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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낚시 여행 ④] 은빛 고운 여름바다의 진객 충남 보령시 오천항 보구치 선상낚시
[낚시 여행 ④] 은빛 고운 여름바다의 진객 충남 보령시 오천항 보구치 선상낚시
  • 오상훈
  • 승인 2014.08.25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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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여행스케치=보령] 장맛비에 두어 번 큰물이 왔다 가고 찌는 듯한 더위가 중복 어름을 지날 무렵이면, 보령 앞바다에선 뼘치를 훌쩍 넘긴 은빛 어체가 꾼들의 채비를 물고 뱃전에 오르기 시작한다. 서해 중부권의 보구치 낚시가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서는 것이다. 후드득, 초릿대를 흔들며 이어지는 쏠쏠한 마릿수 손맛을 떠올리며 서둘러 짐을 꾸린다. 여름 바다의 진객을 만나기 위해 이른 새벽 오천항으로 차를 달린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두어 마리가 한꺼번에 미끼를 물고 늘어지는 일명 ‘쌍걸이’ 조과로 묵직한 손맛을 본 일행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보령의 모든 길은 오천으로 통한다 

보령의 길들은 모두 오천과 통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오천항 일원은 예로부터 지역문화와 교통의 중심이자 민초들의 오랜 삶터였다. 시가 거느린 78개 도서의 대다수가 이 행정구역에 속해 있어 천수만권 근해 어업의 전진기지로 기능했으며, 강줄기와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 안쪽에 숨은 듯 자리한 탓에 방파제나 제방 등의 항만시설이 필요치 않을 만큼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이기도 했다. 더불어 뻘과 사니질, 암초, 여밭 등이 광범위하게 발달된 천혜의 바다 환경과 풍부하고 다양한 어자원은 지역민의 살림에 오랜 밑천이 되었으며, 서천군 홍원항과 더불어 서해 중부권 바다낚시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도 큰 몫을 더했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출조객들이 낚아 올린 보구치를 손질 중인 윤중기 하나호 선장.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한편, 근대 이전의 오천은 적으로부터 서해를 사수하는 충남의 주요 군항이자 군사 요충지였다. 조선 중종 15년에는 도읍지로 향하는 조운선을 왜구의 침탈로부터 보호하고 해안을 방위하기 위한 충청수군절도사영이 설치되었으며, 당시 축조된 총 길이 1650m의 오천성은 현재에도 내ㆍ외부 건축물의 원형이 상당부분 보존되어 보령지역의 명승지 중 한곳으로 꼽힌다. 성곽에 들어서면 오천항 일대의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낚시 선단이 집결하는 선착장과 인접해 있어 출조 전후 짬을 내어 둘러볼 수도 있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보구치는 서해 중부권의 대표적인 여름 어종으로, 밝고 깨끗한 은백의 체색을 띠고 있어 백조기 또는 흰조기라고도 불린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남녀노소 구별 없는 ‘쌍걸이’ 손맛 
보구치는 서해 중부권의 대표적인 여름 어종이다. 밝고 깨끗한 은백의 체색을 띄고 있어 백조기 또는 흰조기라고도 불린다. 암반이나 어초 등의 장애물이 적고 바닥층이 모래와 뻘로 이루어진 사니질대에 무리지어 서식하며, 주된 먹잇감은 지렁이나 새우, 작은 갑각류 등의 저서생물이다. 제주 서남쪽의 먼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초여름이 되면 산란을 위해 서해 연안의 얕은 수심대로 이동을 시작하는데, 이 무렵부터 선상낚시 출조 또한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사촌 격인 수조기, 부세 등과 더불어 민어과 물고기 중 개체수가 가장 많으며, 식욕이 왕성하고 낚싯대를 통해 느껴지는 입질의 감도 또한 확실한 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높다.  

오천항 부두를 출발, 해안선을 따라 30분가량 남하한 바다낚시 전용선 ‘하나호’는 멀리 대천해수욕장이 바라보이는 20m 내외의 낮은 수심대에 배를 멈춰 세웠다. 이 일대는 모래펄이 드넓게 펼쳐진 보령권 최대의 사니질 포인트로, 여름 시즌이면 하루 수십 척의 보구치 낚싯배들이 어군을 따라 모여드는 곳이다. 바닥 지형과 주변 여건을 확인한 선장의 신호가 스피커를 울리자 꾼들의 채비가 일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신호음을 통한 선장과 출조객의 소통방법은 매우 간단명료하다. 버저가 한 번 울리면 미끼를 투척하라는 뜻이며, 연이어 두 차례 울리면 곧 배가 이동하므로 릴을 감아올리고 낚싯대를 거두라는 의미다. 이는 포인트 이동 시의 갖가지 번거로움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어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낚싯배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다. 
갯지렁이를 꿴 편대채비가 바닥에 닿자 곧 툭툭거리는 반응이 찾아들고, 이내 두어 마리가 한꺼번에 미끼를 물고 늘어지는 ‘쌍걸이’ 조과가 이어졌다. 두 손이 바빠지는 만큼 꾼들의 쿨러는 묵직하게 채워졌고, 오전 물때에 입질이 집중되면서 뱃전의 분위기도 한층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싱싱한 보구치를 손질해 뼈째 썰고 갖은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려내는 회무침은 낚시꾼만이 맛볼 수 있는 선상 출조의 별미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늦여름까지 이어지는 마릿수 조과
서해권 보구치 시즌은 7월 중순에서 9월 말경으로 타 어종에 비해 그다지 길지는 않지만, 초보자라도 충분히 마릿수 조과를 볼 수 있고 비용 또한 저렴한 편이어서 가족단위 출조에도 부담이 없는 편이다. 또한 검고 또렷한 눈망울과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깨끗하고 곱상한 몸태, 그리고 보각거리는 보구치 특유의 울음소리는 낚시 경험이 없는 여성과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재미를 더해준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선실 내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과 함께 점심 식사를 즐기는 출조객들.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대천해수욕장 앞바다의 무인도 포인트에 배를 멈추고 입질을 기다리는 보구치 출조선. 2014년 9월 사진 / 오상훈

오후로 접어들어 왕성했던 입질이 한풀 꺾이자, 선장 부부가 손수 준비한 싱싱한 먹거리가 선실 테이블 위에 올랐다. 한나절 부지런히 릴을 감아 들이며 만끽한 손맛에 새콤달콤한 입맛이 더해진다. 살아있는 보구치를 손질해 뼈째 썰고 갖은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려내는 회무침은 낚시꾼만이 맛볼 수 있는 선상 출조의 별미다. 무덥고 습도가 높은 여름 바다의 기후와, 뱃전에 올라오면 금세 살이 물러지고 변질되는 어종의 특성상 낚이는 즉시 소금을 뿌려 아이스박스 등의 단열용기에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가 중천을 넘어가면서 볕은 점점 뜨거워지고, 1인당 40~60수의 조과를 채운 일행들의 움직임에도 끈끈한 피로가 묻어난다. 뱃머리를 북으로 돌려 오천항이 가까운 원산도권 포인트로 향한다. 즐거웠던 하루 일정을 갈무리하는 길목이다. 이름 모를 바닷새 두엇이 선미로 빠져나가는 하얀 포말의 꼬리를 쫓아 포물선을 그린다. 

 
INFO. 오천항 선상 보구치 낚시
하나호 

선장 부부가 2002년부터 함께 운영해오다 최근 새롭게 진수한 선상낚시 전용선이다. 우럭 생미끼 낚시가 주종이며, 계절에 따라 보구치, 주꾸미, 갑오징어 등의 다양한 어종을 대상으로 출조하고 있다. 승선 인원은 선장 및 가이드 포함 18명, 선비는 어종에 따라 1인 6~7만원선이다. 
주소 충남 보령시 오천면 소성안길 36(오천항) 

장비와 채비 
6~7피트 길이의 라이트지깅 로드를 비롯해 우럭ㆍ광어ㆍ농어대 등 바다 루어낚시에 쓰이는 어떠한 로드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다만 40~70호의 비교적 무거운 봉돌을 달아야하고, 보구치의 활성도가 좋은 날엔 한 번에 2~3마리씩 미끼를 물고 올라오는 ‘쌍걸이’ 조과가 이어지므로 비교적 초릿대가 튼튼하고 허리힘이 좋은 낚싯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1.5호 내외의 합사 또는 3~4호 굵기의 나일론 줄이 약 150m 감기는 중소형 베이트릴(양축릴) 또는 스피닝릴이 필요하며, 미끼로는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청갯지렁이를 사용한다. 또한 낚은 고기를 즉시 염장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적당량의 소금을 준비한다. 

숙식
오천항 인근에는 우리민박, 샛별민박 등 이른 아침 바다로 나서야 하는 낚시꾼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너 군데의 저렴한 숙박업소가 있으며, 요금은 1인 1만원 선이다. 또한 숙소에서 부두로 향하는 길목에는 인근 어선과 바다낚시 출조객을 위해 새벽같이 문을 여는 춘자네 소머리국밥 등의 식당이 있다.  

Tip. 볼거리 
보령8경과 시티투어
머드축제로 유명한 대천해수욕장과 음력 보름과 그믐을 전후해 해안에서 석대도까지 약 1.5km의 바닷길 열리는 무창포해수욕장을 비롯해 성주산자연휴양림, 보령호, 오서산, 외연열도, 오천항, 월전죽도 등이 보령8경에 속한다. 보령시는 이와 더불어 유서 깊은 지역의 명승지와 집트랙ㆍ레일바이크ㆍ착시테마체험 등의 즐길거리를 연계한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일정에 따라 테마별 코스 선택이 가능하며, 모든 일정에는 전문 관광해설사가 동행해 각 명소에 대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산도
예로부터 산이 높고 구릉이 많다 해서 원산도라 이름 지어졌으며, 대천항에서 여객선을 이용해 약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섬이다. 갯바위 및 기암절벽 등의 해식애가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경관이 아름다우며, 서해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남쪽으로 트인 2곳의 해수욕장이 자리한 탓에 가족단위 피서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또한 알맞은 수심과 함께 암초와 여밭 등의 물밑 지형이 발달되어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우럭, 노래미, 살감성돔 등의 손맛을 마릿수로 볼 수 있는 4계절 바다낚시 포인트로도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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