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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1박 2일 여행] 작은 도시가 알알이 품은 과거와 현재 경기 의정부
[1박 2일 여행] 작은 도시가 알알이 품은 과거와 현재 경기 의정부
  • 박진호 기자
  • 승인 2014.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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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여행스케치=의정부] 남북 간 최대 거리 16km, 동서 길이 15km의 작은 도시 의정부.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아담한 품속에 오밀조밀한 여행지가 빼곡하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지나칠 곳도 없다. 작은 고추처럼 알알이 튼실한 의정부 여행을 즐겨보라.

첫 날은 의정부가 품은 옛 이야기를 들어보는 여행이다. 먼저 부용산 숲 사이를 오르면 마륵암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 수 없으나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미륵불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은 세조가 가장 신뢰하는 신하인 신숙주에게 명했고 혜암대사를 후원해 지었다고 전해온다. 아담하고 조용한 암자 아래에는 세계의 명품 커피를 선보이는 경민커피문화원이 있어 향긋한 커피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점심은 논과 밭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보양식 전문점 '별당'의 대표 메뉴 해신탕을 추천한다. 육·해·공 모든 식재료가 들어가 겨우내 빠진 원기를 회복하기에 좋은 영양식이다. 식후 산책코스로는 별당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정문부 장군묘가 좋다. 묘지라 으스스한 것 같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새싹이 돋아나는 잔디 위에 펼쳐진 소나무 군락에 둘러싸여 호젓한 분위기가 흐른다. 가벼운 산책으로 몸을 풀었다면 원도봉산 중턱에 자리한 의정부의 천년고찰 망월사에 들러 보자. 원도봉산안내소에서 느긋하게 1시간 정도 등산로를 오르면 목탁소리 청아한 산사에 닿는다. 스님들이 수양하는 선원이라 언제 들러도 고요한 망월사 절문을 넘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경건해진다. 망월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영산전에서 산 아래를 굽어보면 의정부 남부 지역과 수락산이 한눈에 담긴다. 수락산 자락엔 조선 후기 실학자 서계 박세당의 고택이 있다. 박세당 고택에 여장을 풀면 조선시대 의정부로 단숨에 시간 이동한다. 옛 사람들의 손때 묻은 고가구가 들어찬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오래 전 의정부에 터를 일군 사람들의 생활을 짐작케 한다. 


둘째 날은 의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여행이다. 첫 여정은 소풍을 떠나는 기분으로 가볍게 거닐 수 있는 직동근린공원이 좋겠다. 의정부에서 인생의 황혼을 보낸 시인 천상병의 ‘귀천’에서 이름이 유래한 걷기길 ‘소풍길’ 1코스 시작점이면서 북한산 둘레길 15코스가 지나는 곳으로 인공암벽과 조각공원을 둘러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의정부 시내의 모습은 의정부역 앞 태조 이성계 상부터 파발로까지 이어진 행복로에서 물길을 따라 나란히 자란 금강송 사이를 거닐며 만나볼 수 있다. 느릿느릿 걷다 보면 흥겨운 길거리 공연이 눈길을 끈다.

행복로 끝 지점인 파발로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 왼쪽으로 가면 의정부의 명물 부대찌개거리가 나온다. 부대찌개의 원조로 알려진 ‘오뎅식당’에서 푸짐하고 칼칼한 부대찌개의 진수를 느껴보자. 배를 든든히 채운 다음은 의정부과학도서관에서 신비한 우주 체험을 즐길 차례. 4D영상과 무중력 체험 등 신나는 모험으로 가득하다. 의정부 1박 2일 여정의 대미는 의정부2동성당에서 장식할 것. 해질녘 본당 벽면에 비치는 석양이 의정부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한다. 아담한 공간에 근대와 현대 건축물이 공존하는 의정부2동성당은 작은 도시 안에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의정부와 닮았다. 가까워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의정부의 민낯은 크고 화려한 여행지에서 느끼지 못하는 수수한 멋이 있다. 

첫째날
의정부의 과거를 산책하다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0:00 미륵암&경민커피문화원
새싹이 움트는 부용산 자락을 오르면 아담한 미륵암에 닿는다. 미륵암의 가장 큰 법당인 용화전 안에는 하얀 미륵불이 자비로운 미소를 띠고 있다.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면 단돈 5000원으로 세계 각국의 명품 커피를 무제한으로 맛볼 수 있는 경민커피문화원이 있다. 봄 기운을 닮은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산사 산책의 여운을 즐겨보자.
주소 미륵암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로65번길 94 
경민커피문화원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로65번길 55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2:00 점심: 별당- 해신탕
임금이 장수를 위해 즐겨 먹었다는 보양식 해신탕.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살아 있는 전복, 문어를 각종 채소와 함께 끓여내 국물만 떠먹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 진한 국물에 쑨 전복죽 맛이 특히 기가 막히다. 싱싱한 전복의 내장을 넣어 색이 거무스름하다. 이천 질그릇에 정갈하게 담아낸 강화도 순무김치, 감자떡 등 밑반찬도 맛깔나다.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로 135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4:00 정문부 장군묘
임진왜란 때 활약한 의병장 정문부 장군의 묘. 언덕 위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어 스산하지 않고 고궁처럼 아름다우면서 한적한 분위기다. 돌담 안 묘터에 들어서면 현대 문물과 동떨어진 자연의 품에 폭 안긴 기분이 든다. 돌계단에 깔린 솔잎을 밟으며 묘역까지 오르는 동안 마른 솔 내음이 코끝에 그윽히 퍼진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한낮의 여유를 즐기기 좋은 곳. 한 바퀴 도는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으니 느긋한 기분으로 산책하며 자연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산단로132번길 59-17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5:00 망월사
망월사는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8년(639년)에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원도봉산 입구에서 쌍용산장 방향으로 1시간 남짓 산을 오르면 망월사에 닿는다. 원도봉산과 도봉산은 같은 산이지만 서울에서 오르는 도봉산과 구분하기 위해 앞에 ‘원’자를 붙인다. 오름길의 갈증을 달래주는 덕재샘에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망월사는 스님들이 공부하는 선원이라 늘 고요하다. 3개월 간격으로 스님들의 수양을 위해 관음전과 지장전을 제외한 모든 문을 닫으니 망월사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다면 사전 문의는 필수. 오후 5시에 맞춰 가면 공양 밥을 먹을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111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8:00 숙박- 서계 박세당 고택
유적과 선산과 종가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국내 유일의 고택이다. 고택 마당에 들어서면 수령 430년 된 은행나무가 방문객을 맞는다. 고택 숙박을 체험할 수 있는 사랑채 마루에 앉으면 원도봉산의 웅장한 산세가 보이고 뒤편 창을 열면 수락산의 정기에 압도당한다. 수락산에서 고택 남쪽을 동서로 가로질러 내려오는 개천을 거슬러 20분 남짓 올라가면 매월당 김시습의 영정을 봉안했던 노강서원과 서계 박세당 선생이 중창한 석림사도 둘러볼 수 있다.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동일로128번길 36


둘째날
의정부의 민낯을 보다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0:00 직동근린공원
소풍가는 마음으로 의정부의 곳곳을 즐기라는 뜻을 지닌 ‘소풍길’의 1코스 시작점인 직동근린공원은 북한산 둘레길 15코스의 중간 지점이기도 하다. 걷기길이 2개나 걸쳐 있을 만큼 걷기에 탁월한 길이다. 산책로를 따르면 조각공원과 중앙공원이 차례로 나오고 20분 정도 더 걸어 산길로 접어들면 야생화 정원을 볼 수 있다. 멍석과 데크가 깔려 발디딤이 편한 길은 보물찾기 하듯 정원의 꽃과 조각 작품을 하나하나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거지에 인접해 있어 오전에는 운동나온 주민들이 많으니 정답게 인사하며 산책을 즐겨보자.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호국로1162번길 73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의정부 시청

12:00 행복로
의정부역 앞 교차로에서 파발교차로까지 약 600m 이어진 행복로는 본래 자동차가 다니던 의정부의 중심도로였으나 2009년 아름다운 조각상과 벤치, 소나무, 연못이 어우러진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거리 중심을 가로지르는 인공 물길과 오솔길을 따라 난 금강송은 주변 상가와 대조를 이루며 고고한 멋을 풍긴다. 거리 중앙에 마련된 상설 무대에서는 청소년 길거리 음악 공연 등 다채로운 무대가 연중 쉬지 않고 펼쳐져 볼거리를 더한다.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4:00 점심: 오뎅식당-부대찌개
의정부 부대찌개거리 초입에 위치한 부대찌개 원조집. 의정부에서 부대찌개를 가장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허기숙 할머니가 아직도 가게를 지키고 계신다. 어묵을 팔던 포장마차로 시작해 이름을 오뎅식당이라 지었단다. 부대찌개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각종 고기에 김치와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먹으면서 탄생했다. 쫀득한 햄과 소시지가 칼칼한 김치와 만나 맛의 하모니를 이루는 오뎅식당 부대찌개를 먹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호국로1309번길 7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6:00 의정부과학도서관
1층과 2층은 여느 도서관과 다를 바 없지만, 3층에 있는 천문우주체험실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무중력 체험실, 천체 투영실, 4D 입체영상 체험관, 유인이동장치 등을 차례차례 체험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오후 5시까지 개방하며 입장료는 무료. 화, 수요일에는 오후 7시30분부터 9시까지 야간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추동로길 124-52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2014년 4월 사진 / 박진호 기자

 

18:00 의정부2동성당
의정부역에서 시청 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주택가 사이 성당이 하나 솟아 있다.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미1군단의 협조를 받아 건립된 의정부2동성당이다. 전쟁이 끝나고 단단한 석재를 사용해 지었기 때문에 외관이 성채처럼 튼튼하다. 본당 뒤편 연못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노을이 질 때까지 기다려보자. 고풍스러운 본당 건물이 석양에 아름답게 물드는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신흥로 265번길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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