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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김준의 섬 여행 46] 착한 여행을 하면 모두가 행복하다. 자월면 소이작도
[김준의 섬 여행 46] 착한 여행을 하면 모두가 행복하다. 자월면 소이작도
  • 김준 작가
  • 승인 2014.07.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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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대작도에서 소이작도까지 이어지는 풀등은 경기만의 해양 생태계를 책임지는 보고다. 어류와 패류의 산란장이자 서식지이고, 여름철이면 관광객이 해수욕장으로 이용한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여행스케치=인천] “캐오기만 하면 입으로 들어가남”

작은 칼로 조개 알을 발라내던 할머니는 벌안 갯벌에서 막 캐온 바지락 1망을 마당에 내려놓는 며느리를 보고 들릴 듯 말 듯 혼자서 중얼거렸다. 내가 펜션에 도착했을 때부터 시작한 일은 점심을 먹고 고기잡이 체험을 하고 돌아온 오후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옆에 놓인 평상에는 둥글레와 고사리가 꾸덕꾸덕 마르고 있었다.

소이작도는 대이작도에 빗대어 붙여진 이름이다. 두 섬을 합쳐 이작도라고도 한다. 동서로 길게 뻗어 있으며 북쪽은 갯바위가 남쪽에는 갯벌이 발달해 있다. 특히 갯바위는 해식애가 발달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승봉도에서 대이작도와 소이작도까지 이어지는 풀등(모래섬)이 이작도의 랜드마크다. 섬의 서쪽 목섬마을과 벌안마을 앞은 만입된 지형으로 선착장, 굴양식장, 해수욕장 등이 있다. 반면에 동쪽 큰말은 대이작도와 마주보며 인천 여객선터미널과 대부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오가는 배들의 기항지이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소이작도에는 큰말과 벌안마을이 있다. 모래사장이 있어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곳은 벌안마을이다. 갯벌 체험도 겸할 수 있으며, 펜션과 민박 등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산나물도 조개도 주민이 먼저다.
점심때가 되려면 1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안주인은 밥상에 반찬을 놓고 있었다. 낚시 체험을 하려면 물때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12시가 되어야 밥을 먹던 탓에 입맛도 돌지 않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안주인의 손맛과 짭짤한 조개젓 덕에 금방 입맛을 되찾았다. 물때에 맞춰 점심시간이 바뀌는 갯사람들의 일상. 이것은 섬 여행자가 알아야 할 첫째 조건이다.
벌안마을 주민들은 벌써 하나 둘 바지락 작업을 하기 위해 채비를 하고 바닷가로 내려가고 있었다. 주민들은 한 달에 한두 차례 바지락 채취를 한다. 덩달아 여행객들도 체험비를 내고 정해진 곳에서 바지락을 캘 수 있다. 단, 마을에서 주는 호미와 일정한 크기의 자루를 이용해야 한다. 여행객의 체험과 주민의 생업을 위해 마을에서 내린 어촌 체험 수칙이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체험을 하는 동안 벌안마을 뒷산에 올랐다. 벌써 여행객 몇 사람이 자루에 쑥을 가득 담아 내려오고 있었다. 야산에도 밭에도 두릅나무가 많았다. 일부러 심은 것 같았다. 그리고 두릅을 따지 말라는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숙소 입구에도 가시오가피, 둥글레, 두릅, 고사리 등 약초와 산나물을 꺾지 말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이작도는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두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두 섬이 손을 내밀 듯 바다를 감싸 안아 배가 들고 나는 포구가 호수 같다. 몽돌밭을 지나면 손가락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둥글레는 나라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이다. 허약 체질과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다는 둥굴레는 신선들이 먹는 음식이라 했다. 소이작도에는 산등성이, 옛 길가, 밭틀길에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나물 채취가 극성이다. 특히 섬에서는 더욱 심하다. 섬에서 자라는 자생 약초가 진짜라는 이면에는 섬에 있는 것은 가져가도 된다는 생각도 있다. 바지락 체험은 어촌계의 면허지이기 때문에 관리를 할 수 있지만 산야초들은 주민들이 관리하기 어렵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안내문을 붙여 놓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여행객들이 착한 여행을 할 것이라 믿는 방법뿐이다. 그것이 섬 주민도, 자연도, 여행자도 지속가능한 행복한 여행이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민박집 주인이기도 한 선장이 미리 쳐놓은 그물을 걷는 체험이다. 운이 좋아 도다리, 광어, 노래미, 숭어, 꽃게 등이 주렁주렁 달렸다. 그물에서 뜯는 것도 재미있지만 배에서 먹는 싱싱한 회 맛이 감동이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바다의 모래밭은 화수분이 아니다
목섬마을 앞에는 소이작도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갯벌 체험과 그물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다. 땅의 모양새가 개미 목처럼 잘록한 곳에 마을이 자리해 목섬마을이라 했다. 그곳에 며칠 전에 부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모래가 쌓여 있었다. 피서철을 맞이하여 해변을 조성하기 위해서 가져다 놓은 것이다. 가깝지 않은 섬의 해수욕장까지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모래채취업자들이 낸 주민복지기금으로 모래를 사서 공급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미 덕적도와 자월도의 천혜의 해수욕장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수십억 원을 들여 모래를 구매해 공급하고 있으니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현실이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자 큰말로 넘어가는 큰산 전망대로 올라갔다. 큰말 뒤에 있어 큰산이라 붙였을까. 풀등과 사승봉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 공경도, 풍도의 모습도 흐릿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먹고 남은 생선은 저녁 후 술안주로 제격이다. 숯불에 직접 굽기 때문에 더 맛이 좋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그물에 도다리, 광어, 노래미가 주렁주렁
전화벨이 울렸다. 그물 체험 시간을 알리는 전화였다. 낚시 체험과 바지락 체험을 마친 여행객들과 펜션 주인이 운영하는 배를 타고 나섰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체험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남도에서 많이 하는 개매기 체험도 바다에 고기가 없어 그물을 쳐 놓고 숭어를 미리 넣어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곳처럼 자망그물을 이용하는 경우는 다르다. 생선을 미리 그물에 붙여서 바다에 넣어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배 주인들도 어창에 횟감용 활어를 미리 넣어둔다. 어쨌든 배 위에서 선상 횟집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추와 된장도 챙겼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자망에 도다리가 걸렸다. 뒤따라 바다의 포식자 불가사리도 올라왔다. 물때에 따라 잡히는 양과 어종이 다르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첫 그물을 들어올렸다. 불가사리 몇 마리가 올라오더니 이게 웬 떡인가. 도다리, 광어, 꽃게, 노래미, 주꾸미, 숭어 등 심심찮게 올라오지 않는가. 물때가 좋지 않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주인도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렇게 그물 2개를 털자 활어가 가득했다. 그런데 술을 가지고 오지 않아 부득불 집으로 옮겨서 자연산 회 파티를 열었다. 주인과 사위가 칼에 땀이 나도록 썰어서 내놓은 회를 비웠다. 배 위에서 막 잡은 회를 종종 먹기는 했지만 신물이 나도록 먹기는 처음이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양지바른 곳에 앉아 바지락을 까고 있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를 무렵 해넘이 구경을 위해 뒷동산에 올랐다. 취기 때문에 아름답게 보인 것이 아니었다. 해는 덕적도 너머로 기울었고, 선갑, 문갑, 굴업, 소야도가 저녁노을을 받아 하늘과 바다 사이에 떠 있었다. 달도 떠올랐다. 정말 아름다웠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해수욕장과 접해 있는 바지락체험장은 인기 만점이다. 주민들의 생계형 바지락밭과 여행객이 이용하는 체험용 바지락밭이 나뉘어 있다. 별도로 체험료를 내고 호미와 자루를 받아야 한다. 2014년 8월 사진 / 김준 작가

곳간에서 인심난다
저녁을 먹고 한참이 지났지만 포만감이 가시질 않았다. 바로 그때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주인장. 보통 다음날 생선구이를 해주는데, 내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준비를 해왔다. 전어, 농어, 노래미가 차례로 숯불 위에 올려졌다.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소이작도의 이야기를 들었다. 소이작도에는 벌안마을과 큰말 2곳에 학교가 있었다. 두 마을 간 거리는 도로로 약 10리, 옛길로는 15리나 20리쯤 될 것 같다. 아이들 걸음으로 1시간은 걸어야 할 거리다. 옛날 인천에서 오가는 배가 큰말에 닿으면 노를 젓는 배를 가지고 가서 생필품을 받아왔다. 소이작도 아이들은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모두 인천으로 유학을 갔다.

다음날 아침 일찍 큰말 선착장으로 가기 전에 뿌리가 굵고 실한 둥굴레를 한 봉지 샀다. 함께 아침을 먹던 몇 사람과 조개젓도 한 봉지 주문했다. 안주인은 둥굴레와 조개젓은 어머니 용돈이라며 여쭤봐야겠다며 나갔다. 잠시 후 둥굴레는 있는데 조개젓은 집에서 먹으려고 한 것이라 팔기 어렵다고 했지만 덤으로 얻었다. 바지락 체험으로 캤던 바지락을 모으니 큰 물통에 가득했다. 주인이 해감도 해주었다. 아침에 그걸 내놓으니 안주인이 미안하다고 조개젓을 싸주었다. 그리고 나는 고향사람이라고 싸주었다. 결국 모두 조개젓을 얻은 셈이다. 얻은 것이 이것뿐이겠는가. 돌아오는 길 내내 실없이 웃어댔다. 행복을 얻었기 때문이다. 착한여행을 하면 이렇게 주민도, 여행객도, 자연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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