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신안]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신안군 증도로 떠났다. 너른 갯벌에서 꼬물거리는 게와 짱뚱어, 눈송이처럼 하얀 천일염이 생산되는 국내 최대의 염전, 은빛 모래사장이 십 리로 이어진 우전해수욕장, 아름다운 낙조에 특급 리조트까지. 봄이와 영신의 집이 있는 푸른도에서 따뜻한 1박 2일을 보냈다.
모처럼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아우성이다. 배경으로 등장한 ‘푸른도’가 어디에 있는 섬이냐고. 자극적인 소재를 가진 드라마가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지키며 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게 했던 <고맙습니다>. 그 인기 요인은 아역배우의 깜찍한 연기와 보기 드문 탄탄한 극본, 여기에 극중 ‘푸른도’로 나오는 로케이션의 멋진 풍경 때문이 아닐까?
요즘 갑자기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푸른도’는 바로 신안군의 증도란 섬이다. 신안군에 속한 1,004개의 섬 중 증도는 리조트가 있는 갯벌휴양타운, 게르마늄이 풍부한 천혜의 갯벌을 가진 섬 등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봄은 병어, 송어, 민어, 여름은 짱뚱어, 가을은 농어, 겨울은 숭어 등 사계절 내내 다양한 어종이 풍부하게 잡힌다.
50년 전 해풍을 막기 위해 심은 울창한 송림 안에서 삼림욕을 하며 야영을 할 수 있는 시설과 리조트가 갖춰져 있고, 해수온천이 발견되어 해수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증도이다.
섬 곳곳에 드넓은 갯벌이 산재해 있어 갯벌 생물을 체험하고 이왕 묻은 갯벌을 씻을 필요 없이 몸에 쓱쓱 바르면 말 그대로 머드팩이 되는 갯벌 체험의 최적지이기도 하다. 섬으로의 여행은 고되고 불편할 거라는 걱정을 덜어줄 만큼 증도는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어른들을 모시고 3대가 여행을 떠나도 불편함이 없다. 마침 6월은 증도에서 많이 잡히는 송어, 백합, 병어가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맛을 찾는 식도락가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1st day
국내 최대의 태평염전 체험과 한반도모양의 해송숲 관람
서해안고속국도 무안I.C에서 빠져나와 해제반도를 지나 지도를 거쳐 사옥도 지신개 선착장으로 간다. 이곳에서 증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데 오전 8시부터 1시간 30분~2시간 30분 간격으로 출발하지만, 여름철 성수기에는 더 자주 운항한다.
지신개에서 출발한 배는 10분 만에 증도 버지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우회전하면 곧바로 소금박물관과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이 나온다. 6월 초에 오픈하는 소금박물관은 소금의 역사와 문화를 그림과 함께 볼 수 있는 갤러리처럼 꾸며져 있다.
닷물을 받아 증발시키고 소금이 살쪄서(소금이 결정체를 이루는 것을 ‘소금이 살찐다, 꽃이 핀다’ 라고 표현한다) 천일염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는 바로 옆의 염전으로 이동해 간수 속에서 천일염을 끌어내며 직접 고무래질을 해보는 체험을 한다.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소금에 대해 알고 배우는 것이 특히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체험이 될 듯하다. 단일 염전으로는 여의도 면적의 3배라는 태평염전에서 만들어지는 천일염은 구입도 가능하다.
염전에서 나와 증도면 방향으로 가다가 증도면사무소 앞 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장로교회와 면사무소 사잇길로 20분 정도 오르면 한반도 모형의 해송공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연이 빚은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가 한반도 모양이라는 것이 왠지 예사롭지 않다. 날이 맑으면 남쪽으로는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증도는 차로 한 바퀴 돌아도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작은 섬. 첫날엔 가볍게 해안 드라이브를 즐기며 섬 곳곳을 살펴봐도 좋겠다. 증도면에서 방축리 방향으로 가면 송원대 유물발굴해역이 나오는데 송·원나라 때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을 잇는 무역항로로 청자, 백자, 비단 등 무려 2만3,024점의 유물이 발견된 곳이다. 막상 가보면 표석과 보물이 나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표지판 뿐이지만, 주변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과 수평선이 멋있어 증도에서는 ‘보물섬 해안 드라이브길’로 유명하다.
해송숲 가는 길에 짱뚱어가 많아 ‘짱뚱어다리’라 이름 붙은 곳에서 갯벌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도 아름답다. 저녁식사로는 증도면 고향식당의 병어찜이나 활어회, 리조트 내 한식당의 불낙전골 등을 추천할 만하다. 민박집은 증도면 곳곳에 열 곳이 있는데 성수기에도 6인용 방 하나에 5만원 정도다. 보물섬 민박과 해우촌 민박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모처럼의 가족여행이라면 엘도라도리조트를 권한다. 서해안 다도해가 보이는 기암절벽 위에 개별 동으로 지은 리조트는 모든 객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리조트는 바다와 모래사장이 바로 연결된 야외 수영장과 증도해수찜, 해수온천탕, 전통 불한증막, 해변 바비큐장, 연회장,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어 휴식을 취하며 함께 온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리조트 뒤로 이어진 꽃이 핀 아담한 해수욕장은 일반 사람은 찾기 힘들어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는 이에게 만족감을 준다.
2nd day
갯벌에서 백합 잡고 피톤치드 뿜어져 나오는 해송숲에서의 휴식
증도 섬 내에서 주말에 아침식사를 하려면 미리 식당에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런 수고를 덜려면 리조트 내의 한정식집이 편하다. 조식으로는 우거지해장국, 황태해장국, 해물된장국이 준비되어 있다. 식사를 마치면 리조트 바로 밑에 있는 증도갯벌생태전시관으로 간다. 본격적인 갯벌 체험에 앞서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많은 생명들이 꿈틀거리는 갯벌의 신비한 모습을 보며 갯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이젠 본격적으로 갯벌을 체험해 볼 시간이다. 475m로 마을과 해변을 연결한 증동리의 짱뚱어다리에 오르면 짱뚱어와 칠게, 붉은발농게, 흰발농게 등이 온통 천지에서 꾸물거린다.
특히 짱뚱어는 워낙 예민한 놈이라 사람 발자국 소리만 나도 갯벌 구멍으로 휙 사라져 버려 가까이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짱뚱어다리를 지나면 백합 양식장이 나온다. 피서객들을 대상으로 입장료 1만원을 받고 2~3㎏의 백합을 본인이 직접 잡아갈 수 있다.
백합은 종패를 뿌린 것으로 자연산이나 다름없고, 자연 조미료를 감미한 핵산이 많이 들어 있어 즉석에서 회로 먹을 수 있는데 그 맛이 뛰어나다. 각자 호미를 하나씩 쥐어주는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여기저기서 “찾았다!”하는 소리가 산삼을 찾은 것만큼 우렁차게 들린다.
짱뚱어다리 부근은 갯벌이 깊어 어른조차 접근하기 힘든 반면, 백합 양식장이 있는 부근은 모래사장이라 아이들도 체험할 수 있다. 적당량의 게며 고동, 백합, 맛, 낙지 등을 잡은 후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에 갯벌을 발라주자. 증도의 펄은 머드팩 원료만큼 게르마늄이 풍부하고 문지르면 입자가 고와 피부미용에도 좋다. 이왕 버린 옷 한바탕 슬라이딩을 하며 재미난 추억을 만들어도 좋겠다.
신나게 갯벌에서 논 뒤에는 보물섬식당에서 짱뚱어탕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짱뚱어탕은 추어탕처럼 갈아서 시래기와 함께 끓여내는데 비린 맛도 없고 구수하다. 짱뚱어는 겨울에 동면을 하고 여름에 산란을 하는 어종으로써 그 맛이 일품이다. 주로 탕과 회로 많이 먹는데 튀김 또한 맛이 기가 막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화도로 향한다. 화도는 증도 대초리에서 노두로 연결된 작은 섬인데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 세트장이 있다. 같은 섬이지만, 증도와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섬마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폐교를 개조한 ‘푸른도 학교’도 촬영 당시 그 모습 그대로 남아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밥을 먹으니 슬슬 졸릴 시간. 어제 본 우전리의 해송숲으로 간다. 어른들은 소나무 숲에서 삼림욕을, 아이들은 옥빛 푸른물의 우전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증도에서의 오후를 즐긴다. 우전해수욕장은 <고맙습니다>에서 극 중 봄이가 장혁에게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이란 노래를 가르쳐주던 그 장소다. 은빛 모래가 4km 가량 넓게 펼쳐져 ‘명사십리’라고도 불리는 곳에서는 해수욕장에서는 철썩이는 파도가 시원스레 내리친다. 1박 2일이 짧게 느껴지는 아쉬운 섬 증도. 그곳에 있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