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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박상대 칼럼] 겨울은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박상대 칼럼] 겨울은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0.02.2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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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감도는 섬마을…'겨울' 사라진듯해 아쉬워
이른 봄기운을 맞아 꽃망울을 터뜨린 꽃이 여행객을 반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이른 봄기운에 꽃망울을 터뜨린 꽃이 여행객을 반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저는 지금 남도 지방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포근한 날씨가 계속 된다는 불만 섞인 소리를 귀에 담고 왔습니다. 초겨울에 날씨가 추워야 겨울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재미를 본다는데…. 그런 말은 도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바닷가 섬마을에는 이미 봄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동백꽃이 피고, 더러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더군요. 벚꽃이나 박태기나무 꽃이 벌써 분홍색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내일이라도 눈이 내리면, 꽃잎에 하얀 눈이 쌓이면 얼마나 놀라려고 벌써 피었느냐!

꽃들은 말이 없고, 바다에서는 산들바람이 불었습니다. 어디에도 겨울 소식은 없더군요. 어쩌면 겨울은 이제 이 땅에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겨울은 이제 먼먼 옛날 전설 속의 계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도로에 눈이 쌓여 승용차를 움직일 수 없어서 시골 마을에서 하룻밤 더 지내야 했던 추억은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옛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여행객은 불안했습니다. 시골 사람들 가슴에는 벌써 봄기운이 가득 들어앉아 있었습니다.

초겨울에 김이나 매생이를 수확하던 어부들은 따뜻한 겨울 때문에 수확량이 예년만 못하다고 말합니다. 갯바위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있습니다. 그들은 겨울 대신 봄을 낚아 올리고 있었습니다.

겨울을 먼 곳으로, 산 너머 북녘으로 밀어낸 것은 누구일까요? 문명의 발달, 사람들의 이기심이 겨울을 쫓아낸 것은 아닌지? 지난해 동지 무렵에 남도 섬마을을 여행하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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