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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자연 속으로] 진흙 속에서 발견한 위대한 자연, 갯벌
[자연 속으로] 진흙 속에서 발견한 위대한 자연, 갯벌
  • 서태경 기자
  • 승인 2007.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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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서천 월하성어촌체험마을에서 체험중인 관광객들.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여행스케치=서천] 바지락, 맛조개, 게들이 꿈틀거리는 갯벌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보물단지다. 나타났다 금세 사라져버리는 바다 생물과의 신나는 숨바꼭질. 도시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갯벌은 마음껏 뒹굴 수 있는 천혜의 놀이터이자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습장. 올여름 진흙에서 행복을 건져 올려보자.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올여름 일석이조 바캉스를 원하는 이들에게 갯벌 체험을 강력 추천한다. 해수욕은 물론 갓 잡아올린 싱싱한 먹을거리, 거기에 머드 마사지는 보너스다. 물때만 잘 맞춰 간다면 시원한 물놀이와 미각여행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될까.

해양수산부에서는 2002년부터 전국 어촌을 대상으로 갯벌체험마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올해도 전국 어촌을 대상으로 혁신대회를 개최하는 등 갯벌체험 프로그램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갯벌은 서해안에 밀집되어 있는데 인천의 강화군과 옹진군, 경기도 화성, 충청도에서는 서산과 태안, 서천 그리고 전라도 고창과 영광, 해남 등이 주를 이룬다.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다들 숨어버리기 전에 빨리빨리~.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그중에서도 서천 월하성마을은 지난 2002년부터 갯벌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표적인 어촌이다. 한 번에 2000여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데다 채취 가능한 생물이 풍부해이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1인당 3000원만 내면 원하는 만큼 바지락이나 맛조개(맛살)를 가져갈 수 있어 가족 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맛살. 가까이 자리한 춘장대와 무창포에서도 오래전 자취를 감춘 맛살이 월하성마을에는 가득하다. 

그 이유를 두고 이곳 사람들은 매일 사람들이 들어가 갯벌을 뒤집어주니 나름대로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만 할 뿐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육지야 사람들이 거름을 주고 가꿀 수 있지만 바다는 그렇지 못한 점을 감안한다면 일리 있는 설명이다. 그래도 마을에서는 훼손을 우려해 갯벌 휴식년제를 도입하고 있다. 맛살 잡기는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재미있다. 

일단, 갯벌이 거칠지는 않지만 장화를 신는 것이 안전하다. 삽과 소금만 있으면 준비 끝.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갯벌을 판 지 5분도 안 되어 건진 맛조개.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소금은 천연소금만을 사용해야 한다. 먼저 갯벌 한가운데로 나아가 주변에 조금씩 흐르는 바닷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얕게 둑을 만드는 것도 요령. 땅을 파면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10개 중 절반에는 맛살이 숨어 있다. 여기에 재빨리 소금을 넣으면 바닷물이 들어온 줄 착각한 맛살들이 일제히 고개를 내민다. 노란 속살이 마치 두더지잡기 게임처럼 여기저기서 튀어 올라온다. “어머, 징그러워~!” 작은 비명도 잠시, 다시 들어가버리기 전에 부리나케 뽑아내기 위해 손길이 분주해진다. 순식간에 수십 마리 맛살이 쌓이니 정말 신이 난다. 

제대로 망가져보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수확할 수 있고, 여기에 재미는 저절로 따라온다. 가장 수위가 낮아지는 시간을 기점으로 앞뒤 1시간씩은 갯벌에 들어갈 수 있으니 3시간 남짓은 온전히 갯벌에서 보낼 수 있다. 

‘달빛 아래 놓인 성’이라는 월하성(月下城) 마을. 나란히 있는 두 개의 섬이 눈에 들어와 포구의 정취도 간직하고 있다. 마을에는 모두 52가구가 있는데 대부분이 벼농사와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어촌체험마을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20여 가구는 민박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전에 없던 식당도 몇 군데 생겨났다. 지난해에는 입장료 수입만 1억2000만원이 넘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처음에는 아이들 때문에 왔어도 나중엔 어른들이 더 신나서 나올 생각을 안 해요. 삽으로 파기만하면 맛살이 잡히는데 신나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어요?” 최병혁 어촌계장의 설명이다. 

지난여름에는 횃불축제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음력 7월 15일(올해는 양력 8월 27일 전후) 백중사리 기간에는 골뱅이가 가장 많이 잡힌다. 밤에 횃불을 들고 바다로 나가 전통방식으로 골뱅이를 잡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도 기간에 맞춰 축제를 열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서천에서만 잡히는 작은 새우인 자하 잡기 체험도 시도할 예정이다.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요놈들~ 진흙속에 있다고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지?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신기하죠? 제가 잡은 맛살이에요~ 2007년 6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그동안 갯벌을 개펄, 갯뻘, 개뻘, 간석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칭했지만 최근에는 순우리말인 ‘갯벌’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갯벌의 사전적인 의미를 든다면 조석의 차이로 인해 드러나는 ‘갯가의 넓고 평평한 땅’이다. 바닷물이 주기적으로 들고 나 만조 때에는 물속에 잠기고 간조 때에는 공기에 노출되어 육지와 해양의 두 생태계가 만난다.  갯벌이 형성되는 원인은 육지에 있던 흙이 비로 인해 하천으로 옮겨지고 그중 가벼운 입자들이 강 하구로 유입되면서 바다까지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경로를 통해 유입된 퇴적물이 수천 년 동안 이어지면서 갯벌을 만들어온 것이다. 

갯벌은 상당한 잠재적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 갯벌 색이 탁한 까닭에 적으로부터 보호하기에 적합하고 양분이 풍부해 생물들의 서식에 적당하다.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휴식이나 번식장소로 이용되는 곳 또한 갯벌이다. 철새들이 많이 모일수록 갯벌이 건강하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염물을 정화하는 것이야말로 갯벌이 가진 가장 큰 능력. 죽음의 땅이었던 시화호에서 생명이 꿈틀거리게 된 것만 봐도 갯벌의 정화능력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네 갯벌은 점토질로 되어 있어 질소와 인을 정화하는 데 탁월하다고 한다. 갯벌 1km²의 정화능력은 도시 하수처리장 한 개의 처리능력과 동일하며 갯지렁이 500마리 정도면 사람의 하루 배설량 2kg도 처리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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