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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봄愛 맛] 잘 생겼다 알 생겼다 물오른 서천 주꾸미 미각여행
[봄愛 맛] 잘 생겼다 알 생겼다 물오른 서천 주꾸미 미각여행
  • 주성희 기자
  • 승인 2014.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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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여행스케치=서천] 서천 바다에 절대 반지가 떴다. 눈 밑에 동그란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어 일명 ‘금테 문어’라 불리는 주꾸미가 반지의 주인. 탱글탱글 알이 꽉 찬 몸통, 오동통통 살 오른 여덟 다리를 가진 반지의 제왕은 ‘봄의 절대 미각’을 깨운다.

 
육지에서 봄나물이 쏙쏙 머리를 내밀 때, 바다에서는 주꾸미 알이 토실토실 차오른다. 산란을 앞두고 알주머니를 그득그득 채운 주꾸미는 연중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 다른 계절에는 그저 ‘낙지보다 작은 놈’으로 불리며 낙지의 한 수 아래 있지만 봄에는 낙지를 제치고 당당히 봄철 최고의 해산물 자리를 차지한다. 봄 주꾸미는 알이 꽉 찬 데다 살이 통통히 올라 쫄깃쫄깃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몸통이 미어터질 듯 가득 들어있는 알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낙지, 꼴뚜기, 문어, 오징어 등 생김이 비슷한 해산물 가운데 봄 주꾸미가 유일하다. 

어디 맛뿐인가. 영양도 만점이다. 주꾸미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타우린과 필수 아미노산,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피로 회복과 독소 해독, 빈혈에 좋다. 특히 스태미너에 좋은 타우린이 연체류 중 가장 많다.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란다. 타우린은 시력 보호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해군 특공대의 파일럿에게 주꾸미 달인 물을 먹여 시력을 회복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반면 지방은 1%밖에 들어 있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3월 중순에서 4월 초 주꾸미를실은 배로 가득 차는 홍원항.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싱싱한 주꾸미 집산지, 홍원항
이렇게 맛도 영양도 최고인 봄 주꾸미는 서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서천 홍원항은 주꾸미의 집산지다. 주꾸미가 가장 맛있을 때인 3월 중순에서 4월 초 홍원항은 매일 아침 주꾸미 배로 가득 찬다. 소라 껍데기에 알을 낳으러 들어갔다 어부 손에 잡혀온 ‘고둥 주꾸미’나 큰 배가 그물로 건져 올린 ‘낭장 주꾸미’나 뭍에 도착하자마자 직행하는 장소는 항구에 자리한 서부수협 홍원위판장. 선별 작업 후 경매를 거쳐 도매상과 음식점으로 싱싱한 주꾸미가 공급된다. 

막 귀항한 배에서 내린 꿈틀대는 주꾸미를 보면 당장 사고 싶지만 일반 소비자가 어민과 직접 거래하거나 경매에 참여할 수는 없다. 위판장 옆 홍원수산계판매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방금 경매를 마친 주꾸미와 함께 실려 온 펄떡이는 활어와 조개, 멍게 등 갖가지 수산물을 흥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주꾸미는 눈 밑의 금색 동그라미가 선명할수록 물이 좋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머리 밑에 금배기가 박혀야 국산이라니께. 알배기? 봐, 꽉 찼지. 서천은 속이는 거 없어.”


판매장을 한 바퀴 찬찬히 구경할 참이었데, ‘금창호’ 집 주인 아주머니의 군더더기 없는 설명과 손짓에 입구부터 발목이 잡혔다. 아주머니 손가락을 꽉 말아 쥔 주꾸미 몸통 표면에 오돌도돌 알 자국이 선명하다. 보통 머리라고 부르는 몸통과 다리 사이에 새겨진 동그란 무늬도 금반지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신선한 놈이 틀림없다. 예서 말만 잘하면 조개나 멍게가 덤으로 따라온다. 다만 아주머니 설명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금배기’라고 모두 국산은 아니라는 점. 금테 무늬는 수입산 주꾸미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국산과 수입산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아니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매일 아침 서해에서 잡아 올린싱싱한 주꾸미와 각종 수산물이모이는 홍원어촌계판매장.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금테가 선명할수록 싱싱한 주꾸미입니다. 또 몸 색이 진한 것이 신선한 주꾸미지요. 죽으면 색이 허옇게 변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연구소 박정호 연구사에 따르면 금테 무늬로 신선도를 확인할 수는 있단다. 주꾸미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몸의 빛깔이 변하는데 대체로 불그스름한 회색을 띤다. 선도가 떨어질수록 색이 희끄무레해지니 주꾸미 고를 때 참고할 것.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동백꽃쭈꾸미축제에서는 주꾸미 낚시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천군.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날로 먹고 데쳐 먹고 볶아 먹고
홍원항에서 구입한 주꾸미는 워낙 물이 좋아 집에 가져가도 살아 있단다. 그러나 산지까지 찾은 정성을 그때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일. 산지기에 가능한 가장 신선한 맛을 보여줘야 옳다. 판매장 수조에서 간신히 떼어낸 힘 센 주꾸미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가 상차림 비용을 지불하면 즉석에서 입맛대로 요리해준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야들야들, 아작아작 씹는 맛이 즐거운 매콤한 주꾸미볶음.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샤부샤부는 색이 분홍빛으로 바뀌자마자 건져야 질기지 않다.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1년 중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쭈꾸미 알. 2014년 4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탕탕 썰어 기름장이나 초장에 찍어 회로 먹으면 입 안에 짝짝 붙는 빨판 맛이 일품이다. 샤부샤부나 볶음으로 먹을 때는 너무 오래 익히지 않도록 주의한다. 오그라들고 질겨진다. 샤부샤부는 색이 발갛게 변한다 싶으면 얼른 건져 다리부터 맛보길.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다리 식감을 즐긴 후 몸통을 먹으면 순서가 딱 맞다. 폭 익은 몸통을 반으로 가르면 윤기가 반지르르한 쌀밥 같은 하얀 알이 꽉 차 있다. 크기며 식감이 잘 찐 고두밥과 비슷해 ‘주꾸미 밥’이라고도 부르는 알은 먹물과 내장이 적당히 섞여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하니 감칠맛이 난다. 탱탱한 육질에 아작아작한 채소가 어우러져 씹는 즐거움을 주는 매콤한 주꾸미 볶음은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날로 먹든 데치든 볶든 창밖으로 바다가 넘실대니 서해를 한 입에 맛보는 듯하다. 

주꾸미는 매일 들어오는 물량에 따라 시세가 다르다. 대략 1kg에 2만원 선. 1kg면 둘이 배불리 먹고도 남는다. 남은 요리는 포장도 가능하다. 주꾸미로 두둑히 배를 채운 다음 홍원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동백나무 숲으로 자리를 옮기면 입과 눈이 모두 즐거운 봄 여행이 완성된다. 500년 전 마량리 수군 첨사가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며 심었다고 전해지는 마량리 동백나무는 주꾸미 알이 탁탁 불거질 때 선홍색 꽃봉오리를 툭툭 터트린다. 동백나무숲 일원에서 ‘동백꽃주꾸미축제’에 참여하면 주꾸미 낚시, 먹거리 장터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INFO. 서천 홍원항 주꾸미 맛보기
홍원어촌계판매장에서 구입해 2층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을 지불하면 맛있는 주꾸미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샤부샤부 주문 시 1인당 7000원, 볶음 주문 시 한 테이블 당 5000원의 추가 비용을 받는다. 

Tip. 동백꽃주꾸미축제 
기간 3월 22일~4월 4일 예정
장소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숲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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