한 행사와 상금이 걸린 사진공모전도 열린다. 해남터미널에서부터 서림공원, 고도 사거리를 거쳐 축제장까지 닿는 셔틀버스도 운행해 방문객의 편의를 더할 예정이다.
운행시간(예정) 해남 출발 오전 8시 30분~50분(10분 간격, 3회), 미황사 출발 오후 4시 30분~5시 30분(30분 간격, 3회)
일시 3월 28일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주소 전남 해남군 송지면 미황사 및 달마고도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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