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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청정지역 시골 여행 ①] 첩첩산중 운무가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 횡성 고라데이마을
[청정지역 시골 여행 ①] 첩첩산중 운무가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 횡성 고라데이마을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0.03.06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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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계곡물, 상쾌한 공기로 시골 여행이 즐겁다
강원도 화전민 생활 체험, 그 곳에서 발견한 '가족의 정'
[편집자주] 봄꽃 향기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코끝으로 전해지는 향이 그립습니다. 매일같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상황이 얄궂은 봄, 청정지역 시골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첩첩산중 산골짜기 마을, 구름이 감싼 봉우리가 아름다운 마을, 청정해역의 시원한 바람이 상쾌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잠시나마 코로나19(COVID-19)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COVID-19) 함께 이겨냅시다.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물 옆으로 보이는 강원도 횡성군 고라데이마을의 모습.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횡성] 깊은 산골짜기를 따라 닿은 곳은 계곡물이 흐르고, 발교산 산등성이는 바람 따라 흐르는 운무로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강원도 사투리로 골짜기(고라데이)란 뜻을 가진 횡성군 ‘고라데이 마을’로 오는 여정은 한적함의 설렘과 첩첩산중 산골짜기의 맛있는 공기에 취해 행복했다. 

더 들어갈 곳이 없을 만큼 달려온 도로 옆으로 발교산과 수리봉에서 발원되어 흐르는 계곡물이 흐른다. 도로에서 고라데이 마을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면 며칠을 머물러도 좋을 통나무집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가족과 함께 체험하는 화전민 생활, “심~봤다!”
“고라데이 마을은 그 옛날 산 밭을 일구던 화전민들이 터전이었습니다. 산이 깊은 곳에 자리한 덕분에 공기가 맑고,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봉명폭포를 걸으며, 화전민들이 ‘심~봤다’고 외치던 산삼도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골짜기에 둘러싸인 운무가 운치를 더하는 강원도 횡성.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화전민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횡성 고라데이마을 움막시설. 사진 / 조용식 기자
야영장에서 모닥불을 피울 수있는 횡성 고라데이마을. 사진 / 조용식 기자
저녁시간에 움막에서 감자, 고구마를 구워 먹는 사람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일주일, 보름, 한 달이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하는 이재명 고라데이 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 그는 “주변에 산이 높고, 물이 맑아 몸과 마음이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받는 곳이 고라데이 마을”이라고 강조한다.

족구장과 숙소를 지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전민 움막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움막 안에는 꽤 많은 사람(10명 정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가운데는 모닥불을 지필 수 있는 화로도 있다.

이곳에서는 감자, 고구마, 떡 등을 구워 먹으며 화전민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해가 저물어 어두운 밤이면 더욱 운치가 있는 곳이 화전민 움막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바깥에 있다가 움막으로 들어오는 순간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는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느낌이다. 움막 안에서는 구운 감자와 고구마를 까먹으며, 이어가는 가족들의 이야기 소리는 산골짜기를 타고 별 반짝이는 하늘로 날아간다. 

화전민 움막 옆으로는 정자가 있는 생태 연못이 있는데, 밤이면 연못 속으로 별과 달이 함께 머무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 첩첩산중의 골짜기에 들어온 여행자를 지키기 위해 횡성을 상징하는 소 두 마리가 고라데이 마을 야영장에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도 가마솥 밥 짓고, 산지 나물도 인기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면 새로운 체험이 기다린다. 바로 황토로 만들어진 화덕과 무쇠솥을 이용해 가마솥 밥 짓는 일이다. 이재명 대표는 “화덕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쬐며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아이들은 표정을 보면 호기심 어린 것이 역력하다”며 “이 밖에도 날이 풀리는 봄이면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어항으로 냇가에서 맑은 1급수에 서식하는 버들치와 메기 등을 잡아 방생하는 자연 체험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화덕에 밥짓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가족단위 여행자를 위한 별채.
이재명 고라데이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강원 횡성군 골짜기에 있는 고라데이마을은 일주일, 보름, 한 달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고라데이 마을에서는 한우 더덕구이 만들기, 돌 목걸이 만들기, 버섯·감자 수확 등 30여 가지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농촌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또한 곤드레나물, 취나물 등 향토 음식으로 만든 먹거리로 ‘농촌 식(食) 체험 마을(향토음식)’로 지정되어 있다.
 
시골 여행의 매력 중에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앞산을 바라보면 힘들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며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는 10년 차 시골 생활 아낙네의 말처럼, ‘멍 때리기’자체가 나 자신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기재개를 피며 앉은 의자에서, 생태 연못이 있는 정자에서,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에 몸을 맡기고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가는 것도 여행의 하나인 것이다. 

날이 갈수록 살아보고 싶은 시골 마을 
멍 때리는 여행도 좋지만,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도 간직하고 싶은 것이 여행자의 마음. 그래서 이재명 대표는 첩첩산중 고라데이 마을 안에 있는 봉명폭포를 추천한다. 

3단 폭포로 내려오는 봉명폭포. 사진 / 여행스케치 DB
횡성 호수 둘레길 5구간을 걷는 사람들. 사진 / 조용식 기자
횡성 호수 둘레길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을에서 출발해 걸어서 25분이면 봉명폭포가 있는 산의 입구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다시 40분을 걸어가면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봉명폭포를 만난다. 햇볕이 좋은 날이면 폭포 근처의 무지개도 볼 수 있으며, 3단 폭포의 물보라는 봉명폭포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곳에서는 화전민의 생활 수단이던 심마니가 되어 산삼을 찾는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다. 이때에는 산삼을 찾는 방식의 유래, 산삼의 효과, 복용법 등도 간단하게 공부할 수 있다. 

마을 밖의 여행은 횡성의 매력을 꼼꼼히 알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횡성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횡성 호수 둘레길. 차로 25분(약 21km)이면 도착하는 횡성 호수 둘레길에는 깊은 사연이 담겨 있다. 

2000년 11월 준공된 횡성댐은 담수하면서 횡성군 갑천면의 5개 마을이 물속에 잠겼다. 5구간을 걷다 보면 잠긴 마을로 이어지는 옛 도로는 여전히 수면 아래로 이어져 있다. 횡성 호수가 간직한 수몰 지역민의 삶의 흔적과 마을 이야기, 그리고 역사가 기록된 ‘망향의 동산’에서 횡성 호수 둘레길은 시작된다. 

횡성 호수 둘레길 5구간은 마을 길이 잠긴 호수를 따라 오른쪽 길로 걸으면 시원한 그늘과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 발끝으로 느껴진다. 신작로처럼 탁 트인 왼쪽 길은 시원스럽게 펼쳐진 횡성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와 함께 펼쳐진 횡성 호수 둘레길은 마치 수묵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 밖에도 2, 7일 장이 서는 횡성 5일 장터, 장례문화를 느낄 수 있는 회다지 소리 전승마을 정금민속관, 안흥찐빵, 횡성한우 체험관 등의 볼거리·먹거리가 있다. 차로 12분 정도 나가면 청일면 면사무소, 하나로마트, 약국 등을 비롯한 파출소, 작은 도서관, 우체국 등이 있어 시골 살기에 불편함이 없다.

사흘, 일주일, 보름을 시골 마을에서 지내다가 한 달 살아보기로 정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심에서 시골 마을에 정착한 지 올해로 10년째인 이재명 대표는 시골 살기를 희망하는 가족에게 독채로 사용할 수 있는 별채 3동을 개방할 예정이다. 

INFO 횡성 고라데이 마을

운무가 낀 골짜기에 자리한 고라데이마을.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첩첩산중에 숨어 있던 고라데이 마을은 2006년 시작해 2010년 농촌체험휴양마을 지정, 2011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2016년 진로체험 우수 교육기관, 2017년 식생활 국민 네트워크 우수 체험공간으로 성장, 2018년 농촌 관광 등급 평가 최고 1등급인 ‘으뜸촌’으로 선정됐다. 
주소 강원 횡성 청일면 봉명로 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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