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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드라마 속 여행지]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속으로, “체크인하시겠습니까?”
[드라마 속 여행지]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속으로, “체크인하시겠습니까?”
  • 송인경 여행작가
  • 승인 2019.10.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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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품은 목포근대역사관, 촬영지로 거듭나
비밀스러운 객실의 정체 '서울책보고'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 '호텔세느장'까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 주목받은 호텔 세느장.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목포,서울] 누구나 죽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그 생각의 끝은 ‘사람은 죽으면 과연 어디로 갈까?’로 이어지곤 한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라도 해주는 듯한 한 편의 드라마가 지난 7월 시작됐다. 산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세상,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속 장면으로 떠나본다.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1000년째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채 존재하는 장만월(아이유 분)과 강인한 추진력을 가진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여진구 분), 못다 이룬 한을 풀기 위해 이승에 머무는 귀신 직원 3인방 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기이하고 괴상한 이들이 호텔 ‘델루나’를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진행된다.

령빈(靈賓) 전용 호텔, ‘호텔 델루나’는 어디에
서울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호텔 델루나.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그 앞을 지나지만 정작 호텔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어둠이 찾아오고 도시가 잠들고 나면,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호텔로 탈바꿈한다. 사람이 아닌 귀신을 손님으로 모시는 호텔이기에 낮보다는 밤에 화려하게 빛나고, 사람보다는 귀신에게 더 잘 보이는 곳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르네상스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목포근대역사관. 사진 / 목포시청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 촬영 관련 안내문이 부착된 모습. 사진 / 목포시청

귀신의 발길을 향하게 하는 크고 화려한 밤 풍경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한 것이라면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대낮의 호텔 델루나는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현장에 세워졌다. 

오랜 시간 존재해왔던 델루나를 담기 위해 근대식 건물을 찾았고, 1900년도에 완공된 건물임에도 잘 보존되어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호텔 외관을 촬영한 곳은 100여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목포근대역사관이다. 현재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로써 일본 영사관으로 쓰기 위해 지어졌으며, 이후 목포시청, 목포문화원 등으로 사용되다 2014년에는 목포근대역사관 1관으로 탈바꿈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만나고 느낄 수 있는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사진 / 목포시청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역사관에서는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목포시청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인력거 등 근대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목포시청

호텔 델루나의 배경이 된 1관은 목포와 근대 역사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유물과 문헌 등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부유한 이들이 사용했던 전화기와 인력거 등 근대 생활용품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1관에서 도보로 약 5분 남짓 떨어진 2관은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으로 쓰였던 곳으로 일제강점기 수난의 역사와 목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비록 일제의 필요에 의해 지어진 공간이지만 역사적, 건축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곳으로 아픈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마주하고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INFO 목포근대역사관 1관
관람료
성인 2000원, 청소년ㆍ군인 1000원, 초등학생 5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전남 목포시 영산로29번길 6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경인아라뱃길 앞에 자리해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좋은 보타보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구찬성과 장만월, 두 사람이 내기했던 카페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속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은 살아있는 인간의 몸으로 델루나에 발을 디딘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지배인으로 점찍어진 인물이다. 야속한 운명을 피해 해외에서 생활하다 2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호텔 사장 장만옥이 생일 선물이라며 준 것은 ‘귀신을 보는 눈’이었다. 

심성이 약한 구찬성은 귀신을 보면 혼비백산할 지경이었으므로, 장만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기를 한다. 귀신으로 가득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테이블로 가져오면 지배인 스카우트는 없던 일로 하는 것. 이 장면이 촬영된 장소는 아이러니하게도 밝은 햇볕이 들고, 탁 트인 풍경이 펼쳐져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곳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 속에서는 귀신이 가득한 공간으로 그려졌지만,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차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낮에는 베이커리와 디저트,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귀신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라 더욱 인상 깊었던 이곳은 경기 김포 아라뱃길 인근에 위치한 복합식음공간인 ‘보타보타’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에 넓은 통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풍광이 눈길을 끄는 곳으로, 낮에는 음료와 디저트,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으며 저녁에는 맥주와 와인을 곁들인 근사한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모르는 귀신들로 가득한 비밀스러운 세상과 마주하게 된 구찬성. 그에겐 귀곡산장처럼 괴롭고 무서운 공간으로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인기를 끈다.

INFO 보타보타 마리나베이스타점
영업시간
카페 오전 10시~오후 5시, 다이닝 오후 5시 30분~오전 12시(매주 화요일 휴무)
주소 경기 김포시 고촌읍 아라육로152번길 210-22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독특한 서가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서울책보고.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호텔 델루나’ 속 비밀스러운 객실의 정체
<호텔 델루나> 속 델루나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다.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해변이 있고, 마음 편히 칵테일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바가 있으며, ‘귀신 맞춤형’ 객실도 존재한다. 도대체 이 객실엔 무엇이 있기에 이승에 남은 미련을 털어내고 스스로 저승행 차에 몸을 싣는 것일까?

그 비밀은 2화에서 공개됐다. 추위에 얼어 죽은 영혼에는 따뜻함을, 배고픈 혼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배움에 목말랐던 이에겐 원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호텔 델루나가 제공하는 서비스이자, 객실에 숨겨진 비밀이다. 그중 방송이 나감과 동시에 관심을 모은 곳이 있다. 

바로 못 배운 것이 한이었던 할머니가 공부하던 객실이다. 배움에 열정을 싹틔우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은 울림을 주었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책들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곳이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장소가 아닌 실재하는 곳이라는 사실은 더욱 화제를 모았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서울책보고는 약 440평의 대형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초대형 헌책방, 서울책보고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 개관한 이곳은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지켜온 책방들의 책과 기증받은 책을 포함해 17만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독특한 디자인의 서가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가운데 아치형 통로를 중심으로 좌우에 대형 철제 서가를 켜켜이 펼쳐 놓음으로써 책벌레를 형상화한 것. 이채로운 구성에 감탄하기도 잠시, 이곳에서 동화책부터 유명 문학작품의 초판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을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또한,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강연과 이벤트도 진행해 문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INFO 서울책보고
운영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30분(주말ㆍ공휴일 오전 10시~오후 9시,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서울 송파구 오금로 1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인 익선동.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호텔 델루나의 옛 모습이 궁금하다면
100여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영화ㆍ드라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은 평일에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명소다. 전통한옥뿐 아니라 겉모습은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를 리모델링해 독특한 느낌을 주는 건물 또한 볼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979년에 지어진 ‘호텔 세느장’ 역시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 인테리어만을 바꾸어 여관에서 카페로 재탄생한 곳이다. 예스러운 느낌의 건물과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하고, 이색적인 분위기에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된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 <호텔 델루나>와 관련된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세느장.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호텔 프론트 공간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문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객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도 익히 유명한 이곳은 <호텔 델루나>의 시작과 함께 드라마 속 장소로 소개되며 더욱 주목받았다. 그래서인지 카페 곳곳에서 로고 모양 네온사인 등 <호텔 델루나>와 관련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곳이 방송에 나온 것은 11화에 이르러서다. 1981년 과거 호텔 델루나는 현재의 화려하고 거대한 모습이 아닌 소박한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표현됐다. 바로 그 장소가 호텔 세느장이다. 

세느장에 들어서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 속에도 이런 곳이 존재하지 않을까?’ 어쩌면 바람일지도 모른다. 죽은 이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는 호텔 델루나 같은 곳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호러의 옷을 입고 우리에게 찾아왔지만, 오싹함보다는 따뜻함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INFO 호텔 세느장
영업시간
오후 12시~오전 12시 
주소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길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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