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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황금연휴 플랜] 운전대 놓고 홀가분하게 대중교통으로 광주 유람
[황금연휴 플랜] 운전대 놓고 홀가분하게 대중교통으로 광주 유람
  • 전설 기자
  • 승인 2014.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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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5월 사진 / 광주시
2014년 5월 사진 / 광주시

[여행스케치=광주] 달력만 보고 있어도 흐뭇한 5월. 실컷 놀고 먹고 쉬리라 다짐해도 꽉 막힌 도로에 갇혀 몇 시간씩 운전대를 잡고 있다 보면 황금연휴는 허무하게 지나가 버린다. 금쪽같은 시간을 길에 버리고 싶지 않은 그대, 교통카드 한 장 손에 쥐고 광주로 떠나자.

KTX 호남선의 중심 광주송정역에 내려선다. 초행길이지만 걱정은 접어두기로 한다. 코끼리의 얼굴을 닮아 너부데데한 지형의 가로로 지하철이 지나고, 위아래 세로로 시내버스 노선이 촘촘하다. ‘호남의 수도’라더니 괜한 말이 아니다. 대중교통이 워낙 잘 뚫려 있어 가보지 못할 곳이 없다.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광주 유람을 즐기다가 시간이 허락되면 구석구석의 명소를 거미줄처럼 연결한 ‘오월길’을 걸어볼 참이다. 걷다 지칠 즈음에는 지하철역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소문난 맛집까지 달려가는 것도 좋겠다. 놀 생각에 부풀어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인다. “1980년 5월 18일. 그날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아, 봄의 광주가 더욱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구나. 광주가 가장 뜨거워지는 5월 아닌가. 그 열기에 몸을 맡기면 여행 그 이상의 여정이 되리라.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호남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양동시장에는 ‘통닭의 성지’ 양동통닭과 수일통닭이 있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5.18 버스 타고 그날의 광주로

버스를 그날의 광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 번호도 특별한 ‘5.18 버스’가 5.18자유공원부터 5.18구묘지까지 광주민주화운동 사적지를 하나로 잇는다. 첫 정거장은 5.18자유공원. 무고한 시민을 고문했던 헌병대 내무반, 군사재판을 받았던 법정, 6개의 감방으로 이루어진 영창 등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단다. 괜스레 숙연해진다. 헌병대 중대 사무실~식당~영창~법정 순으로 돌아보려는데 야외 곳곳에 그날의 현장을 재연한 밀랍인형들이 우르르 서 있다. 줄줄이 묶여 연행되는 시민들, 얼차려 받는 시민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계엄군…. 표정 하나하나가 금방이라도 ‘악’ 소리를 낼 듯 정교하다. 본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면 취조를 받는 밀랍인형이 보이고 자동으로 음성안내 시스템이 작동한다. 오래된 건물 안에 나직한 해설과 함께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뒤섞인다. 계엄군의 몽둥이 앞에 고무신 한 짝이 벗겨진 채 웅크린 밀랍인형 앞에서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기가 죄스러워 한참을 머뭇거린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광주의 그날을 재현해 놓은 5.18자유공원.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광주에서 난 아이면 누구나 한번쯤 이곳에 들렀다가죠. 견학이 끝나면 저기 얼차려 하는 모형 사이를 오가며 술래잡기도 하고 공도 차고 그래요. 밖에서 온 사람들이나 무서워하지, 광주의 아이들에게 역사는 공포가 아니라 자기들이 살아갈 세상의 일부분이거든요.”

평일에는 ‘오월길’ 길잡이를 자청한다는 혜성교회 이동균 목사의 말이 오래도록 귓전에 맴돈다. 5.18자유공원을 거쳐 5.18기념공원, 기념문화관까지 광주의 5월을 달리는 동안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불씨가 화르르 커진다. 열을 식히고 싶다면 버스 노선을 이탈해 먹자골목에 들어서는 것도 유쾌한 방법이다. 광주에는 기분 전환하기 좋은 ‘통닭의 성지’가 두 군데 있다. 호남 최대 규모라는 양동시장에서는 목뼈부터 닭발까지 닭 한 마리를 알뜰살뜰하게 튀겨낸 옛 통닭, 전남대 앞 통닭골목에서는 2마리 같은 1마리, 1마리 같은 반마리 통닭을 푸짐히 즐길 수 있다. 도시락 대신 통닭을 싸들고 놀이공원과 동물원, 식물원이 한자리에 있는 우치공원으로 봄 소풍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광주 폴리 이동식 작품 중 하나인 <탐구자의 전철>에 올라타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예술전철 타고 떠나는 예술시장
2년마다 국제미술 전람회가 개최되는 문화 수도 광주는 그 속살마저 눈부시다. 대인시장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가 땅 밑을 달리는 ‘예술열차’에 눈이 번쩍 뜨인다. 상아색 내부에 수백의 검은 선이 제멋대로 그어진 열차 안.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심 재생 프로그램 광주폴리 프로젝트의 일부란다. 18개 좌석마다 주인공, 투명인간, 군중 등 18가지 인간 군상을 구분한 아이디어가 신통하다. 덕분에 ‘시인’ 자리에 앉아 예술시장으로 가는 재미난 경험을 한다. 금남로4가 역에서 내려 대인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소문 자자한 빵집 ‘궁전제과’에 들러 모양도 어여쁜 ‘나비파이’와 속 꽉 찬 ‘공룡알’ 빵으로 허기까지 달랜다. 달고 시원한 밀크셰이크까지 곁들이고 나니 체력 충전 완료. 그럼 본격적으로 한번 달려볼까?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양림동 광주근대역사문화 탐방 중 다리쉼하기 좋은 무인카페 다형다방.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전통시장과 예술인 작업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인시장은 시장 전체를 알록달록 물들인 벽화로 유명하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구헌주 씨가 그린 장미란, 선동열 선수의 벽화를 비롯해 주옥같은 작품들이 골목마다 숨어 있다. 특이한 것은 시장이라는 공간과 따로 놀지 않는다는 것. 40년간 수레상인으로 일한 하문순 씨, 대인시장 상인 곽일님 씨의 얼굴을 담은 벽화가 상점의 간판이 되고 약도가 된다. 벽화 구경에 빠져 시장을 한바퀴 휘 돌다보면 시장만큼 유명한 명소를 지난다. 1000원으로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천원백반집과 장터국수집, 중고물품을 기증받아 수익금을 이웃에게 기부하는 골동품점 ‘장깡’, 1000원짜리 커피와 기념품을 판매하는 천원카페 등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명소를 빠짐없이 둘러보자.

대인시장을 벗어나 광주천을 건너면 양림동 광주근대역사문화 탐방이 시작된다. 100여 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양림동 일대에는 보석 같은 여행지가 3곳 숨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동굴 ‘뒹굴동굴’, 사직골의 통기타 거리, 무인카페 다형다방이다. 도심 한복판에 뚫린 작은 동굴의 기원을 쫓거나 주인 없는 다방에 앉아 500원짜리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는 일은 오직 양림동에서만 가능하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사직공원 가는 길 오른편 통기타 거리에 들러 듣고 싶은 신청곡을 청해보길.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무등산자락 다님길 3구간 가족 산책로 구간의 동적골 튤립꽃동산.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광주의 심장을 걷다
5.18 버스를 타고 광주의 오월을 달리고, 예술 전철을 타고 예술시장 투어까지 마쳤다면 이제는 광주의 심장을 걸어볼 차례. 무등산 자락에는 총연장 13km의 걷기길이 조성돼 있다. 누구나 쉬엄쉬엄 다녀올 수 있다 해서 그 이름도 ‘무등산자락 다님길’이다.

다님길은 총 5구간으로 나뉜다. 1구간은 삼나무 숲길을 지나는 건강 산책로, 2구간은 증심사와 의재미술관을 둘러보는 문화 산책로, 3구간은 알록달록 튤립 꽃동산이 아름다운 가족 산책로, 4구간은 휠체어 이용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치유의 숲길, 5구간은 오르락내리락 경사 구간이 이어지는 실버산책로다. 완주까지는 넉넉잡아 4시간에서 5시간이 소요된다.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무등산자락 다님길 1구간의 출발지 81번 버스 정류소 단사공원. 2014년 5월 사진 / 전설 기자

“1구간부터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다면 시내버스를 타고 지산유원지에서 하차해 단사공원(힐링가든)에서 3구간까지 여유롭게 걸어보세요. 3구간 동적골 일대에서는 4월 18일부터 튤립축제가 열리니까 꼭 들려보시고요. 지하철을 이용하실 때는 학동ㆍ증심사입구역에서 내려 도보 20분 거리에 위치한 증심사부터 2구간 코스에 바로 합류해도 좋습니다.”

가는 길 잃어도 걱정은 없다. 지역번호 없이 ‘120’번만 누르면 연결되는 빛고을 콜센터에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 버스와 지하철이 노선이 외각부터 심장까지 핏줄처럼 이어진 광주. 그래서일까. 광주에는 어느 한 곳 방치되거나 버려진 곳이 없다. 맛집과 명소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린 광주에서는 짧디 짧은 연휴의 시계도 느릿느릿 돌아간다.

INFO.

추천 일정 2박 3일
1일 광주 송정역 도착-5.18자유공원-5.18기념공원 & 문화관-양동시장-우치공원
2일 충장로-대인시장-양림동-사직골 통기타 거리
3일 무등산자락 다님길

예상 경비 20만5000원

추천 숙소 
마스터스 호텔
광주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

추천 별미
현완단겸 상추튀김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튀겨낸 오징어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광주의 소문난 별미. 양파와 청양고추를 잔뜩 넣은 양념장과 마른 오징어를 넣고 쌈을 싸먹으면 2배는 더 맛있다.

양동시장 통닭
1970년대 문을 연 이후 기름 식을 새 없이 통닭을 튀기는 맛집이다. 설명 닭목에서 닭발까지 닭 한 마리를 온전히 튀겨내는데 식어도 바삭한 통닭 맛이 일품.

Tip.
광주 폴리투어
폴리 전문해설사와 함께 옛 광주읍성터 일대에 설치된 세계적 건축가들의 작품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이다. 광주폴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투어 신청을 접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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