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울산] 지난 1962년 ‘공업특구’로 지정되면서 중화학 공업이 발달한 울산. 국내 굴지의 자동차공장과 조선소를 비롯해 화학단지가 몰려 있어 ‘공업도시’란 자부심과
함께 ‘공해도시’란 꼬리표도 따라 붙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생태도시’로 거듭난 비법을 국내 최대 도심 속 생태공원인 울산대공원에서 찾았다.
40년 전 인구 8만5000명의 소도시에서 현재는 110만 명이 사는 거대 도시로 변한 울산. 광역시로 승격된 지 벌써 10년째다. 1962년 이후 40년간 고속 성장을 이루며 자동차, 정유, 조선,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중추 역할을 해온 울산의 연평균 국민소득은 서울의 2배, 부산의 2.5배다. 1인당 소득(지역총생산)이 4만 달러인 도시는 선진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 하지만 초고속 성장을 하는 동안 도시환경은 갈수록 망가져 ‘공해가 심하고 삶의 질이 열악한 도시’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연기 때문에 하늘이 보이질 않으니 울산 사람들은 하늘을 안 보고 살았지. 농사도 안 돼서 쭉정이 벼가 올라오고 숨이 트일 곳이 없었으니까.” 울산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10년 전만 해도 흰 옷을 반나절만 입으면 새까만 오염물질이 달라붙어 입지 못했단다. 그러면서 “서울은 지금도 흰 와이셔츠 하루 입기 힘들죠? 울산은 이제 이틀 입어도 괜찮아요” 한다.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13년 전. 열악한 환경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을 찾던 울산시와 기업 이윤에 대한 지역사회 환원을 기획하던 (주)SK가 각각 시설조성과 부지를 제공하면서 공원 조성을 시작했다. 10년 동안 364만여㎡의 부지에 조성된 울산대공원이 작년에 개장하면서 갈 곳 없던 울산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오감을 즐기는 생태 체험 공간
울산대공원은 정문과 동문으로 바로 통하는 울주군청 뒤편의 1공원과 남문과 통하는 2공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1공원에는 울산대공원의 랜드마크인 풍차와 수영장을 비롯한 가족문화센터, 청소년광장, 사계절썰매장, 자연학습원, 테마 연못, 물놀이시설, 옥외공연장, 산책로 등 대부분이 휴식시설이다.
2공원에는 동물농장, 테마초화원, 장미계곡, 환경테마놀이시설, 어린이교통안전공원, 나비원, 환경관, 곤충생태관 등 놀이와 생태체험을 겸한 시설이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동문으로 들어가 남문까지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남문의 SK광장 주변에 전시관이 몰려 있어 환경테마놀이시설 - 환경관 - 에너지관 - 곤충생태관 - 나비원 - 동물농장 순으로 둘러보았다.
울산시는 친환경산업도시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시책을 선포하였는데, 그중 첫 번째가 태화강 살리기 운동, 두 번째가 울산대공원 조성이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던 태화강에 연어가 돌아오고 수달이 사는 생태지역으로 바뀌기까지 울산시와 환경단체, 시민들이 뜻을 모아 환경 되살리기 운동을 하는 과정이 사진으로 기록되어 있다. 환경이 좋아진 지금은 1급수에만 사는 꺽지와 은어까지 나타난 상태. 사진과 각 수치로 과거와 현재의 환경을 비교하니 환경 보존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다.
지난 4월 오픈한 나비원과 곤충생태관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호기심을 보인다. 애벌레에서는 나비가, 유충에서는 딱정벌레가 나오는 과정과 노랑나비, 배추흰나비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꿀을 빨아 먹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책이나 비디오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 오감으로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코스. 양과 염소, 꽃사슴과 조랑말, 미니 피그, 토끼 등 직접 동물을 쓰다듬으며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다. 작고 행동이 빨라서 쉽게 관찰할 수 없는 다람쥐 사육장도 있어 다람쥐들이 먹이를 먹고 새끼를 돌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자연에서 휴식과 즐거움을 찾은 울산의 시민들
울산대공원은 입장료가 없어 시민들은 이곳에서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며 마음껏 자연을 즐긴다. 조깅하는 사람,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울산 도심에서 숨 돌릴 곳이라곤 학성공원과 십리대밭길 뿐인지라 근교에 나들이를 갈라치면 부산이나 경주로 먼 걸음을 해야 했다.
“그 전엔 문수구장만 갔었어요. 울산엔 이런 곳(울산대공원)이 없었거든요. 기업에서 환경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서 이젠 태화강 수질도 좋아져 태화강에도 자주 나가요.”- 백외숙(40)
“울산대공원이 알려져서 저희 가족은 포항에서 왔어요. 근데 생각보다 잘 되어 있어서 어제는 수영장에서 종일 놀고 오늘은 동물이랑 시설물 둘러보려고 이틀째 왔네요. 포항서 울산까지 1시간 20분밖에 안 걸리거든요.”- 이대형(36)
“울산은 70% 이상이 공단인데 여긴 일단 넓어서 마음이 확 트이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가족들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니 가정도 화목해지는 것 같아요.”- 정미정(39)
“청소년들은 갈 데가 없으니까 시내에서만 놀거든요. 저는 미대 지망하는 고3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오늘은 동생이랑 도시락 싸와서 그림도 그리고 기분 전환해요. 여기 오면 기분이 풀려서 자주 와요.”- 이현지(18)
“애들이 이틀이 멀다하고 동물 보러 가자고 하는 통에 사흘에 한 번은 와요. 남편 직장 문제로 부산에서 이사 와서 주말이면 부산에 가서 지냈는데 이제 반대로 부산에서 관광버스 대절해서 여길 오시던데요.”- 안소영(32)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
대공원 안에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풍족하다. 벤치의 수도 일반 공원의 몇 배는 족히 넘는다. 지난 5~6월 처음으로 열린 장미 축제에는 무려 15만 명이 다녀갔다.
축제가 끝난 장미원은 평상시 결혼식과 소공연이 열리는 이벤트장으로 활용된다. 자연학습장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현장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에 나온 야생식물이 심어져 있어 자연을 체험하며 학습도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1공원의 옥외공연장은 25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으로 콘서트가 열리기도 하고 여름밤에는 영화 상영을 하는 등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문 앞의 웰컴하우스에서는 인터넷 검색, 영화 관람, 도서 대출도 가능하다.
이젠 울산을 공업도시가 아닌 환경도시로 불러야 하는 이유, 울산대공원에 오면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